곧 이태원참사 1년... 분향소 앞 유족들 "핼러윈은 죄가 없다"

김화빈 2023. 10. 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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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참사 1주기 집중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 "윤석열 정부, 특별법 제정 수용하라"

[김화빈, 권우성 기자]

 10.29이태원 참사 1주기 집중추모주간 선포 및 시민추모대회 참여 호소 기자회견이 16일 오후 서울시청앞 분향소에서 유가족, 생존자, 정당, 종교노동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가 '참사 1주기 집중추모주간'을 선포하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국민의힘도 동참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6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시민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사의 진상규명에 여야가 어디 있겠나"라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진상규명의 결의를 보여달라. 윤석열 정부는 특별법 제정을 수용하고 독립적인 특별조사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출범토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낭독한 호소문을 통해 "핼러윈은 참사의 원인도, 본질도 아니다. 축제에 나선 사람들은 죄가 없다"며 "축제는 삶의 한 부분이고 이를 부정하는 것은 삶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안전을 도외시하는 이들을 용납하지 않고,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지금껏 유족과 생존자들이 참사 폄훼와 냉대 속에서도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 하겠다'고 손 내밀어 준 시민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1주기 추모에 시민들의 동참과 연대를 요청했다.

유족의 호소와 생존자의 상처... "잊지 말아달라"

이날 희생자를 상징하는 보라색 별 배지와 '기억해주세요'라는 문장이 새겨진 보라색 스카프를 두른 유족들은 일찍부터 시민분향소 앞에 모였다. 곁에는 시민대책위·정당·종교·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이들은 또다시 거리에서 "1주기 시민추모대회 함께해요", "참사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책임자 처벌과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이주영씨 아버지)은 "가장 아름답고 풍요로운 10월이 유족에게는 가장 잔인하고 아픈 달"이라며 "우리를 절망에 빠뜨린 참담했던 기억을 뒤로하고 벌써 1년이 흘렀다"며 힘겹게 운을 뗐다.

이 위원장은 "긴 시간이 흘러갔음에도 아직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게 없고, (책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은 게 없다"며 "정부 여당은 159명이 희생당한 참사를 반성하고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왜곡하고 '정쟁'으로 물타기를 하며 참사를 국민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려는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거센 권력의 힘으로 막으려고 해도 목숨을 걸고 싸우는 부모와 가족의 마음은 굴복시킬 수 없다"며 "어떠한 외압이 우릴 짓누른다고 해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와 행복을 빼앗아버린 모든 것에 저항하며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 여러분, 무도한 정권의 잘못을 밝히기 위해 피눈물을 흘리며 싸우는 유족 옆에 함께 해달라"며 "(참사를) 잊히게 만들려고 발악해도 (정부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오는 29일 열릴 1주기 추모제에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더해 "우리 유족들은 대한민국의 안전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이상민 장관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그 사람은 직을 유지하고 있어선 안 되는 사람이다. 유족들은 계속 이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 이주현씨가 16일 오후 서울시청앞 분향소에서 열린 1주기 집중추모주간 선포 및 시민추모대회 참여 호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참사 생존자인 이주현씨는 "참사 후 내 몸에 난 상처가 흉터가 되었고, 이 흉터가 애도의 마음을 갖게 한다"고 했다. "골반과 종아리에 있던 상처는 그대로 흉이 남았고 아마 평생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이씨는 "아직도 남아있는 다리와 무릎의 고통은 분노와 답답함, 불편함을 주고 있지만 4월 이후 치료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가슴에 유족이 달아준 보라색 별 배지를 단 이씨는 "(정부는 지난) 4월 제게 이 통증이 참사 후유증임을 입증하는 의견소견서를 내라고 했다. '해당 통증이 참사 때문인 것이 확실하다'고 쓸 수 있는 의사가 대체 몇이나 있겠나"라며 "제가 피해자임을, 그 현장에 있었음을 끊임없이 계속 증명해야 하는 것들에 지쳤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현장에는 수백 아니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생존자들은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며 "1년이 다 지나가는 지금 생존자들은 홀로 감내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사회가 해야할 일을 전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는 이대로 있어선 안 된다"며 "우리에겐 시선과 기억의 힘이 필요하다. 보통 사람들의 공감과 상식을 믿는다. 잊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야당들 "특별법 제정 약속"  

이날 기자회견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남인순 의원,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혜인 의원,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상임대표, 김수산나 NCCK인권센터 사무국장(목사), 조영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참석해 연대 의사를 표했다.

남 의원은 "국회가 참사 특별법 법안도 내고 패스트트랙도 지정해서 (법안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까지 통과시켰다"면서도 "국민의힘이 위원장인 법사위원회에서 법안이 계류돼 심사조차 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안에 법 제정과 함께 예산심사가 함께 이뤄지도록 저희 당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용 의원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그것이 사랑하는 가족의 첫 기일을 앞둔 유족들이 여전히 차가운 거리에 서야만 하는 이유"라며 "윤석열 정부가 부정하고 무너뜨렸던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바로 세우고, 21대 국회 내 특별법 제정을 노력해 진상규명의 첫 걸음을 떼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올해 5월 (분신한)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가 희생됐을 때 양회동 열사 유족과 이태원 참사 유족이 손을 맞잡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같은 편에 서 있음'을 확인했다"며 "정권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이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생존을 지켜내는 투쟁을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자회견 직후 이정민 위원장을 비롯해 김호경씨(고 김의현씨 어머니)와 오일성(고 오지민씨 아버지)씨 등 유족들이 영정 앞에 흰색 조화를 내려놓았다. 숙연한 분위기 속 동료 시민들의 추모와 묵념도 이어졌다. 이날 추모를 마친 이 위원장은 생존자의 고통을 증언한 이주현씨의 어깨를 다독이기도 했다.
 
 이태원참사로 희생된 고 김의현씨 어머니 김호경씨가 16일 오후 서울시청앞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1주기 집중추모주간 선포 및 시민추모대회 참여 호소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분향소 영정사진들을 바라보며 눈물짓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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