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소통 더 강화를"…참모들 "국민께 '왜'라는 설명 부족했다"
“총알도 없고, 손발도 묶인 상황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국정 쇄신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대통령실 관계자가 16일 한 말이다. 59조원으로 추산되는 역대 최대의 세수 펑크로 재정 여력이 없고, 거대 야당의 반대로 민생 법안 통과도 어려운 현실을 이렇게 빗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소통을 강조한 것도 이런 현실적 제약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분수정원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국민 소통, 현장 소통, 당정 소통을 더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13일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이후 나온 윤 대통령의 두 번째 공개 메시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거대 야당과 세수 부족은 정치의 상수로 생각해야 한다”며 “소통을 통해 국민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대응수단”이라고 말했다.
선거 패배 뒤 대통령실 참모들은 매일 아침 김대기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국정 쇄신 방안을 두고 난상토론을 벌여왔다. 특히, 대국민 소통 방식과 관련해 일부 참모들의 강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한다. 정부가 주요 국정 과제를 추진할 때마다 국민에게 ‘왜’라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정책을 왜 추진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려움은 무엇인지, 왜 국민과 어려움을 함께 돌파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모는 “정치는 국민과 공감을 해야 하는 건데, 돌이켜보니 설득만 하고 있었다”는 아쉬움도 전했다. 이런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강화됐고, 여소야대 국면에서 오히려 윤 대통령이 강자처럼 보였다는 게 참모들의 진단이다.
당정 소통 강화와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책 당정을 보다 활성화하겠다”며 “당은 늘 현장에서 유권자를 대하기 때문에 당정 소통 강화는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특히 야당과의 정쟁에 윤 대통령이 중심에 놓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당이 최전선에서 국민을 설득하고 야당과 맞서주면, 대통령실은 민생과 외교에 전념하는 방안 등도 논의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엔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중동 정세 불안으로 또다시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는 만큼, 민생 물가 안정에 모든 부처가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선 ‘소통 강화’만으로 윤 대통령과 여당이 처한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이 체감할만한 성과는 입법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야당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야당의 반대에 ‘시행령 정치’라는 우회로를 택해왔다. KBS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과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를 확대한 수사준칙 시행령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엔 우주항공청법, 노조 회계 투명화법, 비대면 의료법, 산업은행 이전법 등 계류 중인 민생 법안이 산적하다”고 했다.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의 ‘300억불’ 투자 유치 등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돌파구의 역할도 해온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정상 간의 악수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게 단점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먹고살기 어려운 국민은 당장의 현금을 원하지만, 순방 성과는 어음에 가깝다”며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11월 초 대통령실 국정감사가 끝나면 총선 출마와 맞물린 중규모 인적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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