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 북부 공습 집중…서방선 '지상군 투입 연기' 요청

박소영 2023. 10. 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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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민간인 수십만명이 대피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한층 강도 높은 공습을 진행하고 있다. 서방 각국에선 민간인 희생 등을 우려해 이스라엘군이 지상군 투입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가자지구 북부 공습 집중

이스라엘 병사들이 15일 남부 도시 아스글론 인근에서 하마스가 장악하고 있는 가자지구 북부에 대한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밤새 가자시티 내 병원 2곳 근처에서 폭탄이 터지는 등 지난 7일 하마스의 새벽 기습 이후 가장 강력한 이스라엘군의 폭격이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밤새 하마스 군사본부, 로켓 발사장 등 250여곳을 폭격했다. 이스라엘측은 이날 공격으로 하마스 고위사령관 중 한 명인 무타즈 이드가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진입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전날 이스라엘 공군은 최근 며칠 동안 육군 최고 지휘관들을 전투기에 태워 가자지구 북부 상공을 조감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육군 지휘관 중 대다수는 2005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이후 가자시티 등을 가본 적이 없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열흘째 이어지면서 이날 오전까지 집계된 팔레스타인 측의 누적 사망자는 2670명, 부상자는 9600명이다. 하마스의 지난 7일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500여명으로 집계됐다.


"바이든, 18일 이스라엘 찾을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0일 미국 뉴욕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현지 보도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의 지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이스라엘 방문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16일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당초 이날 콜로라도주를 방문하려던 바이든 대통령의 일정을 취소한 상태다.

지난 12일에 이어 나흘 만인 16일 이스라엘을 다시 방문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방장관은 네타냐후 총리 등과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등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 등 서방이 이스라엘의 지상 공세에 온전히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미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하마스는)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면서도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주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다시 점령한다면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하마스 공격에 대응하는 데 있어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한 공개적인 첫 노력이라고 평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의 지상전으로 예상되는 피해를 완화하려는 움직임 가운데 하나이자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대한 전적인 지지에서 일부 변화를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같은 바이든의 발언은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와중에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서방 다수 국가가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제한하고, 하마스 파괴 이후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없다면서 가자지구 지상전을 연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인질 추가 확인, 199명으로 불어나

팔레스타인 남성들이 15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식수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가 데려간 인질이 모두 풀려날 때까지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하겠다던 이스라엘의 태도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스라엘 당국은 전날 피란민이 몰려있는 가자지구 남부에 물 공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16일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이 기존에 파악된 155명이 아닌 199명이라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추가 확인 결과 인질 수가 199명으로 늘어나 이들의 가족에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추가 확인된 인질 중 외국 국적자가 포함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지에선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인질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질 사태와 관련, 이날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을 석방할 준비가 돼 있지만,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휴전설에 이스라엘 "어떤 합의도 없었다"

이날 한때 양측이 일시적으로 휴전하고 가자 남부와 이집트를 잇는 유일한 통행로인 라파 통로가 8시간 동안 개방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이에 대한 어떤 합의도 없다고 부인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습을 강화하면서 휴전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현재로서는 민간인의 이집트로의 대피는 물론 튀르키예·아랍에미리트·요르단·튀니지 등 아랍권과 세계보건기구(WHO)의 구호 물품이 언제 제공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자지구의 의료 체계는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이날 오전 가자지구 내 병원 연료 비축량이 약 24시간 정도만 남았다고 밝혔다. 예비 발전기마저 멈추면 환자 수천 명의 생명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의료용품도 매일 한 달 반 정도에 쓸 양을 거의 바닥났다.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병원에선 사망자가 너무 많아서 아이스크림 트럭을 이용해 시신을 보관하고 있다.


남부 60만명 대피…거리에 머물러

지난 15일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 유니스의 한 학교에 임시로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피란민 모습. 지난 3일 동안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 도시로 약 60만명이 도착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3일 가자지구 북부에 이스라엘의 대피령이 내려진 후, 지난 사흘 동안 북부 인구 110만명 중 약 50~60만명이 남쪽으로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가자지구 남부의 중심 도시 칸 유니스엔 기존 인구 40만명에 피란민을 더해 약 100만명이 거주하게 됐다.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상당수가 거리에 머물고 있고 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유엔이 마련한 대피소가 꽉 차 병원들이 피난처로 사용됐지만, 그마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21개 병원에 철수 명령을 내려 피란민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고 WHO는 밝혔다.

대피 과정에서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공격해 70여명이 사망했다는 이스라엘 측의 주장도 나왔다. 조나단 콘리쿠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날 "지난 13일 남쪽으로 탈출하는 70여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다쳤는데 대다수 어린이였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을 비난하게 하려는 하마스의 '거짓 깃발 작전'이란 주장이었다. 앞서 하마스는 가자시티에서 남쪽으로 향하던 민간인을 태운 차량들이 공습을 받았다고 밝혔다.

차준홍 기자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판하고 있다.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하마스에 대한 공격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넘어 가자지구 230만명에 대한 집단적 처벌로 바뀌었다"고 비판했다.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떠나라는 이스라엘의 강제 철수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전쟁이 이스라엘 북부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에 있는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군사 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또 이 지역에서 연일 헤즈볼라 공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레바논 국경에서 최대 2㎞ 이내에 있는 28개 마을에 거주하는 민간인을 대피시킬 계획이다. 앞서 전날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영토로 대전차 미사일 발사해 최소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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