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인위적으로 낸 임도... 산사태-산불 원인인가, 아닌가

윤성효 2023. 10. 1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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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쌀재터널 산사태로 본 산림청 임도정책,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열려

[윤성효 기자]

 박재현 인제대학교 교수(건설환경공학)가 16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산림청 임도정책,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 윤성효
 
산에 인위적으로 내놓은 길인 임도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하고 바람으로 인해 산불 확산을 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그 여부를 따져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경남환경운동연합, 경남도의회 지속가능발전연구회는 16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창원 쌀재터널 산사태로 본 산림청 임도정책,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창원 마산합포구 내서읍 감천 쌀재터널 인근에서는 태풍(카눈)이 닥쳤던 지난 8월 10일 산사태가 났고, 국도 5호선에 토사가 흘러내렸다. 산사태 원인에 대해 창원시는 집중호우와 토질이 원인이라고 했지만, 환경단체는 임도 탓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상현 경남도의원이 좌장으로 진행되었다. 한 의원은 "임도정책에 대해 산사태와 산불의 원인을 두고 의견이 다르다. 서로 관점을 줄여 보자는 취지에서 토론회를 연다"라고 밝혔다.

먼저 쌀재터널 산사태 원인에 대해 짚었다. 박재현 경상국립대 교수(산림융복합학)는 감천 임도 산사태 붕괴지의 실태 파악을 통해 "임도는 토질이 약해 무너지는 경우가 많고, 구조변경으로 산사태가 덜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라며 "주말에 차량이 임도를 많이 이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활용한다는 의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산사태는 토양, 암석을 구성하는 여러 층 사이 마찰력이 감소하거나 비탈이 받는 중력이 증가해 발생하고, 땅에 붙어 있으려고 하는 마찰력이 중력보다 작아지면 일어난다"라며 "우리나라 산지는 암석층 위에 흙이 1cm 안팎만 쌓여 있어 큰비가 내리면 빗물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해 암석층과 흙층 사이에서 미끄러져 발생하고, 쌀재터널 산사태와 유사하다"라고 설명했다.

쌀재터널 산사태는 산림청 위험등급에서 3등급지에 해당하고 이는 주로 집중호우나 태풍이 타격하게 되면 안전한 지역으로 판정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라고 박 교수가 밝혔다.

집중호우와 지질이 원인이라고 밝힌 박재현 교수는 "쌀재터널 산사태가 나기 전 인근 함안지역 강우량이 많았고, 한 해 동안 강우량의 절반가량이 그 직전 두 달 사이에 내렸다. 집중호우와 지질적 요인으로 보인다"라며 "계곡부 옆에 붕락지의 점질토가 많은데 그런 지역에서 지하수 유출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건설환경공학, 동명이인)는 "우리나라 산은 급경사가 많고, 산사태는 강우량과 영향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산사태는 계곡 쪽에서 발생하는데 쌀재터널은 능선 지역에서 발생한 게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흔히 산사태 발생지역 경사도는 48~70%로 급경사로 분석되고, 임도 근처에 기반암이 노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임도 상부면에 토사들과 물이 저류됨으로써 함수량 증대로 성토층 밀림현상에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한다"라며 "한번 파괴가 발생하면 급경사에 쌓인 모래, 돌, 쓰러진 나무들이 하류까지 한번에 쏟아져 내린다"라고 부연했다.

쌀재터널에 대해 박 교수는 "산사태 위험지도 우심지역에서 벗어나 있고, 임도가 원인인 게 분명하다"라며 "임도 사업에 대한 새로운 방향 모색이 필요하다"라고 제시했다.

산불 확산 원인이냐, 아니냐
  
 최병성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장이 16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산림청 임도정책,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 윤성효
 
임도가 산불을 더 번지게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오마이뉴스>에 임도와 산불의 관계를 현장 취재와 자료를 통해 기사를 써오고 있는 최병성 초록별생명평화연구소장은 "산림청은 임도가 산불진화의 비밀병기라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라며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한 함평, 대전, 안동 등 여러 산불을 보면 임도 주변만 다 타버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산불은 1km를 날아다닌다고 할 정도다. 소방관들한테 임도에 들어가서 산불 진화를 하느냐고 물으면 못 들어 간다고 말한다"라며 "산불이 나면 임도보다 더 넓은 도로가 있지만 산불을 끄지 못한 지역이 많다. 지난해 3월 발생한 울진 산불은 임도, 도로, 고속도로가 있어도 바다에 이르러 다 태우고서야 스스로 꺼졌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봄에 발생한 합천-하동 산불을 비교한 그는 "합천 산불은 임도 주변으로 모두 불에 탔다. 그런데 산림청은 임도가 있어 산불을 껐다고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라며 "하동 산불은 임도가 없지만 불에 탄 활엽수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대형산불 현장에는 숲가꾸기로 잘린 수년 동안 반복해 잘린 활엽수들을 볼 수 있다. 활엽수가 잘려나가면서 대형산불의 원인이 되고 있다"라며 "소나무만 남기고 다른 나무들은 다 베어내 버리는 숲가꾸기로 인해, 바람의 통로가 되면서 산불이 더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최병성 소장은 "미국, 일본, 중국은 우리와 다른 산림 정책으로 산불을 크게 줄이고 있다"라며 "임도는 시한폭탄이다. 임도는 산사태만 일으키는 게 아니라 산불을 확산시키는 재난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산불일 진화도 못하는 임도로 인해 국고는 거덜나고 대한민국은 재난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라며 "산림 정책에 대한 전면 개편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강명효 경남도 산림관리과장은 "최근 산불재난 대응을 위해 임도는 지상진화의 핵심시설이고, 산림휴양과 산림레포츠 등 다목적 기능으로 활용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임도 밀도는 임업선진국의 1/6~1/14 수준에 불과하고, 해외에서도 임도가 산불 진화의 역할을 한 사례가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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