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공포에 출렁인 유가·금융시장…추경호 "유류세 인하 연장"
16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쳤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간 무력 충돌의 확산 가능성이 부각되며 전쟁 초기 잠잠하던 국제 유가가 다시 출렁인 데 따른 여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91포인트(0.81%) 떨어진 2436.24에, 코스닥지수는 12.24포인트(1.49%) 내려간 810.54에 거래를 마감했다. 양 지수 모두 2거래일 연속 내려갔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2.03%),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46%) 등 아시아 증시가 동반 부진을 면치 못했다.
원화값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3.7원 떨어진(환율은 상승) 1353.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3일 전 거래일 대비 11.5원 떨어진 1350원을 기록한 데 이어 2거래일째 내림세다.
전쟁 확전 가능성이 커진 지난 주말부터 국제 유가가 5% 이상 치솟은 여파다. 전쟁 발발 초기에는 이스라엘이 산유국이 아닌 만큼 세계 원유 공급망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전쟁 확전 가능성이 제기되며 국제유가는 오름세로 방향을 틀었고, 금융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내의 대규모 작전을 예고하는 등 전쟁 상황이 악화하자 국제유가가 급등했다”며 “이러면서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금융시장 불안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이스라엘 전쟁과 관련한 시나리오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이란이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35%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최고 15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이코노믹스도 이란의 전쟁 참전 현실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수 있고, 세계 물가는 내년 1.2%포인트 오른 6.7%에 달할 수 있다고 봤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국 CBS에 “이란이 어떤 형태의 직접 개입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사태 확산 우려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고 달러 강세는 더 확대되면 국내 금융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라며 “원화 가치가 최근 유가 추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이번 주 내에 달러당 137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원화값은 지난 4일 종가 기준 연저점(1363.5원)을 기록했는데, 이른 시일 내에 경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대응에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10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천연가스 유가연동보조금을 연말까지 한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스라엘 전쟁 여파 관련 “상황에 따라 국제유가 급등과 이로 인한 실물경제 및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있다”라며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24시간 금융·실물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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