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김용호의 죽음, 그의 시대는 계속되고 있다

이진민 2023. 10. 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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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허위사실 유포'로 막대한 수입 얻는 유튜버들

[이진민 기자]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씨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심 선고심에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한때는 기자였고, 이후에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와 <김용호 연예부장>을 오가며 유튜버로 살아온 한 사람이 지난 12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열린 강제 추행 사건 재판에서 유죄 판결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로 다음날이었다. 더불어 그는 연예인을 협박해 수억 원을 받아냈다는 혐의로 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주인공 김용호씨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선택을 하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게 되었다. 수사할 대상이 사라졌으니, 수사를 중단한다는 의미다. 김씨는 살아생전 연예계 및 정치권에 얽힌 허위 사실 보도와 자극적인 비난, 조롱으로 무고한 피해자들을 고통에 빠트리는 데 평생을 매진했다. 그러나 아무런 죗값을 치르지 않은 채 떠난 한 사람의 죽음은 어느 소설에 나온 문구처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났던 이유

김씨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김용호 연예부장>에서 연예인과 정치인에 관한 허위 사실 유포로 여러 차례 고소·고발을 당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과 가수 김건모의 전 부인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외에도 유명 연예인과 명예훼손으로 법적 공방을 벌였으며 개표 부정 음모론 등으로 후원금을 모금하다가 반환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SNS와 인터넷의 발달로 가짜뉴스가 빠르게 확산하는 시대에 김씨는 '사이버 렉카'로 영향력을 발휘했다. 마치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신속히 달려가는 견인차(렉카)처럼 각종 사건사고마다 자극적인 문구와 이미지를 앞세워 가짜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김씨는 단연 선두를 달렸다. 김씨가 만든 가짜뉴스와 원색적인 비난은 수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여 막대한 수익을 보장했다.

김씨가 몸담았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와 <김용호연예부장>은 각각 80만, 60만 명의 구독자 수를 확보했다. 자극적인 이미지와 함께 '충격 단독' 등의 제목으로 영상을 업로드 하면 조회수는 수백만을 상회했다. 김씨는 유튜브 채널의 조회수뿐만 아니라 '좋아요' 수와 라이브 방송 시 시청자로부터 직접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슈퍼챗' 기능으로 수익을 벌었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슈퍼챗 수입 100위권 안에 김씨가 운영했던 <가로세로연구소>와 <김용호 연예부장>이 모두 포함되었다. 그 밖에도 이들은 구독 후원 계좌를 열어 채널 구독자들에게 따로 후원받기도 했다.

그의 영상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기정사실화되었다. 영상 속 그의 발언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이 많았으며 개인적인 생각이거나 풍문에 근거한 이야기였지만, 해명은 오로지 피해자의 몫이 되었다. 원치 않게 억울한 누명을 쓴 유명인들은 일일이 허위사실을 해명해야 했고 누명을 벗기 위해 김씨와 법정 공방을 벌여야만 했다.

김씨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20년부터 연예인들을 협박해 자신이 유튜브에서 부정적인 내용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에 김씨는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있었으나, 끝내 사망했다.

지금은 '사이버 렉카' 전성시대

김씨는 떠났으나, 사이버 렉카의 시대는 여전하다. 특히 다른 유튜브 채널과 달리, 단순히 기성 언론 보도 내용을 요약하거나 사실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높은 조회수를 확보할 수 있기에 '사이버 렉카' 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게다가 김씨가 채널을 운영했던 방식처럼 구독 후원 계좌 외에 별도의 유료 커뮤니티를 운영하기도 한다.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는 유명 아이돌에 대한 성형 의혹, 불화설 추측 등을 제기하며 최다 주회수 400만을 기록한 대표적인 '사이버 렉카'다. 해당 채널은 특정 연예인에 대한 의혹을 제보하거나 원하는 영상 제작을 신청할 수 있는 유료 멤버십을 운영하여 비판받았다. 즉, 사이버 렉카의 이익 창출 방식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사이버 렉카를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은 미흡하다. 현행법상 유튜브는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가 가능하지만, 삭제나 접속 차단 시정 요구에만 제한된다. 또한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 따르면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하지만, 대부분 벌금형 선고에 그친다는 것이다.

문제는 사이버 렉카의 지대한 영향력.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될뿐더러 기성 언론의 양분이 되기도 한다. 특히 기성 언론이 사이버 렉카가 제기한 의혹을 사실 검토없이 보도하거나 클릭 수를 위한 어뷰징 기사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사이버 렉카의 루머가 그럴듯한 '팩트'의 탈을 쓰게 되었다. 법적 처벌 외에도 사이버 렉카에 대한 언론 및 대중의 자정적인 능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이버 렉카에 칼 든 EU

성장 중인 '사이버 렉카' 시장에 해법이 없는 건 아니다. 유럽 연합은 지난 8월부터 SNS 규제법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시행했다. 유해 콘텐츠를 신속히 제거하는 시스템과 위험 요인 분석 및 명확 표기를 요구한 법안으로 위반할 경우, 최대 글로벌 매출액의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이에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최근 벌어진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에 관해 '특별운영센터'를 구성하며 유해적인 콘텐츠에 대응하고 있다.

사회에 '가짜'를 퍼뜨려 살아가는 사이버 렉카. '가짜'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이는 피해자 개인에 대한 모독이자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은 '신뢰'의 명제를 해치는 일이기도 하다. '가짜'를 퍼뜨리던 그의 죽음이 사회에 '진짜'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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