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김신욱 개인전 '보물섬'·안젤름 키퍼 '가을 Herbst' 外
편집자주 - 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김신욱 개인전 '보물섬: 출몰하는 유령들' = 뮤지엄한미는 김신욱의 개인전 '보물섬: 출몰하는 유령들'을 삼청별관에서 개최한다.
관찰과 수집을 통해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영역을 사진으로 탐색, 기록하는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는 전작 '네시를 찾아서 In Search of Nessie'(2018~2020)에서 스코틀랜드 네스호에 산다는 전설 속의 괴물 ‘네시’를, '단절의 망탈리테 Mentality of Disconnection'(2021~ )에서 ‘한국호랑이’와 ‘동해북부선’ 등을 추적하며 특정 대상과 장소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그 진위와 상관없이 생명력을 갖고 지속하는 방식에 대한 궁금증을 작업의 주된 테마로 삼아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약 1년 반 동안 작가가 한반도 남단과 주변의 섬들을 돌아다니며 작업한 신작 '보물섬'의 주요 작품 20여 점과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보물섬' 작업의 모티브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제정 러시아 발트 함대 소속 군함 드미트리 돈스코이호가 2018년 보물선으로 다시 출현해 사기행각에 이용된 기사에 주목하면서 출발한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유령과 같은 동해 바닷속 침몰한 보물선이 현실 세계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궁금증을 품은 작가는 보물선 소문의 근거인 태평양 전쟁의 흔적을 탐색하는 여정을 선사한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뮤지엄한미 삼청별관.
▲손지영 개인전 'Schattenwald [샤텐발트] ; 그림자 숲' = 페이지룸8은 20일부터 손지영 작가의 개인전 'Schattenwald'([샤텐발트]; 그림자 숲)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한국에서의 작업 활동과 독일 유학 생활에서 천착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주제를 해가 지면서 ‘산’이라는 대상 자체가 그림자로 바뀌어 보이는 것에 주목하여 자신만의 회화와 입체 작품을 통해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작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빛과 어둠, 실재와 그림자 등으로 하나의 큰 맥락에서 파생되는 소주제로 이어진다. 조각을 전공한 작가는 이러한 주제 사이에서 대상의 입체감과 평면성을 어떤 개념으로 접근하고 해석하는지를 다양한 예술 장르를 통해 형상을 변주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입체와 회화는 작가가 일상에서 경험한 시각적 장면으로부터 모티프를 가져온 점이 흥미롭다. 2022년 경남창작센터에 입주한 작가는 당시 낮에 산책하며 본 산과 밤에 본 산이 동일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빛이 어둠이 되면서 거대한 입체감이 무색하게도 완전한 평면으로 변해 보이는 장면이 극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그는 그림자의 깊이를 프러시안블루 유화 물감을 여러 겹으로 칠하여 밤을 재현한 검은 톤으로 구현한다.
그리고 전시공간인 페이지룸8에서 보이는 북악산과 인왕산의 윤곽과 산의 단면을 상상하여 돌을 캐스팅한 조각을 실제로 잘라 그 단면을 노출한다. 이렇게 작가는 안팎에서 달리 보이는 숲처럼 빛과 어둠에 존재하는 그림자가 대상을 가리거나 드러내면서 변하는 시각적 형상을 예술적 개념과 재료적 측면에서 탐구하고 있다. 전시는 11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로 페이지룸8.
▲안젤름 키퍼 '가을 Herbst' = 현대미술의 거장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국내 첫 미술관 전시 '가을 Herbst'이 2024년 1월 31일까지 대전 헤레디움에서 열린다.
안젤름 키퍼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으로부터 조르주 브라크 이후 최초로 영구 설치 작품을 의뢰받는 등 세계 미술사의 중심인물로 꼽히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사랑한 오스트리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R. M. Rilke, 1875~1926)로부터 영감을 얻어 제작한 17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특히, 국내에 공개된 적 없던 신작도 함께 공개되며, 키퍼가 국내에서 진행한 전시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작가는 가을의 심상을 진흙, 벽돌, 납, 나뭇잎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 입체적으로 표현해냈다. 작품 곳곳에서 보이는 낙엽의 형상은, 잎사귀의 ‘끝’을 뜻하는 동시에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준비하는 ‘시작’의 의미를 내포한다.
특히 “폐허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안젤름 키퍼의 작품 메시지는, ‘헤레디움’의 공간적 의미와 맞닿는다. 전시가 진행되는 대전의 헤레디움은 전쟁 이후 폐허가 될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을 복원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전시에는 배우 소유진이 참여한 스페셜 오디오 가이드와 더불어 전문 에듀케이터가 진행하는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전시는 2024년 1월 31일까지, 대전 동구 인동 헤레디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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