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눈물의 회견…尹대통령 향해 "與 묵언 수행 저주 풀라"

배재성, 이세영 2023. 10. 1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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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에 변화와 쇄신을 촉구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담한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선다”며 “국정 운영의 방식이 엄석대처럼 투박하지 않기를 바랐고 간신배들의 아첨 속에 대통령께서 벌거숭이 임금님과 같이 되지 않기를 기대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제 의총에서 많은 사람이 의견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런데 꼭 해야 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이렇게 민심의 분노를 접하고 나서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당은 더는 대통령에게 종속된 조직이 아니라는 말을 하는 것이 그렇게도 두려우시냐”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 도중 채상병 사망사건과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 관련 발언을 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이 전 대표는 “선거 패배 이후 며칠간의 고심 끝에 나온 목소리가 다시 한번 ‘당정 일체의 강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검사동일체의 문화를 정치권에 이식했다는 이야기를 들어가면서까지 일체의 다른 의견을 탄압해놓고도 아직까지도 당정 일체가 부족하시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보여준 공천권자만 바라보는 구태정치로 수도권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보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정 기조 쇄신과 더불어 여당에 걸어둔 묵언수행의 저주를 푸는 ‘결자해지( 結者解之)’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내부총질이라는 단어로 여당 내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막아 세운 당신께서 스스로 저주를 풀어내지 않으면, 아무리 자유롭게 말하고 바뀐 척 해봐야 사람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수사를 막아 세우는 것을 넘어 집단 린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홍범도 흉상 이전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를 여당이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연구개발(R&D) 예산 축소 중단, 수가 현실화를 통한 의대 정원 확충, 교권 회복 등에도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 중 해병대 채모 상병, 서이초 사건 등을 이야기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채상병 사망 관련 발언을 하다 울먹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에 대해 당이 즉각적으로 중단 견해를 밝혀야 하고, 오늘부터 국회 여당 내에서 누군가가 박정훈 대령이 다시 채 상병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직분에 충실할 수 있도록 소리를 높여 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흔히들 검사가 오류를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지만, 대통령께서는 더는 검사가 아니”라며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들을 인정하고, 대통령의 진실한 마음을 육성으로 국민에게 표현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좀 서툴면 어떤가.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것이 잘못되어 가고 있을 때, 그것을 뒤집고 승리에 도달하기까지 60일이면 충분했다”며 “우리에게 주어진 180일이면 어떤 색을 칠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의 시작은 대통령의 결단과 용기”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 후 허은아 의원 등과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회견 후 기자들에게 “이준석을 데려오지 않고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대통령이 지금의 정책 기조와 국정 기조를 바꾸지 않고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거취에 대해서는 오늘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당 지도부 인선에 대해선 “할 말은 많지만, 굳이 평가하고 싶지 않다. 지도부가 어느 정도 용기를 낼 수 있을지 많은 국민이 오래 지켜봐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제명을 목적으로 온라인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인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을 향해서는 “나는 아픈 사람 상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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