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업을 하려면 마을 조직 먼저 [마을학 各論]
[정기석 기자]
▲ 초리마을 무주 초리넝쿨마을의 마을공동체사업은 마을조직 협동조합이 책임진다. |
ⓒ 정기석 |
그런데 마을주민들끼리의 약속인 마을자치규약에 분명히 규정해 놓는다해도 마을공동체사업은 쉽지 않다. 목적대로 제대로 실행하고 완수할 마을주민들의 사업책임조직을 먼저 단단히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조직이 선행되지 않는 마을공동체사업은 모두 공염불이거나 헛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 하추리 마을조직(영농조합법인) 중심으로 마을공동체사업을 꾸려 대통령상까지 받은 인제 하추리마을. |
ⓒ 정기석 |
마을조직은 '교량형 사회적 자본'을 바탕으로
가령 농촌지역 개발사업 같은 마을공동체 사업을 벌이기 전에, 마을 주민 총회, 개발위원회, 추진 및 운영위원회 등 의사결정기구에서 충분한 논의와 토론과 숙의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 마을주민 등 이해당사자 사이에 충분한 합의와 총의에 이른 후, 주민 의사가 반영된 내발적이고 상향식의 주민 주도 계획에 따라 사업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이때 마을 주민 총회 등 주민 의사결정기구는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넘(Robert David Putnam) 등이 강조한 교량형(Bridging) 사회적 자본을 형성, 확충해주는 장치이자 메커니즘으로 작동해야 한다. 결속형(Bonding) 사회적 자본은 오히려 경계할 필요가 있다.
결속형 사회적 자본은 폐쇄적인 특성을 가진다. 동질성의 공유와 개인의 평판에 근거하고, 장소에 특화된 상호관계와 신뢰를 구축한다. 주로 가족, 친구, 친척 등을 연결하는 관계 요소로 작동한다.
▲ 예래마을 운영위원회 중심의 제주도 예래생태마을의 마을조직도. |
ⓒ 정기석 |
따라서 농촌 지역 개발 등 마을공동체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핵심 주체인 행정과 주민 사이의 파트너십을 맺어주고, 지역사회 단위의 협력체제(지자체, 기업, 대학, 연구소, 전문가 등)를 이어주는 교량형 사회적 자본이 충분히 준비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행정, 주민, 전문가 등 이른바 마을공동체 사업의 핵심 3주체가 참여, 교육, 컨설팅 등을 통해 마을공동체 사업의 계획 및 개발에 필요한 사회적 자본을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도록 지역단위의 사업조직으로서 주민이 직영하고 자치하는 중간지원조직을 구축해야 한다.
대동계에서 농민회까지 마을과 지역을 잇는 조직
대개 농촌 마을은 마을회,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개발위원회, 영농회 등의 조직으로 편제된다. 정부의 지역개발사업이 시행되는 마을에는 별도의 사업추진 및 운영 조직으로 추진위원회(운영위원회)가 구성, 가동되는 경우도 흔하다. 소득사업 등 보다 생산적이고 체계적인 마을공동체사업을 위해서는 마을협동조합 등 마을기업을 따로 구성하기도 한다.
예로부터 마을공동체를 모두 아우르는 가장 높고 큰 조직은 대동계(大洞契)라 할 수 있다. 한마을 구성원 전체가 모여서 상호 간의 부조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마을조직이다. 사실상 마을총회의 역할과 기능과 다를 바 없다.
▲ 거북선마을 사천 거북선마을의 이장, 위원장, 사무장 등 마을 조직의 리더들. |
ⓒ 정기석 |
대동계에서는 매년 연말이 되면 마을의 한해 결산, 새해의 사업계획 등을 논의한다. 대동계의 회장인 이장을 비롯해 총무, 새마을 지도자, 각 반 반장 등이 임원으로 선출되어 운영된다. 한때는 한 해 동안 수고한 이장과 반장에게 사례하기 위해 집집마다 '모조'라고 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런 관행은 이후 정부에서 이장 활동비를 지급한 이후 사라졌다.
농촌지역에서 마을을 넘어 지역을 이어주는 대표적인 조직은 '농민회'일 것이다. 농민회는 경제협동조직인 농업협동조합이나 작목반 등과 달리 농민층의 사회적 지위향상과 권익 확보를 목표로 농민이 결성한 농민운동조직이다.
1972년 한국가톨릭농민회의 결성에서 비롯해 1978년 전남기독교농민회 창립을 거치며 각 지역 농민이 스스로 결성한 군단위의 농민회가 속속 조직되었다. 마침내 1990년 4월 74개의 군농민회를 통합해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발족됐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1989년 12월에 창립되었다.
농촌의 대표적인 여성단체로는 '생활개선회'를 들 수 있다. 농촌 생활의 과학화·합리화로 생활의 질을 향상하고 누구나 살고 싶은 삶의 터를 조성하려는 목적의 농촌여성단체이다. 농촌생활환경개선, 농작업 환경 개선, 농촌여성소득활동, 영농기술습득 및 농업경영능력 함양, 전통문화 계승, 도농 교류 활성화, 우리 농산물 가공 및 전통 식문화 계승 등의 활동을 한다.
농업조직으로는 '작목반'이 중요한 마을조직이다. 채소·원예·축산·과일 등의 작목을 중심으로 결합하기 때문에 다른 생산조직과 달리 마을(자연부락)의 범위를 넘어서 단지를 기준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조직은 작목반장을 비롯해 부반장 또는 총무와 작업·판매·구매·기술 조장 등을 두어 조장을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영농기술의 도입, 영농자금의 조달, 공동구매 및 판매, 공동작업 등이 주요 사업이다. 작목반원들은 회비나 공동출하 시 일정 비율의 공제를 통해 공동기금을 마련해 필요한 시설의 공동구입 등에 사용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걱정되는 군대 상황... 대통령이 시가행진 박수칠 때 아니다
- [단독] 포항지청 검사 2명, '채 상병' 경찰 이첩 전에 9번 전화
- 남의 아내 귀에 대고 "공산당이 싫어요"라니
- 4형제·국내 잠입·예술... 독립운동가 이육사와 정율성의 공통점
- "XX하고 자빠졌네" 후폭풍...안철수·이준석 싸움, 점입가경
- 이게 무슨 일... 핸드폰 없이 원룸 화장실에 갇혔다
- 눈물 흘린 이준석이 윤 대통령에게 띄운 노랫말
- "안전대신 '건폭놀이'만..." LH 검단 부실시공 맹폭
- '아직'이란 이정미, 분출된 사퇴 요구... 혼돈의 정의당
- 부마항쟁 기념식 윤대통령 불참, 차관 대독하자... "마산 우습게 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