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 숟가락 얹은 '놀면 뭐하니?' 찬물 제대로 끼얹었다

김종성 2023. 10. 1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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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MBC 드라마 <연인> 파트2

[김종성 기자]

 MBC <연인> 파트2의 한 장면
ⓒ MBC
병자호란 이후 조선의 백성들은 참담한 삶을 살아야 했다. 볼모로 잡혀온 소현세자를 비롯해 수많은 민중이 청나라에 포로로 끌려갔다. 소현세자와 조선 대신들은 직접 농사를 지으라는 청의 굴욕적인 지시를 따라야 했다. 끌려간 백성들은 노예시장에 상품으로 전시됐고, 도망치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뒤꿈치를 잘리기도 했다. 그뿐이랴. 남겨진 백성들은 온갖 수탈에 시달려야 했다.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MBC 드라마 <연인>이 파트2로 돌아왔다. 11회에는 전쟁에서 패한 조선 백성들의 참상이 그려졌다. 길태(안은진) 역시 예외는 아니었는데, 그는 손발이 묶인 채 납치되어 심양까지 오게 됐다. 장현(남궁민)은 표면적으로는 조선의 포로를 청으로 보내는 '포로 사냥꾼'이 됐지만, 실제로는 그들을 구하는 이중 생활 중이었다. 

11회 말미에는 두 남녀 주인공의 안타까운 재회 장면이 그려졌다. 장현은 청으로 끌려와 고개를 숙인 채 벌벌 떨고 있는 길채를 목격했지만, 당장 손 쓸 도리가 없어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시청자들은 애가 타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장현과 길태의 엇갈린 운명에 눈시울을 붉혔다. 과연 장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두 사람 앞에는 또 어떤 시련이 닥쳐 올 것인가. 

수탈에 시달리는 백성들 사이에 등장한 예능인?
 
 MBC <연인> 파트2의 한 장면
ⓒ MBC
 
이런 비장한 <연인>의 분위기에 (여러가지 의미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소현세자가 청의 치욕스러운 요구에 따라 직접 농사를 짓기 위해 준비하는 장면에서 유재석과 하하가 등장한 것이다. 둘은 농민 역할을 맡아 코믹한 연기를 선보였다. 이 장면은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와의 컬래버레이션였다. <놀면 뭐하니?> 시청자라면 14일 방송에서 촬영 장면이 방송되어 이미 눈치채고 있었을 것이다. 

유재석과 하하의 출연 분량에 대해 시청자 의견은 엇갈렸다.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드라마에서 깨알같은 재미를 줬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분위기를 깬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리냐고 한다면 후자 쪽이다. 물론 드라마에 숨구멍 같은 장면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지 않아 생뚱맞다는 평가가 많았다. 더구나 하하의 긴 대사 처리는 아쉬움을 남겼다. 

드라마와 예능의 컬래버레이션은 이제 흔한 일이다. 드리마 홍보를 위해 예능에 출연하는 건 기본이고, 반대로 큰 반향을 얻고 있는 드라마에 예능 출연자들이 감초 역할로 출연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2008년 <무한도전>과 드라마 <이산>일 것이다. 당시 <이산> 촬영 장면을 담았던 <무한도전>의 '이산 특집'은 시청률 31.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때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었던 걸까. 덕분에 시청률은 4.8%로 전 회(3.9%)에 비해 상승했다. 특히 보조출연을 마친 멤버들이 감사 인사를 나누는 장면은 순간 시청률이 7%까지 올랐다. 하지만 여론의 반응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은 부담이다. '작품 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잘나가는 드라마에 기대어 시청률을 높이려고 하냐'는 지적은 뼈 아팠다.

<무한도전> 전철 밟으려는 <놀면 뭐하니?>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물론 협업은 할 수 있다. 다만, 윈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극 촬영 현장에 투입된 <놀면 뭐하니?> 멤버들의 활약상은 예능적으로는 재밌었을지 모르지만, 비장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 아쉬웠다. 게다가 사극과의 컬래버를 시도한 <놀면 뭐하니?>의 행보는 15년 전 <무한도전>을 떠올리게 했다. 가뜩이나 <무한도전>의 그림자를 밟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PD 교체, 출연자 변경 등 초강수를 둔 <놀면 뭐하니?>는 재정비 기간 후에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더 어수선해졌다. '이러려고 PD를 교체하고, 정준하와 신봉선을 하차시켰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차라리 정준하와 신봉선이 남아 있었다면 연기적인 측면에서는 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으리라. 

기대가 컸던 걸까. 초반 몇 회는 새로운 멤버십 구축을 위한 유예 기간이었다고 해도 여전히 신선함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이 아쉽다. 결국 지난 주에는 '가을 음악회'를 열었고, 다음 회에는 JS 엔터 대표 유재석이 메인 보컬을 찾아다니는 이야기가 그려질 예정이다. 결국 음악 예능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놀면 뭐하니?>의 변화를 기대했지만, 여전히 기획은 진부하고, 행보는 지지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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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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