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행' 이어 기은 '대구행?'…국책은행 이전설 '내홍'

김효숙 2023. 10. 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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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유치전 본격 '드라이브'
깊어지는 노사 갈등 '평행선'
수은·한은도 정치권 '먹잇감'
KDB산업은행(왼쪽부터)과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각 사

KDB산업은행 '부산행'에 이어 IBK기업은행의 '대구행' 목소리가 나오는 등 국책은행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자는 정치권의 외압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 계획을 앞두고 금융기관들을 유치하려는 지자체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면서다.

다만 국책은행 이전은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수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낮은데도, 정치권에서 표심을 위해 국책은행을 이용하며 노사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시는 최근 한 일간지에 "기업은행! 대구에서 만나요"라는 문구와 함께 기업은행의 대구 유치 관련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대구가 기은 본점이 들어설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대구가 중소기업 대표도시이며, 교통·물류의 최적지라는 점, 살기좋은 정주여건을 갖췄다는 점을 어필했다.

대구시는 이전부터 기은 유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대구시는 유치 희망 공공기관 23곳 중 기업은행을 최우선 유치 기관으로 선정하고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7월 국민의힘과 연 대구·경북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기은 대구 이전을 당 지도부에 요청한 바 있다.

기은 본점을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2020년 8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대구 지역 의원 10명이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발화됐다.

그러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산은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자 또 다른 국책은행들 이전 가능성도 나오기 시작했다. 대구시가 구체적으로 행동에 움직이자 논란은 과열되는 분위기다.

기은 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했다. 기은은 상장기업인 만큼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 손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은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대주주이지만 소액주주도 30% 이상"이라면서 "만약 지방으로 이전한 후 주가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누가 책임질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알고도 방임하면 배임죄이고 최악의 경우 소액주주들에게 제소를 당할 수도 있다"며 "중소기업이 많고 교통물류가 편하며 도시 인프라가 잘 구축 된 곳은 바로 서울"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산은도 대통령 공약이었던 본점 부산행이 작업이 추진되면서 노조와의 불화를 키웠다. 국토교통부는 산은을 공공기관 이전 대상으로 지정했고, 산은은 모든 기능과 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안을 금융당국에 보고했다. 행정 절차는 마무리 됐고 한국산업은행법의 개정만 남겨둔 상태다.

산은 노조는 직원과 협의 없이 본점 이전을 강행했다며 정부와 사측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를 취하고 이와 함께 매일 아침 이전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앞으로 공공기관 2차 이전 대상 선정 여부를 두고 국책은행 이전을 둘러쌀 논란이 더 커질 계획이다.

부산시는 산은뿐 아니라 한국수출입은행 이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서병수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지난해 한국수출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법률안을 발의한 데 이어 박형준 부산시장도 후보 시절 수은 본점 이전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강원도에서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본점을 춘천으로 이전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선결과제는 물론 법 개정 절차 등 실제 이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우선 국토교통부로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대상지에 선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공공기관 2차 이전 대상은 당초 360곳에서 500곳 이상으로 확대를 검토 중이지만 유치 경쟁 과열과 갈등이 우려돼 현재 내년 총선 이후로 발표를 연기했다.

국회 법 개정도 쉽지 않다. 역시 대통령 공약인 산은 이전도 더불어민주당과 노조의 반대에 막혀 내년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지역구 표심을 위해 공공기관 이전 약속을 쏟아내고 있다"며 "금융의 핵심은 한 곳에 모여서 내는 집적 효과인데 정치권에서 표심을 위해 국책은행을 이용하며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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