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이란 이정미, 분출된 사퇴 요구... 혼돈의 정의당

박소희 2023. 10. 1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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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패해도 대표단 사퇴도 못해" 곳곳에서 반발하지만... 지도부 "11월 노선 재신임받겠다"

[박소희 기자]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가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함께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자신의 사퇴 의사와 함께 이정미 대표 등 현 지도부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등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류호정 의원실 제공
         
"이정미 대표가 공식회의석상에서 '이번 강서 선거 결과가 총선의 지지율은 아닐 수 있다고 했다. 굉장히 잘못된 진단이다. 1년 가까이 당을 운영해오면서 받은 성적표인데, 이를 부정하는 것 자체가 현실 인식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가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정의당 대표직을 내려놓음과 동시에 정의당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했다. 김 대표는 '1.83%'라는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득표율을 두고 "도저히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참담하게 패배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아프더라도 이 뼈아픈 실패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했다.

"'졌잘싸'도 못할 정도... 지도부, 전원 사퇴해야"

김 대표는 "정의당 청년 대표인 저부터 책임지겠다. 저는 오늘 청년정의당 대표를 사퇴한다"며 "이정미 지도부는 총사퇴를 통해 가장 큰 책임과 가장 큰 변화를 말해야 한다"며 "그것이 당원들이 선출한 지도부의 마지막 도의"라고 주장했다. 또 "이 대표는 임기 내내 정의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현재 정의당은 대표단 사퇴 하나 결의하지 못할 만큼 '우리만의 리그'에 갇혔다"며 "이정미 지도부는 전원 사퇴를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한 류호정 의원은 '지도부 사퇴 후 대안이 있는가'란 질문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면 사퇴하는 게 맞다"며 "'대안이 없기 때문에 물러날 수 없다'는 건 (당에) 걸림돌이 되는 행위"라고 답변했다. 그는 "다른 당을 보면 사실상 선거를 주도했던 대통령 혹은 김기현 대표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고, 임명직 당직자들만 사퇴하는 상황을 보고 정말 책임 없다고 한다"며 "정의당도 그런다면 과연 그들보다 더 나은 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나"고도 말했다.

박원석 전 의원 등이 참여하는 정의당 내 '대안신당 당원모임'도 같은 날 "이정미 지도부 총사퇴가 전면적 노선 전환의 출발"란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강서보궐선거는 정의당에 대한 시민들의 마지막 경고"라며 "양당정치의 벽이 아니라 관성에 갇힌 정의당의 벽이 더 높았던 결과가 아니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참담한 선거 결과 앞에 내놓은 쇄신책이 '한 달 뒤 대의원대회에서 총선지도부 구성 후 사퇴'"라며 "대단히 무책임하고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지금 내놓은 안이한 수습책으로 6개월 뒤 총선에서 이번 선거와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는지 당 지도부와 의원들께 묻고 싶다. 도전도 변화도 없는 자강은 실패했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하던 대로 하겠다는 지도부에게 더는 당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전국위 권한까지 위임받는 전권 비상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혁신, 재편, 확장'으로 나아가는 당의 노선 전환과 총선 지휘 책임을 맡겨야 한다."

또 다른 정의당 내부모임 '세 번째 권력' 역시 "선거 패배의 원인은 이정미 대표가 스스로 인정한 대로, 이정미 대표와 지도부 자신"이라며 "선거 평가도, 노선 전환도, 재창당과 신당 창당도 그 첫 걸음은 지도부 사퇴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대안 없는 사퇴는 무책임'이라는 변명은 변화에 대한 거부"라며 "처참한 패배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 남는 것은 바로 대안 없는 몰락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10.16
ⓒ 연합뉴스
 
다만 '대안'을 둘러싼 정의당 내부 견해 차는 작지 않다. 김창인 대표는 "정의당 입장에선 크게 세 가지가 주된 토론거리였다"며 "자강론이라는, 정의당 중심으로 돌파해보자는 의견과 제3지대론, 그리고 진보당을 비롯한 진보정당들과 통합하자는 의견인데, 그동안 자강론을 중심으로 당을 운영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자강론이 실패했다는 게 드러났다면, 최소한 남은 두 가지 의견을 갖고 논쟁하고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안신당 당원모임도 '일단 토론부터 하자'는 쪽이다. 이들은 "오는 18일 정의당의 길을 모색하는 긴급토론회를 개최한다"며 "아울러 전국 각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지역위원장들에게 '전국지역위원장 비상회의'를 제안드린다"고 했다. 반면 세 번째 권력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모든 것이 확인됐다. 자강론은 실패했고, 진보통합론은 불가능하거나 실효성이 없다"며 "정의당은 양당 대안세력을 통합하고 제3당 건설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명확히 주장하고 있다.

현역 의원 6명들도 생각이 다 다르다. 류호정 의원은 "의원단은 '지금 상황이 굉장히 심각하다. 외부에서 뿐만 아니라 당원들이 갖고 있던 마지노선도 무너진 결과를 받았다. 엄중한 상황이다'라는 점을 모두 함께 확인했다"면서도 "저 같은 경우는 '방향 전환을 전면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어떤 의원은 '그래도 정의당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선거였다'고 말했다. 굉장히 상황 인식 자체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고 전했다.

지도부 "이견 있지만... 혁신안 마련이 책임 다하는 길"

이정미 대표는 직접 말하지 않았지만 김희서 수석대변인의 브리핑으로 '사퇴는 아직'이라는 의중을 재차 드러냈다. 김 수석대변인은 16일 오후 "정의당은 혁신의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한 달 남은 혁신당대회에 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선거 이후 대표단, 의원단과 광역시도당 위원장단 회의를 진행하며 당의 진로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며 "이견이 없지는 않지만, 당의 근본적 혁신을 요구하는 민심과 진보정치 존망에 대한 위기감은 깊이 공감했다"고 발표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현 지도부가 정의당의 근본적인 변화와 쇄신의 구체적인 안을 예정된 당대회에 내놓고, 혁신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당원과 국민들 앞에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일정을 신속히 추진하여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노선변화와 총선 지도부 구성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당원들과 국민들 앞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도부는 노동과 녹색, 지역정치의 연대라는 기존 노선을 당대회에 선보여 재신임을 받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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