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또 술 먹으면 개다…" 사람은 정말 안 변할까? [별별심리]

신소영 기자 2023. 10. 1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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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에게 관대하고 유혹이 다가오면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경향이 있어서 쉽게 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사람은 절대 안 변한다’. 가령 심한 숙취로 고생한 뒤 다시는 술을 안 먹겠다고 다짐하지만, 머지않아 술에 절어 있는 모습을 볼 때처럼 말이다. 연인‧부부간의 관계에서도 안 좋은 습관을 개선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할 때가 많다. 심지어 뉴스를 통해 범죄자들의 재범 소식 등을 접할 때면 씁쓸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더 확실시하는 것만 같다. 사람은 정말 변할 수 없는 걸까?

◇자기 합리화, 현재의 만족 즐기는 풍조 영향
누구나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꿈꾸지만, 항상 작심삼일에 그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남에겐 엄격하지만, 자신에겐 관대한 인간의 성향 때문이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인간은 생각보다 우유부단하고 충동적이다"며 "유혹이 다가오면 순간적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즉, 목표와 계획을 세워도 즉시 실천에 옮기는 대신, 순간적인 만족을 위해 편안하게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하는 것이다. 임 교수는 "진화심리학적 관점으로 볼 때도 어찌 보면 게으른 것이 인간의 본성일 수 있다"며 "하지만 자신에 대한 동기부여나 채찍질, 노력을 통해 본성을 바꿔나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사회적인 영향도 있을 수 있다. 유혹을 이기려면 동기부여가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이 많은 현대 사회의 모습을 보면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면 뭐해"라고 실망하며 발전하고자 하는 노력이 시드는 것이다. 임명호 교수는 "자신의 희생이나 양보, 노력으로 진취적인 성장을 한다는 것은 현재 가치를 많이 잃어버리고 퇴색됐다"며 "그보다는 작더라도 지금 당장의 만족과 행복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는 풍조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는 특성은 무의식적인 생각, 행동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가천대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정신 활동은 사실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경험과 기질, 유전적 요인 등이 절묘하게 합쳐진 것"이라며 "이것이 의식적인 생각과 행동에도 계속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뇌에서는 늘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욕구와 억누르는 것 사이에서 '할까? 말까?' 갈등할 때가 많다. 하지만 무의식에 숨겨진 생각과 느낌 때문에 늘 하던 대로 반복적인 습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성격(character)은 변할 수 있어… 자기 통제가 중요
하지만, 사람이 100% 변하지 않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사람은 변하는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규만 교수는 “복합체인 사람의 인격은 크게 두 부분, 즉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기질(temperament)과 살아가며 겪는 경험 등에 의해 만들어진 성격(character)으로 이뤄져 있다”며 “급한 성향이나 다혈질 등의 타고난 기질은 쉽게 바뀔 수 없지만, 후천적으로 학습된 특정한 행동 양식은 어느 정도 수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사람이나 대상에 대한 가치관이나 생각, 태도 등은 바뀔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가치관을 새로 정립해 개과천선하는 사람이 있고, 중독돼버린 술이나 담배를 완전히 끊는 사람도 많다. 이는 살아가며 얼마나 학습을 받고, 얼마나 자기 행동을 통제하느냐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한규만 교수는 "아이의 버릇없는 행동에 교육하고 훈련하면 점점 고쳐지는 것처럼 자기통제는 훈련하면 훈련할수록 좋아진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람이 변화한다는 것은 여러 외부환경적 영향을 받아 성격(character)을 고쳐나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는 게 첫 단계
그렇다면 정말 변하고자 할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규만 교수는 “자신이 잘못된 습관을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아차린 후에야 스스로 인지적인 중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서은 교수 역시 “자신을 알면 알수록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며 “그럼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을 의식으로 끌어올려 좀 더 의식적으로 자신의 삶을 조절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 후에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목표를 이루면 자신에게 상을 준다거나, 가족들이나 주변인들에게 목표를 공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럼 그들의 시선과 지지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평소에는 기본적인 ‘루틴’을 잘 지켜야 한다. 기상‧수면 시간, 야외활동 시간, 취미 활동 등을 정해 잘 지키면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오전에 30분씩 1주일간 산책하기’ 등 작은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다. 임명호 교수는 “일상적인 루틴을 만들고 거기서 작은 성취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며 “그럼 원하는 습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습관을 고치는 데는 평균 66일이 걸린다는 영국 런던대의 심리학 연구 결과가 있다. 최소 두 달 이상 새로운 습관을 반복해야만 습관에 적응하고 자연스레 실천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패하거나 포기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조서은 교수는 “지나친 완벽주의를 버리고, 실패해도 실패한 대로 편안하게 수용하고 계속 훈련을 이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나는 왜 변하지 않을까’ 비교하고 자책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현실적으로 판단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건강한 자아존중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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