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인물]바나나 재벌가 출신 에콰도르 '최연소' 대통령, 다니엘 노보아
정계 진출 2년 만에 대권 도전 성공
치안강화·경제위기 해결 등 과제 많지만
임기 17개월 불과해 사태 해결 난망
에콰도르에서 35세 최연소 대통령이 탄생했다. 에콰도르 대표 수출품인 바나나로 부를 일군 재벌가 출신의 중도우파 정치인 다니엘 노보아(Daniel Noboa)다. 임기가 1년여 남짓밖에 되지 않아 최근 에콰도르에서 마약 갱단이 세를 넓혀나가고 있는 가운데 치안 강화와 경제 성장을 외친 노보아 당선인이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국민민주행동(ADN) 소속 노보아 당선인은 이날 치러진 에콰도르 대선 결선 투표에서 52.3%의 득표율을 기록해 득표율 47.7%인 루이사 곤살레스(45) 시민혁명운동(RC)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1987년 11월생인 노보아 당선인은 에콰도르 최연소 대통령이다. 직전 기록은 1979년 당시 38세 때 취임한 하이메 롤도스 아길레라 전 대통령이다.
노보아 당선인이 정식 취임하면 세계적으로도 최연소 지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미국 조사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는 당시 세계 최연소 지도자를 가브리엘 보리치(37) 칠레 대통령으로 소개했다. 노보아 당선인은 보리치 대통령(1986년 2월생)보다 어리다.
이번 에콰도르 대선은 탄핵 위기를 맞은 기예르모 라소 현 대통령의 조기 퇴진으로 역사상 처음 보궐선거 형식으로 치러졌다. 이에 따라 노보아 당선인의 임기는 올해 12월부터 2025년 5월까지 17개월 남짓이다. 노보아 당선인은 2025년 대선에도 출마가 가능해 이번 임기 중 행보에 따라 향후 에콰도르 대선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보아 당선인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오늘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며 "에콰도르 가족들은 새로운 에콰도르를 선택했고 그들은 이 나라의 안보와 고용을 선택했다"고 당선 소감을 적었다. 그러면서 "폭력, 부패, 증오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나라를 재건하기 위한 작업을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버지 꿈' 대리 실현한 친기업 경제통 정치인노보아 당선인은 에콰도르의 대표 수출품인 바나나로 부를 일군 재벌가 출신의 친기업 경제통 정치인이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그는 부친의 지원을 받아 18세에 첫 회사를 차리는 등 어릴 때부터 경영 마인드를 갖추는 연습을 해왔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와 뉴욕대 등에서 공부했으며 이후 가족 회사로 들어가 경영 현장을 경험했다.
본격적인 정치 활동은 33살 때인 2021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지역구 산타엘레나)에 당선, 시작했다. 이후 불과 2년 만에 대권까지 거머쥔 그는 정치적 성향은 대체로 중도 또는 중도 우파로 분류된다. 차별 철폐나 성 소수자 권리 옹호 등 일부 이슈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적 면모도 보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노보아 당선인의 부친인 알바로 노보아(72)도 유명한 정치인이자 사업가다. 우선 알바로 노보아가 대표로 있는 그룹이 보유한 법인만 전 세계에 120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부유한 배경보다 알바로 노보아가 더 유명해진 건 그가 다섯 차례나 대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 결선에서 라파엘 코레아(60) 전 대통령에 패배했는데, 올해 대선에서 노보아 당선인과 결선에서 맞붙었던 곤살레스 후보가 코레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어서 이를 두고 '아버지의 꿈을 아들이 대리 실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콰도르 0순위 과제는 바로 '치안 강화'노보아 당선인은 당장 에콰도르의 치안 문제와 경제 위기 해결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최근 에콰도르는 코카인 등 마약을 생산하는 국가인 페루와 콜롬비아 사이에서 미국, 유럽으로 마약을 밀매하는 밀매업자들의 경유지로 찍힌 상태다. 이로 인해 최근 수년간 도심 한복판에서 납치와 살해 등 강력 범죄가 발생하고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나 교도관과 경찰이 인질로 잡히는 등 사회적 불안이 심각한 상태다.
지난 8월에는 1차 투표를 앞두고 대선 후보인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전 국회의원이 유세 도중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달 중에는 비야비센시오 전 국회의원 총격 사건에 가담한 7명의 용의자가 수감 도중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노보아 당선인은 각종 유세에서 폭력 척결을 '0순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는 치안 당국을 개편하고 별도로 정보 부서를 창설해 국가 안보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잦은 교도소 내 폭력 사태 해결을 위한 '바다 위 선상 교도소'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이와 함께 노보아 당선인은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찾지 못하는 경제난을 해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에콰도르의 빈곤율은 30%에 육박한다. 친기업 성향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 노보아 당선인은 시장 개방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주요 공약으로 외국기업 유치를 통한 국내 산업 활성화를 내세운 바 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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