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영웅’ 정권 따라 달라지나…文 ‘민주화’ 尹 ‘반공’ 업적 봤다
경찰청이 매년 뽑는 ‘경찰영웅’을 두고 정권 코드 맞추기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영웅들이 문재인 정부에선 민주화 유공자 위주로,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부터는 반공영웅 위주로 선정되고 있어서다. 경찰청은 2017년부터 매년 민생치안·국가수호 분야에서 큰 공헌을 한 1~3명을 경찰영웅으로 선정해왔다. 이 가운데 코드 논란이 이는 건 ‘국가수호 분야’ 경찰영웅이다.
경찰청은 16일 ‘2023년 경찰영웅’을 발표했다. 국가수호 분야에선 고(故) 강삼수 경위가 선정됐다. 6·25전쟁 당시 산청경찰서 사찰유격대장으로 근무하며 지리산 일대에서 무장공비를 상대로 62회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공훈을 인정 받았다.
지난해 선정된 국가수호 분야 경찰영웅 2명도 반공 업적이 뚜렷했다. 1968년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무장공비들과 맞서 싸우다 순직한 최규식 당시 종로경찰서장(경무관), 그와 함께 맞서 싸우다 순직한 정종수 경사 등 2명이 선정됐다.
반면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2017~2021년 선정된 국가수호 분야 경찰영웅 5명 가운데 3명이 민주화 유공자였다. 2017년 첫 경찰영웅으로 선정된 안병하 치안감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전라남도 경찰국장(경무관)으로서 계엄군의 발포 명령을 거부하다 직위 해제당한 뒤 고문을 받았다. 경찰청은 “민주·인권경찰의 표상”이라며 안 치안감을 첫 경찰영웅으로 선정했다.
1950년 제주4·3 사건 당시 계엄군의 처형 지시를 거부했던 문형순(2018년), 5·18 당시 계엄군의 진압명령에도 시민보호에 앞장선 이준규(2020년) 등도 민주화 공헌을 인정받아 경찰영웅으로 선정됐다. 반공영웅은 6·25전쟁 영웅인 차일혁 경무관(2019년) 한 명이 유일했다. 이들을 제외하곤 1919년 평양 숭의여학교 만세운동을 주도한 안맥결 총경(2021년)이 독립운동 유공을 인정받아 선정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권 성향에 맞춰 경찰영웅을 선정하는 건 아니다. 심사위원들(역사전문가 3명, 경찰원로 1명)이 정치적 고려 없이 역사적 신념에 따라 뽑았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시·도경찰청이 국가수호 분야 경찰영웅 7명을 추천 받았는데, 전쟁영웅이 6명으로 가장 많았을 뿐이라는 게 경찰청 설명이다.
반면에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부기관인 경찰이 주도해 경찰영웅을 선정하다보면 정부의 성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민간단체 주도로 선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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