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항쟁 기념식 윤대통령 불참, 차관 대독하자... "마산 우습게 보나"
[윤성효 기자]
▲ 16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제44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
ⓒ 경남도민일보 |
"창원마산을 우습게 보는 거 아니냐."
"부마항쟁에 대해 너무 소홀하다. 기념사 그만 두라."
16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제44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기념사를 대독하는 동안 객석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이같이 고함을 질렀다.
경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박홍기(73)씨와 다른 한 참석자가 고 차관이 기념사를 대독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면서부터 계속 고함을 지른 것이다. 이들은 "차관이 기념사를 할 자격이 있느냐"며 정부가 부마항쟁의 가치를 폄하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부마민주항쟁은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과 함께 대한민국 현대사의 4대 민주항쟁 중 하나로 꼽히지만, 이날 기념식에 행안부 장관 등 주요 인사가 불참한 것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부마민주항쟁 홀대라는 지적이 있다.
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 사이 부산·창원마산에 박정희 유신독재정권에 맞서 일어났던 민주화운동인 부마민주항쟁은 2019년 40주년 때 국가기념일로 지정됐고, 이때부터 정부가 기념식을 열었다.
기념식은 부산·창원마산에서 번갈아 개최하는데 올해 기념식은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및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주최하고,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이사장 최갑순)이 주관, 부산광역시·경상남도·창원특례시가 후원해 열렸다.
이날 기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장관뿐만 아니라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홍남표 창원특례시장과 송기인 전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 등은 참석했다.
"계란던지고 싶었던 것 참아..."
지난해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제43주년 기념식에는 이상민 장관이 참석해 대통령 기념사를 대독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경남대에서 열린 제42주년 기념식에는 당시 국무총리(김부겸)와 행정안전부 장관(전해철), 한 해 전 부산대에서 열린 제41주년 기념식에는 국무총리(정세균)와 경남도지사(김경수)가 참석했다.
국가기념일 첫 해인 2019년 경남대에서 열린 40주년 기념식에는 당시 대통령(문재인) 뿐만 아니라 대법원장(김명수), 헌법재판소장(유남석), 중앙선거관리위원장(권순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유은혜), 행정안전부 장관(진영), 경남지사(김경수), 부산광역시장(오거돈), 자유한국당 대표(황교안), 바른미래당 대표(손학규)가 참석했다.
박홍기씨는 "이 정부가 부마민주항쟁을 홀대한다고 본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장관이 참석했는데, 이번에는 차관"이라며 "계란을 준비해 가서 던지고 싶었지만 참고 고함을 질렀다. 자랑스러운 부마항쟁을 초라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관계자는 "부마민주항쟁은 부산과 창원마산에서 매우 중요한 민주화운동이다. 그런데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도 참석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상민 장관이 기념식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다른 급한 일이 생겨 부득이 하게 차관이 대신 참석했다"라며 "정부에서도 부마민주항쟁에 대해 큰 의미를 두고 있으며, 그래서 대통령께서 기념사를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념사뿐만 아니라 기념공연이나 사회자 발언 중 부마민주항쟁과 관련 있는 '박정희'라는 단어는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기념식은 심인보 아나운서의 사회로 '시월의 부마, 민주주의를 열다'라는 제목으로 열렸다. 무학초등학교, 마산여고, 경남대 학생들이 참석했다.
주제공연이 끝나고 난 뒤 당시 부마항쟁에 참여했던 최진아(당시 부산대 1년), 신정규(당시 경남대 재학)씨가 무대로 나와 인사했다. 주제공연 때 인터뷰를 통해 최진아씨는 "시위 때 애국가를 불렀는데 눈물이 핑 돌면서 가슴이 먹먹했다"라며 "내 혼자는 힘이 약하지만 모이면 힘이 되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신정규씨는 "더 뜨거운 열기로 뭉쳤고, 가슴이 뭉클했다. 그 뜨거운 열기 속에 같이 했다"라며 "자유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됐고, 지금 대한민국을 있게 한 초석의 하나를 놓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기동 차관이 대신 읽은 기념사를 통해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창원과 부산 시민의 용기와 헌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라며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토대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내일을 열어가는 여정에 44년 전의 열정과 용기로 함께해 주시길 당부드린다"라고 했다.
▲ 16일 오전 창원마산 3·15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제44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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