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죽어야해”…증오에 희생된 팔레스타인계 6세 소년
미국 시카고 근교에서 이슬람교도를 향한 증오범죄로 추정되는 살인 사건이 발생해 6세 소년이 잔인하게 희생됐다.
15일(현지시간) CNN,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일리노이주 윌 카운티 사법 당국은 1급 살인 및 살인미수, 2건의 증오범죄 혐의 등으로 71세 남성 조셉 추바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추바는 전날 시카고 남서부에 위치한 플레인필드 타운십의 한 주택에서 6세 소년 와데아 알 파유메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하고, 소년의 어머니 하나안 샤힌(32)은 흉기로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당일 경찰은 “집주인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는 샤힌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자택 진입로에 앉아 있는 추바를 붙잡았다. 추바는 범행이 발생한 자택의 집주인으로, 피해 모자는 이곳 1층에 세를 들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추바는 현재 사건 관련 진술을 거부하고 있지만, 그가 침입한 1층 침실에선 26개의 자상을 입고 숨진 파유메와 12개 이상의 자상을 입고 중태에 빠진 샤힌이 발견됐다. 샤힌은 현재 심각한 상처에도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샤힌은 남편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사건 당시 상황을 알렸다. 추바는 사건 당일 오전 11시 30분쯤 대뜸 대문을 두드렸다고 한다. 샤힌이 문을 열자 “당신 같은 무슬림들은 죽어야 한다”고 외치며 그의 목을 조르려 했고, 이내 흉기를 꺼내 들었다.
추바를 피해 화장실로 달려간 샤힌은 다급히 911에 신고를 했지만, 곧 쓰러진 아들을 발견했다. 샤힌은 “모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했다. 이번 사건 이전 추바와 샤힌의 가족 사이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그가 중동 관련 뉴스를 보고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미 최대 무슬림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주장했다.
미 사법 당국도 이스라엘-하마스와 관련한 중동 분쟁에 따라 피해자들이 표적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파유메의 모친과 부친은 각각 12년, 9년 전 웨스트뱅크(서안지구)에서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파유메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시카고 교외 지역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다.
CAIR 측은 “파유메는 농구, 축구, 색칠 공부와 사람들 등 그저 모든 것을 사랑하던 6살 아이였다”며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에서 행복하게 자라고 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소년과 그의 어머니를 위해 기도한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성명을 통해 “이 가족은 평화롭게 살고 배우고 기도할 피난처를 찾아 미국에 왔다”며 “이 끔찍한 증오 행위는 미국에서 설 자리가 없다. 이슬람교에 대한 증오, 모든 형태의 편견과 증오를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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