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 SNS '가짜계정' 4만개 판친다…"상당수는 하마스 옹호"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 이후 X(옛 트위터)와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약 4만 개의 가짜 계정이 발견됐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양산된 갖가지 전쟁 음모론과 혐오 영상의 배후에 수만 개의 가짜 계정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 8월 시행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에 적발될 가능성을 우려해 서둘러 가짜 계정을 폐쇄하는 조치에 들어갔다.
15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허위 정보 모니터링 플랫폼 사이아브라(Cyabra)는 이번 전쟁 관련 정보를 올린 SNS 계정 5개 가운데 1개는 가짜인 것으로 집계했다. 이들이 집계한 가짜 계정에는 가짜 신분으로 만든 계정, 자동으로 콘텐트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봇(bot) 계정 등이 포함돼 있다.
사이아브라는 이러한 분류를 통해 X·틱톡 등에서 활동하는 가짜 계정을 약 4만 개로 추정했다. 특히 대다수의 가짜 계정은 이스라엘을 침공한 하마스에 대한 우호적인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아브라는 다만 정확한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친(親)이스라엘 성향의 가짜 계정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개설된 이러한 가짜 계정들은 전쟁과 관련한 허위 정보나 음모론 등을 담은 다량의 콘텐트를 직접 생산하거나, 기존의 전쟁 범죄와 관련된 콘텐트에 다수의 ‘가짜 뉴스’를 담은 댓글로 여론을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한 SNS에는 자신을 ‘BBC 기자’라고 소개한 계정으로 ‘이스라엘·하마스 전시 상황’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는데, 해당 영상은 인공지능(AI)으로 합성해 만든 가짜였던 것으로 확인됐고, 영상을 올린 계정 역시 존재하지 않는 가짜 인물이었다. BBC도 “계정의 주인으로 기재된 베로나 마크라는 기자를 고용한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또 BBC는 하마스의 민간인 인질 납치 ‘진짜 영상’에는 “하마스에 대한 모함이다”라거나 “민간인이 아닌 군인 포로다”는 가짜 댓글이 훨씬 많이 달려있었다고 전했다. 하마스가 민간인을 납치한 영상이 확산되면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늘어나자 가짜 계정을 동원해 여론을 조작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가짜 계정이 난무하는 이유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양측 모두 여론전을 통해 서로를 향한 공격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BBC는 “가짜 계정의 배후까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실제 가짜 뉴스를 배포하는 주체를 정확히 지목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가짜 계정을 동원한 양측의 온라인 여론전이 확산되면서 SNS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비상에 걸렸다. EU는 지난 8월부터 구글·메타 등 빅데이터 업체가 가짜 계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규제하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시행하고 있다.
빅테크들의 입장에선 전쟁 이후 폭증한 가짜 뉴스를 바로잡지 않을 경우 서비스 폐쇄를 각오해야 할 정도의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할 수도 있다. EU 진행위원회는 “하마스 공격 이후 빠르게 확산하는 전쟁 관련 불법·허위 콘텐트를 관리하지 않으면 처벌할 것”이라며 X·메타에 경고한 바 있다.
EU의 경고에 따라 X와 메타가 이미 수십만 개의 가짜뉴스를 삭제하고 계정을 폐쇄했다고 밝힌 데 이어 전날 틱톡도 가짜뉴스 관리에 나섰다. X와 메타에 이어 세 번째로 EU의 경고를 받은 틱톡은 “테러리즘에 반대한다”며 “7일 이후 지금까지 50만 개 이상의 관련 동영상을 삭제하고 분쟁지역에서 진행되는 8000개 이상의 라이브 방송을 중단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튜브도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최근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에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후 유튜브에 허위정보 확산하고 있다”며 “EU 규정을 준수하라”고 경고했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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