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과 '설전' 벌였던 네타냐후…전쟁 앞두자 "방문해달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이른바 ‘사법개혁’ 등 이스라엘 국내 정치 문제를 놓고 공개설전을 벌여왔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와의 지상군 전투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요청했다고 양국 매체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 매체들은 “이번주 후반 이스라엘 방문이 검토된다”는 관측을 내놨다.
이스라엘 매체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5일(현지 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연대의 표현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AP통신도 “바이든 대통령이 며칠 내 이스라엘 방문을 검토 중이지만,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해 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발표할 외국 출장은 없다”고 밝혔지만, 로이터는 “방문이 성사되면 중동 최대 동맹에 대한 지지의 의미가 될 것”이라며 방문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더라도 상당한 보안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월 바이든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깜짝 방문도 비밀작전에 가까운 보안 속에 진행됐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국가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네타냐후 총리가 취임한 이후 양 정상은 공개설전을 벌이며 이상 기류를 노출해왔다. 지난 3월 네타냐후 총리가 법원 결정을 의회가 뒤집을 수 있는 내용의 사법개정안을 추진한 게 발단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개혁’에 대해 “이스라엘이 이런 길로 가면 안 된다”며 이스라엘 국내 문제인 사법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던 골다 메이어 전 이스라엘 총리(1969~74년)를 언급하며 “(네타냐후 내각은)메이어 이후 가장 극단주의적 내각”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그를 미국으로 초청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이 오랜 기간 이스라엘을 위해 일해온 것을 고맙게 생각하지만, 이스라엘은 주권국가로 국민의 의지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며 “우리는 외국의 압력에 따르지 않고, 그것은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마찬가지”라고 되받아쳤다.
두 정상의 공개 설전 속에 네타냐후 총리는 취임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까지 백악관 정상회담에 초청받지 못했다. ‘맹방’을 자처해온 양국 정상의 첫 대면은 별도 회담이 아닌 지난 9월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이뤄졌고, 회담 뒤 백악관은 “이스라엘 민주주의 시스템 변화에 대한 우려를 거듭 강조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민주주의 가치연대’를 핵심 외교노선으로 제시해온 바이든 정부의 솔직한 입장이 담긴 성명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회담 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과 같은 위협에도 맞설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지난 7일 이란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공습을 가하면서 불과 3주일도 안 돼 무산됐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미ㆍ이스라엘 간 정보 공유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놨다. 미국의 도·감청 정보 및 위성 정찰 정보와 이스라엘의 휴민트(HUMINTㆍ인적정보)를 주고 받아온 정보 공유 시스템이 갈등 국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실제 NBC는 “미국은 하마스의 움직임을 추적하지 않았고, 이스라엘도 공격 임박 사실을 알았더라도 미국과 공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도 “정보를 평가하는 모든 사람들의 실수”라며 관련 정황을 일부 인정했다.
익명을 요청한 전직 외교관은 16일 통화에서 “갈등이 있더라도 양국은 미·중, 미·러 관계에서의 입장 등 최소한 ‘같은 편’으로서의 전략적 갈등은 보인 적이 없다”며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갈등 국면에도 불구하고 두번째 핵항공모함 전단을 투입하는 등의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와 달리 미국은 한국의 정권 교체에 따라 미·중 경쟁 속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등 의구심을 표했던 사실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며 “이번 사태에서 나타난 안보 공백을 한국은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도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돼 있는 한·미 동맹이 비교하기 어려운 강력한 안보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국익이 최우선인 외교의 근본적 성격을 감안하면 동맹이란 약속이 전쟁 등 최악의 상황에서 실질적 안보 자산으로 작동하게 만들기 위해선 한국 역시 동맹국인 미국을 제대로 관리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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