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다윗별 테러' 독일서 부활…美선 무슬림 6세 피살됐다

서유진 2023. 10. 16. 14: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과 이스라엘의 보복이 이어지면서 세계 각지에서 유대인이나 무슬림을 겨냥한 테러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에선 유대인 협박 문구·표식을 건물에 휘갈기거나 학교·종교 시설에서 위협하는 증오 범죄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주 독일 베를린에서는 유대인의 상징인 '다윗의 별'을 아파트 현관문에 스프레이 등으로 표시하는 일이 최소 3건 일어났다. 1930년대 나치 돌격대원들이 유대인 소유 상점을 식별하는 표식을 남겨 이웃 주민들에게 불매를 강요하던 테러가 재현되는 모습이다.
지난주 독일 베를린에서는 유대인의 상징인 '다윗의 별'이 아파트 현관문에 스프레이 등으로 표시되는 사건이 최소 3건 일어났다.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일부 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은 베를린 시내에서 과자를 나눠주며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을 축하하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펠릭스 클라인 독일 유대인 생활 담당 국장은 FT에 "독일 내 유대인들은 강경 무슬림 조직이 보여준 반유대주의에 경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독일에서 유대인 상점을 식별하기 위해 그려졌던 '다윗의 별' 테러 장면. 사진 X(옛 트위터) 캡처


佛 "증오신고 2449건"…英 상점에 "유대인 직원 있냐"

이스라엘과 미국 다음으로 유대인 공동체의 규모가 큰 프랑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프랑스는 서유럽 국가 중 무슬림 거주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하마스 공격 이래 프랑스에서 반유대주의 발언과 행위 등 위협 사건이 189건 발생했고, 체포가 65건 이뤄졌다"고 전했다. 증오심 표현을 신고하는 온라인 플랫폼 파로스에는 총 2449건의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프랑스에선 유대인을 탄압했던 나치 표식인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가 발견되고, 무기를 든 이들이 학교·유대교 회당을 오가는 유대인을 붙잡고 위협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유대인 문화 센터 상공에 드론을 띄워 위협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처럼 반유대주의 위협이 크게 늘자 대규모 유대인 공동체가 있는 파리 북부 교외 사르셀레스에선 상당수 유대인 부모가 당분간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11일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에서 유대교 회당 밖에서 촛불을 밝히는 유대인 공동체 회원. AP=연합뉴스

영국 런던 경찰은 하마스의 기습(지난 7일) 전후인 9월 29일∼10월 12일 반유대주의 사건이 105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14건)의 7.5배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1만700명의 유대인이 사는 영국 맨체스터 베리에서는 상점 등에 난입해 "직원 중에 유대인이 있냐"고 묻거나 유대인 율법을 지키는 코셔 식당을 공격한 사례가 있었다. 유대인 시설을 노리는 일이 늘자, 런던 북부의 몇몇 유대인 학교는 보안상 이유로 잠정 휴교했다.

이탈리아에서도 공공장소에서 나치 표식과 하마스 찬양 문구를 포함한 반유대주의 낙서가 등장하고 있다. 밀라노의 한 병원 벽에는 "유대인 살인자는 오븐 속으로"라는 문구가 휘갈겨졌다. 로마 유대인공동체의 전 대표인 루스 두레겔로는 FT에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군사적 대응을 강화함에 따라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美선 무슬림 6세 소년 26번 '칼부림' 당해 사망

무슬림을 겨냥한 증오 범죄도 증가하는 추세다. 새벽 기습을 주도한 하마스가 이슬람주의 조직이라는 이유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전쟁 발발 후 미국 내 유대인과 이슬람교도를 향한 위협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며 경계를 강화했다.

1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4일 미국 일리노이주 윌 카운티에 사는 조셉 추바(71)는 6세 무슬림 소년을 26차례 칼로 찔러 사망케 했다. 소년의 어머니(32)는 중상을 입었다.

15일 미국 시카고 북서쪽에 위치한 무슬림 커뮤니티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14일 무슬림 증오 범죄로 사망한 6세 소년의 가족이 추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모자가 세 들어 살던 집의 주인인 추바는 중동 관련 뉴스를 보다가 격분해 "무슬림은 죽어야 한다"고 소리 지르며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분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추바는 두 피해자가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로 잔인하게 공격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그 아이의 팔레스타인 무슬림 가족은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평화롭게 살고 배우고 기도할 피난처를 찾아 미국에 왔다"며 피해자가 팔레스타인 출신 이민자의 후손임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이슬람교에 대한 증오와 모든 형태의 편견과 증오를 거부해야 한다"면서 "미국에서 누군가를 향한 증오는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전쟁이 미국 내 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며 "지역 사회가 받을 잠재적 위협에 대해 종교 지도자들과 논의했고, 미국 내 유대교 및 이슬람 종교시설을 보호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