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강한승 나와라'... 쿠팡 퀵플렉서 사망, 엄중하게 보는 국회
[박현광 기자]
▲ 택배 노동자의 과로를 막기 위해 지정된 ‘택배 없는 날’에 쿠팡이 끝내 동참을 거부한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 노동자가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
ⓒ 유성호 |
국회 국정감사장에 김범석 쿠팡 창업자를 포함해 쿠팡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제히 쏟아져나왔다. 지난 13일 쿠팡 퀵플렉서(쿠팡CLS를 원청으로 하는 특수고용직 택배기사)가 배송 중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원인을 진단하고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정무위원회에서 각각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강한승 쿠팡 대표이사·쿠팡CLS 대표이사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달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제기됐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환노위 국감 시작 이후 의사진행 발언권을 얻어 "지난 10월 13일 군포시에서 쿠팡 CLS 하청 노동자분께서 새벽 4시경 택배 배송을 하다 사망하시는 일이 발생했다"며 "쿠팡은 지금까지 택배기사 쿠팡맨을 '직고용 정규직'한다며 다른 택배업체와의 차별화를 대대적 홍보를 해왔지만, 최근 자회사를 설립해서 차별화는 사라지고 택배 노동자들에게 산재와 과로의 위험을 외주화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물류센터의 고온 속에서 일하는 분들에 대한 철저한 시설 개선이 1년이 넘도록 뚜렷하게 나타난 게 없다"며 "구조적 문제 개선을 위해선 아무래도 쿠팡의 실질적 책임자인 김범석 의장을 국감 증인으로 나오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 허영 더불어민주당 (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토지주택공사, 국토안전관리원, 주택관리공단, 건설기술교육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쿠팡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와 관련해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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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국토위 국감에서도 관련 발언이 이어졌다. 허영 민주당 의원은 "돌아가신 분이 쿠팡 소속 노동자라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쿠팡은 자사 근로자가 아닌 군포 소재 전문배송업체 소속 개인 사업자라는 입장문을 냈다"며 "하지만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법' 9조 1항은 '택배서비스사업자(쿠팡CLS)는 업무를 위탁한 영업점이 해당 영업점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택배 서비스 종사자(퀵플렉서)에 대해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쿠팡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쿠팡의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사실관계를 소관 상임위인 국토위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길 희망한다"며 "여야의 문제도 아니고 이념의 문제도 아니다. 국민을 위한 것임을 유념하셔서 이번 종합감사에 쿠팡 강한승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해주실 것을 위원장과 양당 간사위원님께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정무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사회적합의기구에 참여하지 않는 쿠팡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지난 13일 새벽에 일하던 쿠팡 택배 노동자 한 분이 돌아가셨다. 아마도 과로사로 돌아가시지 않았느냐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데 이미 택배 현장엔 사회적 합의가 이미 마련돼 있다"며 "국토부와 노동부 공정위가 당사자와 함께 논의를 해서 '주60시간 이상 일하면 안 된다' 그리고 '택배 노동자에게 분류 작업을 전가해선 안 된다' 등 논의를 한 바가 있다"며 "그 이후에 죽음의 행렬이 사실 멈췄다. 근데 다시 쿠팡에서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쿠팡에선 자기네들은 택배사가 아니라서 사회적합의에 들어올 필요 없다고 했는데 이제는 택배사로 확정됐다"며 "그렇다면 다른 택배사가 준용하고 있는 사항들에 대해서 유독 쿠팡만 그것을 지키지 않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 반드시 오는 26일 쿠팡을 종합감사 증인으로 줄러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 쿠팡 입장문. |
ⓒ 쿠팡뉴스룸. |
지난 13일 새벽 4시 40분께 경기도 군포의 4층짜리 빌라의 4층 복도에서 60대 퀵플렉서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머리맡엔 쿠팡의 택배 상자와 프레시백이 놓여있었다. 유가족에 따르면 평소 별다른 지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부검 결과 심장이 정상치와 비교해 2배 정도 커진 상태로, 과로사 위험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쿠팡은 사망한 퀵플렉서가 자신들과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13일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을 중단해 주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고인은 쿠팡 근로자가 아닌 군포시 소재 전문 배송업체 A물산과 계약한 개인사업자"라며 "현재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쿠팡 근로자가 아님에도, 택배노조는 마치 당사 소속 배송기사가 과로사한 것처럼 허위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배송인력 직고용을 고집해오던 쿠팡은 2021년 12월 생활물류법상 택배 사업자 면허를 취득한 뒤 2022년 초부터 자회사인 쿠팡CLS를 통해 일반 택배사에서 해왔던 '위탁 계약'을 시작해왔다. 사망한 퀵플렉서는 쿠팡CLS와 위·수탁 계약을 맺은 A 대리점과 또다시 위·수탁 계약을 맺고 쿠팡의 물품을 배송하던 택배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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