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채권투자와 안전자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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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불안 때문에 잠시 주춤하지만 요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장기국채 가격은 지금 16년 만에 가장 낮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흔히 거론되는 금이나 미국 달러화도 역사적으로 보면 변동성이 만만치 않았다.
미국은 그냥 달러를 찍기만 하면 빚을 갚을 수 있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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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불안 때문에 잠시 주춤하지만 요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리의 상승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미국의 장기국채 가격은 지금 16년 만에 가장 낮다. 가격이 급락하면 미국 국채를 산 투자가들은 평가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들은 줄줄이 연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했다는 ETF는 35% 넘게 하락했다고 한다. 국내 채권 시장도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올해 상반기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9%를 넘었지만, 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를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렀다. 투자자로서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채권은 정말 안전자산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채권은 안전자산이 맞다. 투자론에서 정의하는 안전자산의 의미는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뿐이다. 외부충격을 비교적 덜 받는다는 뜻에 불과하다. 당연히 가격 변화에 따른 위험이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흔히 거론되는 금이나 미국 달러화도 역사적으로 보면 변동성이 만만치 않았다. 물론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사면서 미국이 망하는 경우를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미국은 그냥 달러를 찍기만 하면 빚을 갚을 수 있는 나라다. 그러나 말 그대로 상환 불이행의 위험이 없다는 것뿐, 수익률은 변화하고 그만큼 채권값도 달라진다. 만기까지 정해진 이자를 받겠다는 전략이라면 가격 변화에 신경을 쓸 이유는 없다. 하지만 도중에 팔아서 현금화해야 한다면 가격 변화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투자상품을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으로 분류할 때 정말 위험한 것은 안전자산이 가진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합리적이다. 고금리 상황에서 기대되는 채권의 높은 이자수익과 금리 하락 때 기대되는 채권 가격 상승이 관심의 이유겠다. 길게 보면 시장금리는 명목 성장률을 약간 밑도는 수준을 보인다. 거시경제 요인을 고려하면 시장금리는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지금도 많은 투자자가 국채 쇼크는 조만간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인 전망은 확실하다. 고령화가 이어지고 저성장이 이어지면 결국 시중금리는 떨어진다. 하지만 가격 차익을 바라고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안전자산인 채권을 사면서 굳이 위험을 높이는 방식이다. 원래 채권은 이자라는 고정 수익에 초점을 둔 상품이다. 더구나 장기채 투자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시간이 늘어날수록,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당연한 얘기지만 채권투자에서 매매차익까지 노리려면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시점이라야 한다. 시장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한다는 말인데 전문가도 힘든 일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기대하는 수준만큼 적극적이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미국 장기국채 관련 상품을 가지고 있다면 말 그대로 길게 보는 게 낫겠다. 중장기 투자자에게는 지금의 금리 수준도 괜찮은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채권이 주식의 대체재가 되는 것은 대개 수익률이 4% 중반을 넘어갈 때라고 한다. 큰 변동성을 감수해야 하는 주식 시장의 예상 수익률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수익이라는 얘기다.
자기 돈으로만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가 다른 사람의 돈을 굴리는 전문가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면 그건 내 뜻대로 시간을 견딜 수 있다는 힘 때문이다. 이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대단한 장점이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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