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처리 2년 걸리는 헌재에 여야 '사법지연' 난타..."정치 탓" 자성도
헌법재판소가 ‘재판 지연’으로 여야의 난타를 맞았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한 목소리로 헌재에서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점을 지적했다. 헌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헌재 평균 사건처리 기간은 732.5일로, 2019년 480.4일보다 크게 늘었다. 현재 헌재가 심리 중인 1576개 사건 중 장기 미제 사건은 1215건으로 전체의 77.1%를 차지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빠른 심리와 선고를 위해 만들어진 ‘적시처리 제도’가 2019년 5월 이후 한 차례도 이용되지 않았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사건도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적시사건이 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것도 선정되지 않았다. 왜 (제도 이용이) 안 되는 거냐”고 물었다. 박종문 헌재 사무처장은 “중요 사건에 대해선 적시처리 사건이 아니더라도 주요 사건으로 재판부에서 늦지 않게 관리를 하고 있다”며 “(적시처리 제도가) 이용이 조금 안 되고 있는데, 그 점은 더 살펴보겠다”고 했다.
박 처장은 장기 미제 사건이 많아진 것에 대해선 “지난 2월부터 장기미제처리부를 연구부에 신설해, 경력 많은 연구관들을 배치했다. 이분들은 이 사건만 하게 된다”며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헌재에선 재판 지연 이유로) 인력 부족과 사건 급증을 얘기하지만, 지난 업무현황 보고에서 보면 2020년을 중심으로 사건이 줄고 있다”며 “헌재가 신속한 재판이라는 헌법적 국민의 권리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거 아닌가 하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처장은 “가능하면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선 저뿐만 아니라 헌재 재판관관들도 다 동의한다”며 “사건 수가 통계상으로 줄었지만, 남소(濫訴·무분별한 소송)가 줄어서 그런 측면이 있다”고 답헀다. 그러면서 “처음 선례가 되는 사건이 있다. 한 번 결정이 나가면 향후 비슷한 사건에서 선례가 되기 때문에 외국 입법례라든지 찾을 게 많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남석 헌재 소장은 “헌법재판 사건은 한 건 한 건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들과 얽혀 있고 그 결정에 사회적 파급효과 역시 매우 크다는 특성이 있다. 타당한 결론에 이르기 위해 필히 점검해야 할 내용들이 많고 재판관들의 깊은 숙고와 충실한 토의도 필요하다. 이런 사유로 일반재판에 비할 때 심리에 상당한 기간에 소요된다”고 해명했다.
여야는 헌재에서 기각된 이 장관의 탄핵심판을 두고서도 입씨름을 벌였다. 유상범 의원은 “장관 탄핵심판으로 인해 행안부 국정이 6개월 이상 정지가 됐다. 소위 소 잡는 칼로 닭도 아닌 병아리 잡는 격의 탄핵이 난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자,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탄핵을 국회에서 하기 전에, 스스로 사임을 하거나 해임을 시키는 것이 마땅하다”며 맞섰다.
“정치 해결 못하고 헌재 떠넘겨 지연…반성”
이날 국감에선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법사위 위원장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가, 정치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헌재에 떠넘김으로써 재판이 지연됐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반성하고 싶다”며 “향후에는 정치가 미숙하고 무능해서 헌법재판이 지연되고 그 피해를 국민들이 보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라본다”고 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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