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후보 KCC 전창진 감독 "허웅처럼 잘생긴 농구 하겠다"

2023~24시즌을 앞두고 출사표를 밝힌 프로농구 10개 구단 사령탑들. 연합뉴스

"허웅처럼 멋있는 농구를 하겠다."

프로농구 부산 KCC의 전창진 감독이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색 출사표를 던졌다. 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들은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로농구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각오를 밝혔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FA)을 통해 리그 정상급 포워드 최준용을 영입한 KCC는 기존의 허웅, 이승현, 라건아까지 더해 '수퍼 팀'을 꾸렸다. 지난 15일 끝난 KBL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전창진 감독은 "현재까지 부상 선수 없이 잘 진행했다"며 "최준용을 영입하면서 올라운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여유로움도 갖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나이 먹은 감독의 '올드한 농구'보다, 잘생기고 멋있는 '허웅의 농구'를 해볼까 한다"고 강조했다. KCC가 22년간 둥지를 틀었던 전주를 떠나 부산을 새 연고지로 삼았다. 전 감독은 "부산 팬들에게 정말 멋있는 농구를 보여드리고, 많은 환호 속에서 경기하겠다"고 덧붙였다.

KCC는 다른 팀 사령탑들이 뽑은 새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공공의 적'으로도 꼽혔다. 이날 행사에서 나온 질문인 '우리 팀을 제외한 우승 후보' 질문에 10개 팀 감독 중 7명(복수 응답 포함)이 KCC의 이름을 불렀다. 김주성 원주 DB 감독과 은희석 서울 삼성 감독, 전희철 서울 SK 감독, 조상현 창원 LG 감독, 송영진 수원 kt 감독이 KCC를 호명했다.

KCC 전창진(왼쪽) 감독과 에이스 허웅. 뉴스1

김주성 감독은 "KCC가 '슈퍼 팀'을 형성했다"고 말했고, 은희석 감독도 "포지션별 우수한 선수로 짜임새 있게 구성돼 요즘 추구하는 스몰볼에 적합하다"는 이유를 밝혔다. 조상현 감독은 "멤버 구성이 좋다"고, 송영진 감독은 "선수들의 능력치와 경험치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전희철 감독은 "그냥 셉니다"라는 한 마디로 KCC를 평가했다. 이에 대해 KCC의 간판 스타 허웅은 우승 후보 평가에 대해 "당연히 부담은 된다"면서도 "시즌 때 그 부담감을 즐기려고 한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좋은 멤버로 뛸 수 있는 게 흔치 않은 만큼 기회를 잡고 싶다"고 강조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안양 정관장의 김상식 감독, 울산 현대모비스의 조동현 감독은 KCC와 함께 SK도 지목했다. 최근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SK는 최준용을 KCC로 보냈으나, 정상급 센터 오세근이 가세했다. 김상식 감독은 "선수 구성이나 보강 등을 보면 두 팀이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했고, 조동현 감독도 SK가 KCC와 우승을 다툴 것으로 내다봤다.

신생팀 고양 소노의 김승기 감독과 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강혁 감독은 SK의 우위를 예상했다. SK 전희철 감독은 "2년 연속 챔프전에 오르면서 팀이 많이 성장하고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올해는 동아시아 슈퍼리그 일정으로 부상과 체력 조절을 특히 잘해야 할 것 같다. 우리만의 스피드를 잘 살려서 팬들께 재미와 감동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KCC 전창진 감독은 "컵대회는 전력을 다하는 대회가 아니다. 제대하는 허훈도 있고 대표팀 라인업을 형성하는 kt가 가장 강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농구는 최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역대 최저 성적인 7위에 그쳐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다. 이에 대해서 전 감독은 "대표팀의 부진은 누구 한 사람이 아닌 전체적인 잘못인데, 해법을 못 찾고 있는 게 아쉽다"면서 "현장에선 최선을 다해 팬들께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