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눈물의 기자회견 "尹대통령 바뀌지 않으면,내년 총선 패배"(종합)
"국정기조 안 바꾸고 승리할 길 없어"
"尹대통령, 여당 내부총질 저주 풀어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상대로 국정운영 전반을 쇄신할 것을 요구했다. 윤 대령의 국정쇄신 없이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면서 눈물까지 내비쳤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 전반을 비판하며, 결자해지(結者解之, 일을 저지른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를 촉구했다.
그는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패배한다"며 "대통령이 지금 정책과 국정기조 바꾸지 않고 선거 이길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어제와 오늘을 거치면서 자괴감을 느꼈다"며 "방송 나갈 때마다 윤석열 정부 실정에 대해 사과해달라, 아직 잘할 수 있다, 3년반 잘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왜 민심과 싸우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 잡아서 1년 내내 상대 당대표 잡아넣는 것에 매진하다 잡아넣지도 못하고 자당 내 다른 의견 나오는 것은 공격한다고 때려잡는다고, 원하는 지도부를 출범시켜 어렵게 우리 당을 지지하겠다고 한 젊은 사람들과 전라도 지역 지지자들 다 잃어버리는 지금 상황에서도 어떤 유감 표명도 없다"며 "이렇게 시간 흘러간다면 정치 자체가 희화화 형해화 되지 않겠냐"고 개탄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중 제대로 된 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채 수재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숨진 해병대 장병 관련 수사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던 검사는, 대통령이 직접 뇌물을 받지 않아도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다는 법리를 세워 가장 높은 곳에도 법은 추상같이 적용된다는 선례를 세웠다"며 "41살에 부모가 시험관 시술로 낳은 한 해병대 병사의 억울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정한 수사를 하고자 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모습은 성역을 두지 않고 수사했던 한 검사의 모습과 가장 닮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해병대 이야기에서 눈물이 시작된 그는 참으려고 고개를 흔들기도 하고, 손으로 눈물을 닦으려 하다 결국 목이 메여 말을 이어가기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해병대 수사나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 홍범도 장관 흉상 이전, 연구개발예산(R&D) 삭감 등과 관련해 당이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점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당정 일체만 외치는 여당 내 분위기를 꼬집으며 "검사동일체의 문화를 정치권에 이식했다는 이야기를 들어가면서까지 일체의 다른 의견을 탄압해놓고도 당정 일체가 부족하냐"며 "민생보다는 이념을 추종하고, 정책보다는 정당 장악에 몰두했던 모습이 낳은 모순부터 벗어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를 평가하며 "매번 서울에서 여당과 야당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한다고 서울은 해볼 만하다며 희망회로를 돌렸지만, 지지 정당이 없는 시민은 철저하게 여당을 외면했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모든 문제의 해결은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입 밖에 내 표현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면서 "이렇게 민심의 분노를 접하고 나서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당은 더는 대통령에게 종속된 조직이 아니라는 말을 하기가 두렵냐"고 꼬집었다.
여당의 참패와 관련해서도 "강서구가 전라도 출신 출향민이 많은 지역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선거 패배에 대해서 면피하려고 하지 말고, 왜 그러면 큰 결심 끝에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보수정당을 믿고 투표해 주셨던 그 고마운 마음들이 이번 정부 들어서 상처를 입고 이탈했는지 겸허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내내 빨간색 옷을 맞춰 입고 강서구에서 회식을 한 뒤 보고서에 그 실적을 보고하는 전략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은 이런 민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토론하고 논쟁했어야 하고 그랬다면 선거의 결과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들을 인정하라"며 "대통령실 관계자의 성의 없는 익명 인터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진실한 마음을 육성으로 국민에게 표현해 달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것이 잘못되어 가고 있을 때, 그것을 뒤집고 승리에 도달하기까지 60일이면 충분했다"며 "여당이 스스로 잘못을 반성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180일이면 어떤 색을 칠할 수 있을까, 그 고민의 시작은 대통령의 결단과 용기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여당 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개진될 수 있도록 언로가 열릴 것도 요구했다. 이 전 대표는 "내부총질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여당 내에서 자유로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막아 세우신 당신께서 스스로 그 저주를 풀어내지 않으면 아무리 자유롭게 말하고 바뀐 척 해봐야 사람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것이고 그 저주는 밤비노의 저주만큼이나 오랜 시간 동안 여당을 괴롭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탈당 등에 대한 고민도 은연중 내비쳤다. 이 대표는 '당이 반성하지 않으면 탈당을 할 수 있냐'는 질문에 "개인적 거취는 오늘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적어도 보수정권이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제오늘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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