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3주기, JY가 구상하는 '뉴삼성'은?
추모행사는 지난해처럼 간소하게 치러질 듯
회장 취임 이후 광폭 행보…차세대 먹거리 투자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3주기를 맞아 고인의 도전과 혁신 DNA를 이어갈 새로운 청사진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선친이 '인간중시'와 '기술중시'를 토대로 1997년 IMF 위기와 2009년 금융 위기 속에서도 삼성을 명실공히 세계 일류기업 반열에 올려놓은 것처럼 이재용 회장도 원대한 비전과 과감한 도전이 담긴 'JY 뉴삼성' 방향성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는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추모 행사 없이 간소하게 치러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유족과 일부 사장단만 3주기 당일인 오는 25일 경기도 수원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주기에는 수원 선영에서 가족만 모여 조촐하게 추도식을 치렀으며 2주기에는 유족 외에 삼성그룹 경영진 300여명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직접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의 상황이 작년과 확연히 달라진 만큼 3주기를 즈음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15 특별사면으로 사법족쇄가 풀린 뒤 3개월 뒤인 10월 27일 삼성전자 이사회 의결을 통해 회장으로 승진했다. 선대회장 별세 3주기와 삼성전자 회장 취임 1주년이 이달 말 맞물려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 등이 남아있지만 사면으로 운신의 폭이 넓어진 이 회장은 국내외 사업장과 협력사, 해외 파트너사들을 수시로 오가며 현장을 직접 살피고, 미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며 바쁜 1년을 보냈다.
국내 총수들이 현안을 챙기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것과 달리, 글로벌 경제 여건은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더불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미·중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다툼에 기업들의 리스크는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삼성의 최대 먹거리인 반도체는 올해 상반기에만 9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내며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주 소비 시장인 모바일, PC, 서버 등이 수요 부진을 이유로 반도체 구매를 확 줄였기 때문이다. 구매 심리 악화에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감산을 지속하고 있지만 연내 흑자전환은 요원하다.
3분기는 전사적으로 2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회복 기대감을 끌어올렸으나 이는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등의 선전에 기인한 결과로, 궁극적으로 반도체를 되살려야만 삼성 정상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갈등은 날로 첨예화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반도체법(CHIPS Act),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줄줄이 내놓으며 중국의 기술 자립 시도를 총력 저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해 지난 5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 구매를 중지하고, 지난달에는 자국 기술력을 앞세운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깜짝 공개하며 미국을 자극했다.
메모리 반도체 40%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중국 공급 비중도 적지 않은 삼성전자로서는 이 같은 난국을 돌파할 전략이 절실하다.
특히 글로벌 경제는 올해 보다 내년이 더 암울할 것으로 전망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졌다.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4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3.0%) 보다 0.1%p 적은 2.9%로 예상했다. 한국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2%로 종전보다 0.2%p 낮춰잡았다. 글로벌 금융불안, 중국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과거 IMF, 금융위기처럼 글로벌 시장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가대항전으로 번진 반도체에 버금갈 만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기술 투자 등에 이 회장이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대내외 위기감이 증폭되는 상황에서도 삼성은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정보기술(IT)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하고 8만명을 새로 채용하겠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지난해 밝혔었다.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6월 GAA 트랜지스터 기술을 적용, 세계 최초로 3나노 1세대 공정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2025년부터는 모바일향부터 2나노 공정(SF2)을 양산하겠다고 했다. '파운드리 1등'을 위한 삼성의 집념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버용 AI 시장을 중심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의 강한 수요가 예상되면서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시장 빅바이어인 엔비디아, AMD를 잡기 위해 삼성도 기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디스플레이에서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전문업체인 이매진(eMagin)을 인수하며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대를 대비중이며, 배터리는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는 전고체 배터리 성과에 집중하고 있다. 차세대 게임체인저로 주목받는 기술 분야에서 나란히 기술 성과를 낸 뒤, 글로벌 투자 수순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력 사업 외에도 제2의 반도체 육성이 시급한 만큼 로봇,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할지도 관심사다. 그런 차원에서 2017년 하만 이후 중단된 대형 인수·합병(M&A)도 성사될지 주목된다.
이미 반도체 시장에서는 낸드플래시 반도체 세계 2위 업체 일본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와 4위 미국 웨스턴디지털간 합병이 한창 진행중으로, 낸드 강자인 삼성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국내외 주요 사업장을 찾아 사업 현황을 챙기는 것 외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글로벌 인사들과 만나며 미래 전략을 모색해온 만큼 조만간 '뉴삼성'을 구상하고 그룹 안팎에 전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전달 시기와 방법의 문제이지 미래 신성장동력 확대를 위해 보다 진일보된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편 한국경영학회는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를 맞아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오는 1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개최한다. 기술, 전략, 인재, 상생, 신세대, 신흥국 등 6개 분야에서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과 삼성의 신경영을 재조명하고 미래의 전략적 방향을 조망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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