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우먼톡]천길 낭떠러지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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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미국 멕시코만에 있는 석유 메이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에서 석유 굴착 장치가 폭발해 가라앉는 사고가 발생했다.
석유산업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였다.
기름 제거팀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2억6000만 리터의 기름을 제거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등은 석유 업계와는 관련이 없던 스타트업으로, 역대 최대 기름 회수 기록을 400%나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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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미국 멕시코만에 있는 석유 메이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에서 석유 굴착 장치가 폭발해 가라앉는 사고가 발생했다. 석유산업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였다. 이 사고로 마콘도 유전에서는 7억6000만 리터가 넘는 기름이 바다로 뿜어져 나왔다. 1989년 엑손 발데스호 석유 유출 사태보다 18배나 많은 양이었다. 멕시코만에는 대략 하와이 본섬 크기의 기름띠가 형성되었다. 기름 제거팀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2억6000만 리터의 기름을 제거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자연적으로 증발한 3억 리터를 제외하고 약 2억 리터의 기름이 바다와 인접 해안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었다.
해양탐험가이자 아카데미상 수상 영화감독인 제임스 캐머런은 이 사건을 접하고 세계 최대 벤처 재단인 엑스프라이즈 재단(XPRIZE Foundation)의 피트 디아만디스 이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그는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찾는 대회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기존 방법만으로는 기름을 걷어낼 수가 없으니, 큰 상금을 걸어 단기간에 혁신 아이디어를 구해보자는 것이었다. 구글 에릭슈미트 재단이 140만달러를 지원해 기름 정화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기름 정화 챌린지가 발표되자 순식간에 전 세계 곳곳에서 350개 팀이 신청했다. 결과는 눈부셨다. 1등은 석유 업계와는 관련이 없던 스타트업으로, 역대 최대 기름 회수 기록을 400%나 경신했다. 보텔이라는 팀은 3등 안에는 못 들었지만 대회 기획자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기름 정화 사업과는 거리가 먼 이 초짜들은 라스베이거스의 문신 가게에서 만나 팀을 만들었다. 라디오에서 공모전을 알리는 뉴스를 듣고 기술을 설계한 사람은 문신 아티스트였고 함께 라디오를 들은 고객이 작업비용을 지원했다. 팀원들은 아이디어를 실험하려고 욕조에 축소모형을 만들었고 경진대회에서 자신들의 기술을 처음 적용했다. 결과는? 기존 정화율보다 2배나 높은 기록을 세웠다.
이 이야기는 피터 디아만디스의 저서 ‘더 볼드’에 실린 사례다. 가히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 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6권의 부제이기도 한 이 말은 ‘우리 삶 가는 곳마다 고수가 있다’는 뜻이다.
지구 온난화를 넘어 지구 가열화로 매년 평균 온도 기록을 깨며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기후재난이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가라앉고 있고, 전쟁까지 일어났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도 아직 봉합되지 못했는데. 겨우 엿새 동안 2500명이나 살상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세계가 놀라고 있다. 우리는 한마디로 나침반이 작동하지 않는 천 길 낭떠러지를 안개 속에서 걷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정답 찾기에 성공했던 엘리트들이 정답 없는 시험을 잘 치루려면 해법은 무엇인지,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하는지, 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 있는지 먼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오죽하면 성경에서까지 가르칠까.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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