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수막 공해의 주범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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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매국', '조작뉴스', '대선 공작' 등 정치 비방 문구가 실린 정당 현수막이 전국의 길거리를 뒤덮고 있다.
그 결과로 전국 시가지를 뒤덮은 정당 현수막은 오히려 정치혐오를 부채질하고, 안전·환경문제까지 일으킨다.
정당 현수막이 교통 신호등이나 안전표지를 가리면 안 되고 가로등 하나당 2개까지만 설치할 수 있다고 이 지침에는 쓰여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으니 국회의원 아무도 지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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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매국’, ‘조작뉴스’, ‘대선 공작’ 등 정치 비방 문구가 실린 정당 현수막이 전국의 길거리를 뒤덮고 있다. 정당 현수막은 기존에는 일반 현수막이 걸리지 않던 자리까지 들어찼다.
지난해 말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당 현수막엔 정당 명칭과 설치 업체 연락처만 표기하면 최대 15일 동안 아무 장소에나 게시할 수 있는 특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일반 광고 현수막은 가로수나 전봇대, 가로등, 신호기 또는 도로표지 등에 설치하면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특혜는 국회의원들이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국회는 지난해 말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해 정당 현수막을 무제한으로 걸 수 있게 했다. 총 227명이 투표해 204명이 찬성했다. 여야 일치단결 초당적 합의였다. 정부는 무분별한 현수막 게시로 인한 행인 안전사고 우려나 폐현수막 처리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런 부작용을 검토하겠다는 의원조차 한 명도 없었다.
그 결과로 전국 시가지를 뒤덮은 정당 현수막은 오히려 정치혐오를 부채질하고, 안전·환경문제까지 일으킨다. 시민 항의와 민원이 쏟아지자 행정안전부가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정당 현수막이 교통 신호등이나 안전표지를 가리면 안 되고 가로등 하나당 2개까지만 설치할 수 있다고 이 지침에는 쓰여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으니 국회의원 아무도 지키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이 허용하니 시민 항의 전화를 받아도 현장 공무원들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면서도 "갑 중의 갑인 국회의원들에게 자제하라는 말을 꺼내지도 못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천시가 전국 최초로 정당 현수막 개수 제한 조례를 제정했고, 부산·광주·울산이 뒤따랐지만 상위법 위배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어차피 선거법상 총선 120일 전인 오는 12월12일부터 정치 현수막 게시가 제한되므로 이제 와서 정당 현수막을 제한하는 게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길거리 오염 정치 현수막’은 2개월 뒤에 해결되는 게 아니다. 내년 총선이 끝나면 다시 내걸릴 게 분명하다. 정당 현수막은 정치인과 국민의 소통 창구라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시민 불편을 대가로 자신들만 재미를 보는 ‘특혜’는 포기해야 한다. 옥외광고물법을 재개정함으로써 21대 국회의 마지막 자정 활동을 보여주기 바란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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