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쳐야 산다” 인사로 본 ‘뉴이마트’… 마트·SSM·편의점 통합 운영 ‘시너지’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3. 10. 1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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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은 명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사진은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 영패션 전문관 ‘하이퍼그라운드’. (신세계백화점 제공)
인사는 향후 그룹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가늠할 수 있는 ‘힌트’가 된다. 이번 신세계그룹 인사처럼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빠르게 ‘깜짝’ 진행된 인사라면 더욱 그렇다.

이마트 인사는 ‘시너지’에 방점을 둔 모습이다. 한채양 신임 대표가 이마트뿐 아니라 기업형 슈퍼마켓(SSM) ‘이마트에브리데이’와 편의점 ‘이마트24’ 수장을 겸임하게 된 데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이마트라는 이름을 함께 쓰는 계열사 세 곳을 대표 한 명에게 맡겨 통합 운영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영업 전략과 고객 데이터 등을 전사적으로 공유하면서 운영 효율을 높이고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모색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점 전략’이 대표적이다. 대형마트와 SSM, 그리고 편의점은 각각 겨냥하는 고객과 제공하는 상품군에서 차이가 있다. 통합 운영을 할 경우 각 지역과 시장, 상권 상황에 맞춰 최적의 유통 업체를 출점할 수 있게 된다.

올해 6월 이마트 이수점과 광명점을 이마트에브리데이로 전환한 게 좋은 예시다. 기존 이마트 이수·광명점은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주택가와 가까웠다. 차를 가져오는 고객보다는 도보로 매장을 찾는 이가 많았다. 이마트는 일상 수요가 큰 상품을 소량 판매하는 이마트에브리데이가 대형마트보다 더 적합하겠다는 판단으로 점포 전환에 나섰다. 한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통합 운영이 본격화될 경우, 맞춤형 출점 전략에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는 대형마트와 SSM, 편의점이라는 다양한 매장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시장 상황과 상권,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최적화된 점포를 낼 수 있다”며 “점포 전략뿐 아니라 통합 관리로 고객 데이터가 풍부해지고 데이터 분석이 고도화되면서 영업·마케팅 전략도 보다 효율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트·SSM·편의점 내 ‘상품본부’도 통합 체제로 바뀌었다. 상품본부는 어떤 브랜드를 들여오고 내보낼지, 또 어떤 상품을 넣고 뺄지를 결정하는 리테일 기업 내 핵심 부서다. 이번 인사에서는 황운기 이마트 상품본부장(전무)이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통합본부장에 선임됐다.

이를 놓고 이마트가 롯데쇼핑과 비슷한 ‘통합 MD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쇼핑은 2021년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슈퍼부문을 겸임하면서 마트와 슈퍼 MD부문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긍정적인 효과도 거뒀다. 롯데쇼핑 그로서리부문 바잉 파워가 커지며 매출총이익률(GPM)이 전년 대비 2%포인트 개선됐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사와 통합 운영 체제 변화로 이마트도 롯데쇼핑과 같은 통합 MD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단순 합산 매출액이 20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GPM이 1%포인트만 개선돼도 약 2000억원의 이익 개선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측은 통합 MD 전략에 대해 “장기 과제 중 하나”라면서도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합 MD 전략 핵심 중 하나는 슈퍼 납품 가격을 마트가와 동일하게 받는 것”이라며 “납품사나 제조사 입장에서 다소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구조인 만큼, 이마트도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마트가 신사업으로 천명한 ‘리테일 미디어’ 역시 탄력을 받게 됐다. 리테일 미디어는 기업이나 브랜드가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활용해 자사 상품을 광고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아마존·월마트 등 글로벌 리테일 기업에서는 이미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올랐다.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면, 검색 결과 페이지 중간에 광고 상품이 노출되는 ‘아마존 스폰서드 광고’, 매장 내 TV 화면이나 계산대에 광고 화면을 노출하거나 매장 방송으로 홍보하는 월마트 방식이 대표적이다.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쓱닷컴과 지마켓 같은 온라인 채널, 이마트 애플리케이션, 야구장 등 다양한 유통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이마트 같은 기업은 리테일 미디어 사업에 더욱 유리하다. 노출 기회가 많은 데다 고객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수집 채널도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 신설한 이마트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가 리테일 미디어 사업의 핵심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산하에 이마트,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신세계프라퍼티를 비롯해 쓱닷컴·지마켓 등 이커머스 계열사도 편재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리테일 미디어 사업은 장기적으로 전사 매출 3% 이상을 목표로 하는 핵심 신사업”이라며 “조직 역량을 한데 모을 경우 훨씬 효율적인 사업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9호 (2023.10.11~2023.10.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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