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물 부족에 메마른 민심…용수 확보 고민 깊어지는 TSMC

정현진 2023. 10. 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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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의 전쟁' 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대만 타이중 세번째 공장, 지역 주민 반발에 힘겹게 승인 받아
대만 정부, 경제·안보 고려해 지원 "지속 불가능한 지원" 반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본진인 대만에서 공업용수 확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만 정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TSMC가 수년간 물을 끌어가는 통에 현지 주민들이 생활용수 부족의 어려움을 겪으며 격하게 반발해 공급망을 확대하려는 TSMC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국가 경제와 안보를 고려해 대만 중앙 정부도 TSMC 밀어주기를 일단 하고는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심화해 지역 주민들의 물 부족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반도체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주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TSMC는 지난 8월 대만 중부 타이중 지역 정부로부터 현지 세 번째 공장 건설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제안서를 제출한 이후 몇 달씩 현지에서 논란을 빚은 끝에 가까스로 받아낸 승인이었다. 승인 절차가 늦어지면서 TSMC는 당초 타이중 공장에 2㎚(1㎚=10억분의 1m) 차세대 첨단 반도체 공정을 구축하려 했으나 이를 가오슝 팹으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정부의 공장 건설 승인이 늦어진 이유는 바로 지역 주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 하나가 들어오면 인근 산업용수와 전력이 대규모로 투입된다. 전체 지역 용수 규모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공장 인근 농장 등은 농업용수나 전력을 확보하는 데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타이중 정부는 TSMC가 세 번째 공장에서만 도시 전체 전력 사용의 4분의 1, 용수는 6% 정도를 소비할 것으로 평가했다. 리청웨이 타이중 도시개발부장은 WP에 "산업 개발을 위해 물과 전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에 매우 큰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WP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공장 중 하나(TSMC 공장)를 향해 (위험시설 또는 혐오시설 등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님비(NIMBY)’를 외치는 건 쉽지 않다"며 "그런데도 타이중 주민들은 이를 시도했다"고 평가했다.

TSMC가 용수 문제로 지역 주민들과 충돌한 건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대만이 매해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TSMC의 용수 사용 문제가 주목받았다. 세계 반도체 업계도 대만의 가뭄이 자칫 TSMC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까 우려하곤 했다. 그때마다 대만 중앙 정부가 나서서 TSMC를 지원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동원했다. 국가 경제는 물론 안보 측면에서도 TSMC의 중요도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특히 2021년 대만이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을 당시 논농사에 투입되는 농업용수까지 끌어다가 TSMC에 투입하기 위해 자국 내 농민들에게 쌀을 재배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보조금을 지급했다. 또 농지에 물을 대는 관개시설 가동도 중단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당시 관개시설 가동 중단으로 타격을 입은 농지의 규모는 18만에이커 이상이었다.

TSMC 공장이 있는 대만의 지방자치단체, 환경단체 등은 수년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대만 비영리단체 에어클린타이완의 차오휘린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은 토지나 전력을 포함해 그들(TSMC)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주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지속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TSMC를 사랑하지만, 이건 올바른 방식의 사랑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TSMC는 대외적으로 한 번 사용했던 산업용수를 재사용하는 방법으로 물을 절약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지난해 절약한 용수의 규모는 300만t인데, TSMC가 대만 전체 공장에서 사용한 용수가 1억500만t인 것을 감안하면 극히 일부라고 WP는 지적했다. 대부분은 지역 저수지 등에서 확보한 용수였다.

대만뿐 아니라 미국 애리조나, 일본 구마모토 등 해외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TSMC의 용수 확보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애리조나에서는 또 다른 반도체 공장을 짓는 인텔과 용수 경쟁을 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애리조나 등을 지나는 콜로라도강 수위가 급격히 낮아지며 미국에서도 가뭄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수자원 공급 인프라가 노후해 물 공급이 쉽지 않다면서 "2024년에 반도체 양산에 돌입하는 TSMC 반도체공장의 최대 리스크는 물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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