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물러난 자리에 친윤... 국민의힘 무늬만 인적 쇄신

곽우신 2023. 10. 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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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직 당직자 후임 인선 발표... '연대·포용·탕평' 자신했지만 친윤 다수

[곽우신, 남소연 기자]

  윤핵관 가고 친윤 왔다?

국민의힘이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인적 쇄신을 단행했으나 첫 단추부터 '무늬만 쇄신'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수도권(비영남권) 전진 배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2선 후퇴' 등을 내세웠으나 결과적으로 소수 인선을 제외하면 '친윤' 일색이었던 탓이다. 당은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인사라고 자신했지만 결국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16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임명직 당직자 후임 인선을 발표했다. 앞서 강대식 지명직 최고위원,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사무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강민국·유상범 수석대변인, 박수영 여의도연구원 원장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했기 때문이다. 김기현 대표 본인의 거취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으나, 긴급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되 당 지도부 일부를 교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날 당은 ▲지명직 최고위원: 김예지 국회의원(초선, 비례) ▲사무총장: 이만희 의원(재선, 경북 영천·청도군) ▲조직부총장: 함경우 경기광주갑당협위원장 ▲수석대변인: 박정하 의원(초선, 강원 원주갑) ▲선임대변인: 윤희석 대변인 ▲여의도연구원장: 김성원 의원(재선, 경기 동두천시·연천군) 등의 인선을 발표했다. 의원총회를 거쳐 확정되는 정책위의장은 유의동 의원(3선, 경기 평택을)이 내정됐다. 당은 아직 채우지 못한 당직도 조만간 추가 인선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리 당 지향하는 바 확인... 연포탕 인사"

이날 브리핑을 맡은 정광재 대변인은 인선 기준에 대해 "수도권 (19)60년대 이후 출생자들에 대한 전면 배치를 들 수 있을 것"이라며 "보시면 아시겠지만 (19)70년대생들이 대거 배치됐고 수도권 의원들의 인선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명의 인선 결과를 보면, 앞으로 우리 당이 지향하는 바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며 "초·재선 의원이 앞으로 어떤 역량을 가지고 당을 바꿔 가는지 주목해 주시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특히 "연포탕 인사라고 생각한다"라며 "나오신 분들을 한 번 쭉 살펴보시면 과거 우리가 있었던 인선과 앞으로 지향하는 인선의 차이점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비례대표 김예지 의원과 '비윤' 유의동 의원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친윤' 성향을 띠는 인물들이다. 이만희 사무총장은 대표적인 TK(대구경북) 인사로, 지난 대선 캠프에서는 경상북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3·8 전당대회) 당시에도 김기현 후보의 사실상 러닝메이트 중 한 명이라고 자부할 정도의 친윤이었으나 최고위원 경선에서 탈락한 바 있다.

함경우 조직부총장은 전임 조직부총장이었던 배현진 의원과 함께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한 바 있는 친윤 원외 인사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내 경선 때부터 윤석열 국민캠프에 합류했고, 당선인 시절에 그를 보좌함은 물론 경기도지사 선거 때는 '윤심'을 업은 김은혜 후보를 적극 지원한 이력이 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전임 사무총장이었던 이철규 의원과 마찬가지로 강원도가 지역구이다. 이준석 전 당 대표를 축출하고 들어선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 그리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수석대변인을 이미 맡으면서 '친윤'으로 분류된다. 수석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난 지 7개월 만에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셈인데, 당시 임기를 마치면서 여성 출입기자들 '사공주'로부터 상패를 받았다고 SNS에 공개했다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때부터 대변인을 소화한 인물로, 지난 전당대회 때는 용산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던 현 김기현 대표의 공보총괄본부장을 지냈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서울 강동 갑'을 노리고 있는 그는, 같은 친윤 성향의 전주혜 원내대변인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주요 당직을 맡게 됐다.

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은 지난 대선 정국에서 당내 경선 토론회 방식을 두고 갈등이 있을 때, 이준석 당시 대표를 비판하며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재선 의원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지난해 주호영 비대위 체제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갔을 때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발언하는 모습이 그대로 언론사 카메라에 찍혀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았다.

김기현 "수도권 전진 배치, 취약계층 대변 인사 기용"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는 우리 당이 변해야 한다고 하는 민심의 죽비였다"라며 "절박한 위기 의식을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당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라고 약속했다.

"3대 혁신 방향, 6대 실천 과제"를 내세운 그는 혁신 방향으로 ▲국정운영 비전과 목표를 철저하게 서민친화형으로 강화 ▲민심 부합형 인물을 내세워 후보 경쟁력에서 우위 선점 ▲도덕성과 책임성 강화 등을 언급했다.

이어 실천 과제로는 ▲당의 혁신기구 출범 ▲총선 준비기구 조기 출범 ▲인재영입위원회 별도 구성 ▲보다 건강한 당과 정부, 대통령실과의 관계 ▲당내 소통 강화 ▲신임 당직 인선 등을 제시했다. 이번 인적 개편이 6대 실천 과제 중 하나였던 셈이다. 김 대표는 "수도권의 인물들을 전진 배치하고 취약계층을 대변하는 인사를 기용하겠다"라며 "우리는 국민들로부터 변화하고 혁신하라는 꾸짖음을 받았다. 철저하게 쇄신하고 변화하는 것만이 민심을 받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야당의 반응은 싸늘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쇄신이나 당정 관계 기본적인 변화를 찾아볼 수 없는 단순 꼬리 바꿔치기"라며 "국민들의 요구나 원하는 바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단순한 인물 바꿔치기"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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