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경기엔 대형주…불경기 쏠림 주의
정점 땐 장기채로 자본차익 노려라
고금리 쇼크에도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추석 연휴 직후 코스피지수가 2% 넘게 떨어졌지만, 고금리 수혜와 고배당 기대로 KRX보험지수는 홀로 상승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금리 급등으로 가격이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투자자 상황 판단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질 전망이다.
가격 변동 큰 초장기물 주의
올 들어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가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부터 10월 11일까지 개인이 사들인 채권은 전년 동기(15조505억원) 대비 92% 늘어난 28조8338억원 규모다. 연초부터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어지며 채권 시장으로 개인 투자자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 가격과 금리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뜻한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상승한다. 이런 특성상 금리 방향을 어떻게 전망하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투자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채권 투자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채권 이자수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기준금리 흐름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는 단기채 투자에서 주로 이 전략을 취한다. 두 번째는 채권 가격에 따른 자본차익을 거두는 방법이다. 채권 가격이 오르면 만기 이전에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식이다.
최근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금리 고점이 아직 아니라고 판단하면 단기채를 사서 만기까지 보유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금리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가격 하락을 최소화는 동시에 안정적인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처럼 금리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듀레이션(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은 자산으로 대응하고 금리 정점을 통과한 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리가 고점이라고 판단하면 장기채에 투자해 자본차익을 노리는 편이 낫다. 듀레이션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에서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큰 장기채의 자본차익 수익성이 단기채보다 뛰어나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채권 금리 상승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장기채 비중을 서서히 늘려야 한다”며 “이자수익뿐 아니라 시장금리 하락 시 자본차익까지 거둘 수 있고 예상치 못한 경기 침체가 발생해도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만기 20~30년의 초장기채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 일반 장기채보다 듀레이션이 길어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만큼,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감수해야 하는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를 통해 직접 매입하기 부담스럽다면, 채권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채권 발행처나 만기 등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있어 쉬운 투자 선택이 가능하다. 특히 만기 때 채권이 청산되며 원금과 이자를 받는 ‘만기 매칭형’ 상품이 최근 주목받는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본부장은 “만기 매칭형 ETF는 매수 시점 기대수익률을 통해 만기 보유 시 거둘 수 있는 수익률을 예측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고금리가 지속되며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시장 변동성을 피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라 말했다.
경기 따라 주식 전략 달라야
배당·커버드콜 ETF도 주목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주식 시장은 타격을 받는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져 비교적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주식 투자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고금리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증권가는 올해 코스피 상단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본다. 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메리츠증권·NH투자증권 등 4곳은 4분기 코스피 밴드 하단을 2350~2400포인트, 상단을 2600~2700포인트로 제시했다. 10월 11일 종가(2450포인트) 기준 하단은 4% 하락 가능성이, 상단은 10% 정도 상승 여력이 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환경에서도 투자자들이 효과적인 전략을 꾀한다면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경기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같은 고금리 환경이라도 경기가 좋을 때와 나쁠 때 주식 시장 상황은 다르다. 만약 노랜딩(무착륙)이나 소프트랜딩(연착륙) 등 경기가 좋고 금리가 높다면 한국 증시의 낮아진 주가 수준을 고려해 외국인 투자자가 매수할 만한 시가총액 상위주 투자가 안전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반면 고금리에 하드랜딩(경착륙) 상황이 펼쳐지는 등 경기까지 나쁘다면 투자자들이 일부 테마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가 높을 때 경기가 좋은지 안 좋은지에 따라 투자 전략을 다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며 “호경기에는 대형주를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며 불경기에는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현금 비중을 높이고 주식 보유 기간도 짧게 가져가는 편이 낫다”고 얘기한다.
특히 고금리 시대에는 성장이 지속되는 동시에 기업가치가 적정한 기업을 선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내년 이익 증가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조선 업종이나 인터넷 등 성장 우량주를 주목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 증시에서는 고금리 원인이 물가 상승 때문이라면 산업재와 에너지 업종이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대 배당수익률이 높고 방어주 역할을 할 수 있는 금융주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업종이다. 다만 카드주는 은행주나 보험주와 달리 연체율 상승에 따른 건전성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증권주 또한 증시나 부동산 시장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금리 상승 시 조달비용 증가 압박 때문에 고금리 상황에서는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위험을 덜기 위한 대안으로 고배당·월배당 ETF가 주목받는 분위기다. 10월 11일 종가 기준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 고배당 50지수는 투자자 매수세가 몰리며 9월 이후 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월배당 ETF에도 돈이 몰린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9월 20일 기준 최근 1개월간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상장한 월배당 ETF 총 33종을 2121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을 매수하는 동시에 해당 주식의 콜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하는 전략의 커버드콜 ETF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주가가 오르면 콜옵션 매도 가치가 하락해 주가가 오른 만큼의 수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내릴 때는 콜옵션 매도 가치가 상승해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증시가 횡보하거나 약세장에서 옵션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김남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ETF본부장은 “금리 인상으로 차입 의존도가 높은 성장주는 약세를 보이겠지만, 시장 지배력이 높고 고배당을 지급하는 배당주 매력은 상대적으로 돋보일 수 있다”며 “강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꾸준히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 투자하면 고금리 시대에 보유 현금을 통한 이자수익과 증시 반등 시 자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 나와 있는 고배당 ETF 중에는 이 같은 기업이 다수 편입돼 있어 고금리 시대에 적합한 투자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0호 (2023.10.18~2023.10.24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결혼 안 해도 ‘신생아 특공’…집 살 땐 최대 5억 저금리 특례 대출 - 매일경제
- ‘555만원 암표’사서 임영웅 컨서트 간다고? ...이런 팬 진짜 있다니 - 매일경제
- 1억6000만원 집 있어도 ‘무주택자’...청약 도전해볼까 - 매일경제
- “신탁사, 왜 이렇게 서두르나”...여의도 한양 재건축 시공사 선정 중단 - 매일경제
- “우리도 나름 신도시인데”...집값 3억도 겨우 버티는 이 동네 [김경민의 부동산NOW] - 매일경제
- 마곡 반값 아파트 너무 매력적...특공 사전 예약 경쟁률 53:1 - 매일경제
- “국어는 어렵고 수학은 쉬웠다”… 현우진·정상모 수학 카르텔 깨지나 - 매일경제
- 월급 300만원도 ‘헥헥’...월수입 400만원 넘게 받으려면? - 매일경제
- 리딩證 “파로스아이바이오, AI 신약개발 플랫폼과 R&D 시너지 기대” - 매일경제
- BTS 위문편지 보내주다 100억대 매출…어떻게? [신기방기 사업모델]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