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론에도 대출 부담에 매수세 주춤···수익형 부동산 팔고 ‘똘똘한 한 채’로
서울 강동구 전셋집에 거주하는 문 모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집값 바닥론이 확산하며 대출을 받아 서둘러 내집마련을 하고 싶지만 대출 금리가 갈수록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 인기 지역 청약을 받고 싶은데 워낙 경쟁률이 치열하고, 기존 아파트를 사자니 대출 이자 부담이 커 걱정이다. 당분간 금리가 떨어지기는 어려운 만큼 최대한 대출 부담을 줄여 소형 아파트 급매물을 노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투자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올 들어 서울, 수도권 인기 지역 매매가가 뛰면서 바닥론이 퍼지지만 주택 구매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고금리 시대, 부동산 투자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수익형 부동산 투자수익률 하락
KB국민은행은 지난 10월 1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혼합(고정), 변동금리를 0.1~0.2%포인트 인상했다. 가입 후 5년간 고정금리가 적용된 뒤 6개월 주기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24~5.64%에서 연 4.34~5.74%로 0.1%포인트 올랐다. 가입 후 6개월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4.24~5.64%에서 연 4.44~5.84%로 0.2%포인트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주담대 혼합(고정), 변동금리를 0.1~0.2%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대출 금리가 뛰면서 실수요자 이자 부담도 계속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 대출 규제에도 가계대출 규모는 연일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9월 말 기준 시중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3294억원으로 8월(680조8120억원) 대비 1조5174억원 증가했다.
올 들어 감소세를 보이던 가계대출 잔액은 5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한 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모습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상승세가 가파르다.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7월 1조4868억원, 8월 2조1122억원, 9월 2조8591억원으로 매달 급증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가계대출 부담이 커지면 당장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임대 수익이 대출 이자에 못 미치다 보니 오피스텔, 상가 같은 수익형 부동산부터 치명타를 입을 전망이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 1~8월 기준 전국 오피스텔 매매 거래량은 2021년 4만3124건, 지난해 3만3939건에서 올해 1만7853건으로 급감했다. 특히 오피스텔이 밀집한 수도권 거래량이 지난해 2만5247건에서 올해 1만1772건으로 53% 이상 감소하면서 오피스텔 거래 위축을 이끌었다.
수익형 부동산 대표 주자인 상가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기는 마찬가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소규모 상가의 올 2분기 투자수익률은 0.57%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1.61%)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소규모 상가는 연면적 330㎡ 이하 상가로 대부분 일반 상가들이 포함된다. 서울 인기 상권 명동의 경우 2분기 투자수익률이 0.27%에 그쳤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고금리 여파로 오피스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거래가 급감하는 양상”이라며 “당분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익형 부동산 거래가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중도금대출 규제 완화에 추첨제 부활
고금리 시대 주택 투자는 괜찮을까. 당분간 대출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대한 대출 부담을 줄이고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주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은행권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76.5%로 6월(73.1%), 7월(73.7%)에 이어 매달 증가세다.
대출 부담을 덜기 위해선 신규 청약 시장을 눈여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분양가의 10~20% 수준인 계약금만 있으면 2~3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중도금과 잔금을 납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도금대출 문턱이 높지 않다는 점이 매력 요인이다.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용산구에 위치한 청약 단지는 무주택자의 경우 분양가의 50%까지 중도금대출이 가능하다. 그 외 지역은 분양가의 70%까지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리도 시중 주택담보대출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입주자를 대상으로 ‘5년 고정금리 대출 3.98%’의 집단대출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원자잿값 상승 여파로 분양가가 계속 오르지만 분양 물량이 감소하며 희소가치가 높아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전국 분양 아파트 물량은 총 12만6345가구로 집계됐다. 연말까지 공급 물량을 포함해도 최대 30만5000여가구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2018년(29만9390가구)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추첨제 물량이 부활하면서 가점이 낮아도 청약 당첨이 얼마든지 가능해진 점 역시 눈길을 끈다.
과거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 85㎡ 이하는 가점제로만 청약자를 가렸고, 전용 85㎡ 초과 면적에서는 가점제 50%, 추첨제 50%가 적용됐다. 하지만 올 4월부터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전용 60㎡ 이하에 추첨제 60%, 전용 60~85㎡ 추첨제 30%가 신설됐다. 가점이 낮아 청약 당첨 확률이 희박했던 실수요자도 얼마든지 청약에 도전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1순위 자격 요건도 완화됐다. 규제 지역에서는 해당 지역에 1~2년 거주해야 했지만, 비규제 지역에서는 모집공고일 당시에 거주 중이라면 1순위가 가능하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는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점차 강화하지만 중도금 집단대출은 이런 부담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건설사들이 청약 흥행을 위해 중도금 무이자 대출 등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신규 청약 단지를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청약 경쟁률이 워낙 치열한 만큼 자금 여력이 괜찮다면 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한 신축 아파트 급매물을 매수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 부유층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보다 강북권 중저가 아파트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염두에 둘 만하다. 김일수 DS투자증권 상무는 “집값의 최소 50% 이상을 마련한 상태에서 대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역세권 신축 아파트를 매수할 만한 기회”라고 말한다.
대출총액이 큰 다주택자라면 이참에 비우량 주택을 정리해 ‘똘똘한 한 채’만 남겨두는 것도 요령이다. 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서 보유 주택 전체 수익률이 대출 이자를 상쇄할 만큼 높아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집값 바닥론이 확산되면서 젊은 층의 ‘영끌’ 투자가 늘고 있지만 고금리가 지속되면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7월까지 주택 매매 거래량은 32만2778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7.7% 감소했다. 집값 회복 기대에 급매가 소진됐지만 고금리 여파로 매수세가 위축돼 시장이 다시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집값 바닥론으로 서울 강남권 등 우량 지역 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지만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 변수다. 여러 주택을 무작정 끌고 가지 말고 보유 주택 수를 줄이는 식으로 자산을 재배분해야 한다. 인기 지역 주택만 보유하고 비인기 지역 부동산 상품은 과감히 처분하는 등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의견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0호 (2023.10.18~2023.10.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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