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서라 가능했던 ‘발레리나’의 개성 [D:인터뷰]
서사보다는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발레리나’에 일부 시청자들은 ‘낯설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배우 전종서는 ‘발레리나’의 이 같은 개성에 매료돼 출연을 결심했다. 고난도 액션도 물론 어려웠지만, ‘발레리나’만의 매력을 위해 캐릭터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며 전종서라 가능했던 ‘옥주’를 완성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는 경호원 출신 옥주가 가장 소중했던 친구 민희를 위해 펼치는 아름답고 무자비한 복수극을 그린 작품이다. 전종서가 이 영화에서 옥주 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90분이라는 길지 않은 러닝타임 안에서 옥주의 복수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촘촘하게 서사를 쌓아나가며 보는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아닌, 다소 판타지적인 활약을 통해 ‘발레리나’만의 독특한 액션을 완성한 것. 이에 시청자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있었지만, 전종서는 이 시도에 오히려 만족했다. 민희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옥주 캐릭터의 역할 또한 새롭다고 여겼다.
“영화를 통해 시도를 한 게 있었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권선징악을 다룬 것이지만 또 그 안에 액션이나 복수 과정은 다른 작품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도 그랬다. 기존에는 민희 비슷한 역할을 맡았었다면, 이번에는 잘 받쳐줄 수 있는 역할이었다. 민희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다르게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소재로 보는 이들의 더 큰 분노를 끌어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버닝썬’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물론 ‘발레리나’의 결말과 현실은 다르지만, 전종서는 ‘발레리나’가 대신 선사할 수 있는 쾌감에 대해 짚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던 사건에 대해 개인적으로도 분노를 하곤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처벌이 될 수 없는데, 그걸 영화상에서 통쾌하게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 ‘영화상에선 실현이 될 수 있구나’를 느꼈다. 그게 선택의 주된 이유는 아니었다. 연기를 할 땐 어떤 특정 사건에 빠져 있기보단 가장 친한 친구가 처참한 일을 겪었다는 것에서 오는 개인적인 감정에 대해 공감하며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고난도 액션 씬들도 이어졌다. 물론 이를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다수의 남자 배우들과 액션 연기를 펼칠 땐 한계가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전종서는 액션의 화려함보다는 옥주의 감정을 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섬세한 감정 연기, 강렬한 눈빛 연기를 통해 다소 판타지적일 수 있는 활약을 리얼하게 납득시킨 것이다.
“영화상에서 어떻게 드러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복수를 왜 하는지 복수를 왜 하는지, 액션보다는 감정을 더 보여주려고 했다. 옥주의 서사는 회상을 하며 은은하게 보이는데, 그것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액션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계속 신경을 쓰며 주안점으로 가지고 갔었다. 몸집이 두 배는 큰 사람과 싸워야 하는 시퀀스의 연속이었다. 100% 연습만 해선 커버가 안 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정을 좀 많이 가지고 가려고 했다. 마음이 찢어지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연하고 빠르고, 민첩하고 이런 것도 눈빛으로 메우려고 했다. 이런 걸로 액션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이것이 곧 ‘발레리나’만의 매력이라고 여겼다. 디테일한 서사를 통해 현실성을 높이기보단, ‘발레리나’만의 개성 넘치는 시퀀스들을 통해 독특하면서도 뚜렷한 색깔을 보여준 것. 전종서 또한 옥주의 감정에는 신경을 썼지만, 그의 전사를 파고들지는 않았다.
“우리 영화에서 옥주에게 어떤 서사가 있고, 어떤 배경이 있는지는 설명을 명확하게 하고 가진 않는다. 그런데 오프닝 시퀀스에서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고 여겼다. ‘막 굴러왔구나, ‘약간의 감정조절이 안 되는 지점이 있구나’, ‘분노를 누르며 사는구나’라는 부분으로 대변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설명하지 않는 것이 우리 영화가 가진 스타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밑도 끝도 없이 시작을 하고, 화끈하게 보여주는 것. 그런 시도를 했다고 생각한다. 저도 디테일하게 생각하진 않았다. 이런 스타일의 영화라고 받아들였다.”
이번 작품은 연인인 이충현 감독과의 작업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전종서 또한 스태프들이 불편함을 느끼진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일에만 집중하며 이 우려를 씻어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기보단, 좋은 작품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먼저 생각한 것이다.
“이충현 감독님은 여자 배우들이 영화를 통해 연기해보고 싶었던 걸 진짜 실현해 줄 법한 작품에 관심이 많으시다. 그걸 많이 시도하려고 하신다. 여성 서사에 욕심과 관심이 많다. 제가 꼭 연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이충현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여자 배우들과 작업을 해보셔도 배우 분들이 경험을 하실 수 있는 게 많고, 시도해보지 않은 걸 시도할 수 있게 해주는 연출가라고 생각한다.”
앞서 ‘종이의 집: 공동경비구역’, ‘몸값’, ‘콜’에 이어 ‘발레리나’까지. 다소 강렬한 역할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지만, 변화 또한 시도해 볼 생각이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웨딩 임파서블’ 촬영을 마치고 공개를 앞두고 있는데, 이 역시도 변화의 일환이었다. 지금까지는 전종서가 원하는 작품,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만났다면, 이제는 대중들이 원하는 작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서 접점을 찾아 나갈 생각이다.
“돌아보니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예쁘고 귀엽고 상큼한 모습을 보여주기보단 연기적인 것에 더 욕심냈던 것 같다. 지금도 이건 똑같다. 로맨스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었다. ‘사적인 걸 연기로 보여줘야 하나’ 이런 생각도 했다. 그런데 로맨스 드라마를 하나 찍었는데, 너무 재밌더라. 현장에서 장르 말고 로코를 해보면서 내가 뱉는 대사나, 듣는 대사가 다르더라. 또 화창할 때 야외에서 찍다 보니 그런 것에 좋은 영향도 받았다. 사람으로도, 배우로도 좋은 영향을 받았다. 앞으로도 다른 것을 많이 시도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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