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절반 줄었는데 느긋한 이유…K조선업, 명품 닮아간다
15일(현지시간)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세계 누계 선박 발주량은 3014만CGT(1196척)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 이 기간 한국의 누계 수주는 전년 대비 46% 감소한 743만CGT에 그쳤다. 특히 지난달 수주량이 전체 발주량의 6%(12만CGT)에 그쳤다.
반면 경쟁자인 중국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1799만CGT를 수주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2010년대 중반 10여 년에 걸친 ‘조선업 불황기가 떠오른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HD현대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주요 K-조선 업체들은 ‘큰 문제는 없다’며 담담한 모습이다.
척당 3500억 이상 고부가 가치 선박에 집중
K-조선 업체들이 느긋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고부가 가치 선박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에서다. 국내 조선 3사의 최근 주력 선종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이다. LNG운반선은 척당 가격이 3500억원이 넘는다. 삼성중공업이 지난 10일 “아시아 지역 선사와 LNG선 1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는데, 이 배의 계약 금액은 3508억원이었다. 카타르로부터 대규모 LNG선 발주도 곧 현실화할 전망이다. 지난달 카타르 국영에너지회사(카타르에너지)는 HD현대중공업과 LNG선 17척에 대한 건조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HD한국조선해양(17척)과 삼성중공업(18척), 한화오션(19척) 등 한국 조선사들은 카타르가 발주한 LNG선 65척 중 54척(83.1%)을 따냈다.
또 다른 고부가 선박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분야도 전망이 밝다. 컨테이너선은 환경 규제 강화에 맞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및 각종 유해물질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선두다. 이와 관련 HD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8월 세계 최초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수주, 최근 이 배를 글로벌 선사인 머스크에 인도한 바 있다. HD현대 측은 “보수적인 북유럽이나 중동 선사들은 특히 ‘세계 1위, 업계 1위’와 파트너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한국이 차세대 친환경 선박 분야를 사실상 제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1위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 가치의 제품을 판다는 점에서 명품산업과 닮아간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HD현대, 올해 연간 수주 목표 이미 달성
경쟁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78척 가운데 41척(53%)을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했다. 덕분에 HD한국조선해양은 누적 수주금액 159억4000만 달러를 기록, 이미 올해 연간 수주 목표를 3년 연속 조기 달성했다. 삼성중공업도 연간 목표 수주 금액인 95억 달러 중 69%를 달성한 상황이다. 한화오션도 최근 그리스 이코르그 및 미국 ABS선급, 스코틀랜드 밥콕LGE와 4만㎥급 대형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 개발을 위한 4자 간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친환경 선박 기술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반면 선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일반 화물선 등은 중국이 압도적인 수주 물량을 자랑한다. 중국의 올해 수주량이 우리나라의 2.4배에 이르는 이유다.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최근 이스라엘을 둘러싼 전운 등 불안정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한다. 중동 등에서의 전쟁 확대는 일단 유가 급등 우려를 일으킨다. 유가 급등은 해운사의 선박 발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 이상이 지나는 중동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의 상황이 전개될 경우 LNG 해상 물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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