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도 1위 못한 그 시장…'딤채 신화' 위니아의 위기가 불러올 변화

한예주 2023. 10. 16. 1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업회생 절차 밟는 위니아
김치냉장고 시장 지각변동 예고

국내 가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이런 두 회사가 1위를 단 한 번도 하지 못한 시장이 있다. 바로 김치냉장고다. 김치냉장고는 '한국에만 있는 특수가전'이라는 상징성이 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장의 선두자리를 항상 위니아(옛 위니아딤채)에 내줬다. 이런 상황에서 위니아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위니아의 위기가 두 회사에 기회가 될까.

위니아는 명실상부한 김치냉장고 1위 사업자다. 위니아, 삼성전자, LG전자 3파전 양상인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위니아는 2020~2022년 점유율 38%~40%로 2위와의 격차를 많게는 11%P 앞질렀다. 최근에는 삼성전자·LG전자의 거센 추격으로 세 업체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선두에는 위니아가 있다.

그간 위니아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따돌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랜 세월 쌓아온 '딤채'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 때문이다.

1990년대만 해도 김치는 마당 한 켠에 항아리를 묻고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주거 문화가 아파트 중심으로 바뀌면서 더 이상 김치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졌다. 이 틈새를 공략한 제품이 바로 딤채다. 1995년 11월 당시 만도기계(현 위니아)가 딤채를 출시했고, 땅속에 묻는 항아리를 집 안으로 옮긴 뚜껑형 제품인 김치냉장고 딤채는 주부들의 '워너비(wannabe)' 제품으로 등극했다.

사실 국내 최초의 김치냉장고는 1980년대 등장했다. 1984년에 금성사(현 LG전자), 1985년에 대우전자가 각각 김치냉장고를 선보였지만,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딤채가 흥행하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1998년, 1999년 시장에 진입했다. 하지만 후발주자로서 선두와의 간격을 좁히기는 쉽지 않았다. 주 고객인 주부들에게 이미 '김치냉장고=딤채'라는 인식이 박힌 후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딤채는 출시 27년만인 지난해 9월 누적 1000만대 생산이라는 기록을 돌파했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하는 '2023년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김치냉장고 부문에서 딤채는 24년 연속 1위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위니아의 2024년형 딤채. [사진제공=위니아]

대기업의 진출에도 '딤채 신화'를 유지하던 위니아의 위기가 안타까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위니아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신청서를 냈다. 위니아전자, 대유플러스에 이어 대유위니아그룹 계열사 중 세 번째 기업회생 신청이다. 대유위니아그룹은 주축을 전자제품에서 자동차 부품 사업으로 옮길 계획인 만큼, 김치냉장고 사업에 힘을 빼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딤채의 브랜드 파워가 약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위니아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695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374%다.

위니아의 위기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두 회사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자칫 경쟁사가 처한 어려움을 반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사태는 주시하고 있다. 딤채가 흔들린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이 삼성전자와 LG전자로 쏠릴 것이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평소 하던 대로' 김치냉장고 전략을 유지할 방침이다. 우선 보급률이 90%까지 올라온 김치냉장고의 판매를 높이기 위해 김치냉장고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김치를 담는 세컨드냉장고라는 인식이 강했던 김치냉장고의 목적을 김치뿐 아니라 다른 재료와 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맞춤 냉장, 다목적 냉장의 멀티냉장고로 강조하는 추세다. 활용도를 넓혀 시장을 확대하고 점유율을 키우려는 전략이다. 에너지 저감 기술도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 효율 1등급보다 더 우수한 고효율 에너지 절감 모델을 내놓으며 전기료 인상 등에 대한 소비자 부담을 덜겠다는 계획이다.

김장철을 맞이해 올해 나온 신제품 홍보에도 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비스포크 김치플러스' 신제품을 선보였으며, LG전자는 이달 초 '2023년형 LG 디오스 김치톡톡'을 새롭게 선보였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