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김동률의 황홀한 ‘멜로디’
“팬데믹을 겪으며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것, 사소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절실함을 깨닫게 됐어요.”
김동률은 지난 10월 7일부터 9일,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에서 총 6회에 걸친 ‘2023 김동률 콘서트 멜로디(Melody)’를 개최했다. 이번 단독 콘서트는 지난 2019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한 ‘오래된 노래’ 이후 4년 만이다.
티켓 오픈과 동시에 6만석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국내 솔로 가수로 최고의 티켓파워를 입증한 이번 공연은 앞서 예고한 ‘역대급 대중적인 셋리스트’와 함께 6일간 관객들과 호흡하며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동률은 150분간 진심이 담긴 18곡을 열창했다.
‘더 콘서트’(The Concert)로 시작한 김동률의 그랜드 오프닝은 ‘빛과 소리의 향연’이라는 찬사를 예고하는 서막이었다. 무대의 막이 오르자 관객은 환호와 숨죽임을 반복했다.
자줏빛으로 바뀐 조명속으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사랑한다는 말’과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로 관객과 조우한 김동률은 “정말 오랜만이다. 2019년 ‘오래된 노래’ 공연 이후 4년 만이고, KSPO DOME에선 ‘답장’ 공연 이후 5년 만이다. 공연을 띄엄띄엄 하다 보니 ‘월드컵 가수’라는 별명도 붙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동률은 “이 공연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제 곡들을 한 번씩 들어봤다. 여느 때 같았으면 대중들이 좋아하는 히트곡들은 공연에 넣지 않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그런 곡들이 너무 반가웠다. 내가 이렇게 반가우면 관객들은 얼마나 반가워할까 생각했다. 이번 공연은 많은 걸 내려놓고 김동률 하면 떠오르는 공연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공연을 준비하며 품은 소회를 밝혔다.
김동률의 이번 콘서트에는 총 63명의 출연진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7명의 밴드와 6명의 브라스, 8명의 코러스 그리고 지휘자 이지원이 이끄는 현악, 금관, 목관, 하프, 팀파니 연주자 23명으로 이뤄진 오케스트라는 풍성하고 입체적인 사운드를 구현했다. 안무팀 18명의 참여 역시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꾸몄다. 이들은 김동률과 완벽한 앙상블로 빈틈없는 공연을 만들었다.
콘서트 무대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망각’은 반도네온 연주자이자 작곡가 고상지의 탱고 스타일 편곡으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고상지의 깊이 있는 반도네온 연주와 화려한 스트링 선율로 관객을 압도하며 가슴을 울렸다. 김동률은 ‘연극’을 연이어 부르며 한 편의 연극 같은 드라마틱한 무대를 선보였다. 대형 스크린 속 LED 영상은 무대에 대한 몰입도를 극적으로 높였으며 김동률의 목소리를 따라 유려하게 흐르는 조명 또한 흠잡을 곳이 없었다.
이밖에도 김동률은 ‘이제서야’ ‘다시 시작해보자’ ‘그게 나야’ ‘활금가면’ ‘꿈속에서’ ‘구애가’ ‘그땐 그랬지’ ‘내 오랜 친구들’ ‘사랑한다 말해도’ ‘이방인’ ‘취중진담’ ‘리플레이’ ‘기억의 습작’을 비롯해 앙코르 무대인 ‘내 마음은’ ‘멜로디’를 선보였다.
무엇보다 이번 콘서트에선 김동률의 진심 가득한 말들이 관객의 심금을 올렸다. 그는 “이번 공연 티켓을 오픈하면서 자리가 다 안 차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마음의 준비를 계속하고 있었는데 티켓 오픈을 하고 티켓 구하기가 힘들다고 가장 많이 원망을 들었던 거 같다. 다음 공연에는 제가 좀 더 주제 파악을 해서 잘 준비해야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주제 파악을 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제 성격상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당연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항상 불안하고 싶고, 그 불안함을 원동력으로 계속 저를 채찍질할 거다. 언젠가 이 체조경기장을 채울 수 없는 날이 오겠지만 그날이 조금이라도 늦게 오게 하고 싶다. 우리 조금만 더 멋지게 조금만 더 늙어서 다시 만나자”고 덧붙여 팬들을 울렸다.
반가운 좋은 소식도 전했다. 김동률은 “다음 달에 신곡이 나온다”면서 “어떤 평이라도 좋으니 곡을 듣고 감상을 많이 남겨주셨으면 좋겠다. 이제는 큰 히트를 바라고 곡을 발표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언젠가 꽃을 피우겠지라는 마음이다. 그래도 곡을 듣고 어떤 이야기든 해주신다면 저에게 힘이 되고, 다음 곡이 더 빨리 나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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