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남부에 물 공급 다시 시작”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이 임박하면서 수십만명의 피란민이 발생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커진 가운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에 끊겼던 물 공급을 재개했다.
15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에너지 장관인 이스라엘 카츠는 가자지구 남부에 물 공급을 재개했다며 “이는 민간인들이 가자지구 남부로 가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카츠 장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논의 이후 물 공급 재개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에 물 공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하마스가 장악한 가자지구의 민간인 안전과 식량, 물, 대피처 등에 대한 접근권이 이스라엘, 유엔과 다른 중동 국가들에 의해 존중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후 가자지구 남부의 베니 수헤일라 지방 당국도 마을에 물 공급이 다시 시작됐다고 확인했다.
다만 물 공급 재개가 얼마나 많은 가자지구 주민에게 도움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물 공급 재개 발표에 대해 “떠들썩한 선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가자지구 내 많은 송수관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미 파손됐다고 보도했다.
또 가자지구 주민들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물을 저장할 펌프를 작동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면서 가자지구의 사망자와 부상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는 현재까지 2670명이 사망하고 960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이스라엘 측 사망자는 1500여명으로 집계됐다.
가자지구를 봉쇄한 이스라엘은 15일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7시)까지 대피 안전 보장 시한을 주고 주민들에게 안전을 위해 남부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주민 100만명 이상이 남쪽으로 피란길에 올랐으나 피란 도중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우려하는 주민과 이동이 어려운 임신부, 장애인 등은 여전히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봉쇄로 물과 연료 공급이 끊기면서 인도주의적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병원에는 환자들이 밀려들고 있으며 의약품과 연료 등이 바닥을 보여 부상자 중 수천 명이 더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고 AP 통신이 현지 의료진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피란 명령에도 대부분의 환자는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의 경우 중환자실이 공습으로 다친 3세 미만의 어린이 환자들로 가득 차 있는데 이 병원의 발전용 연료는 16일까지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발전용 연료가 떨어지면 산소호흡기나 신장 투석기 등을 가동할 수 없다.
가자지구 내 유엔 대피소에도 물이 부족해졌고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게 되면서 수인성 질병 발병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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