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노시환, 장타율만 잡는다면…'31년 만의 3관왕 독수리'
차승윤 2023. 10. 16. 07:36
노시환(23·한화 이글스)이 사실상 타이틀 2개를 예약했다. 1개만 더 채운다면 한화 선수로는 31년 만의 '3관왕'이 될 수 있다.
노시환은 지난 14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 4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1안타와 함께 2타점을 올렸다. 1회 땅볼, 2회 내야 안타로 각각 1타점을 기록했다. 4번 타자다운 시원한 장타는 아니었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전 쌓아놓고 갔던 타점(99개)이 드디어 세 자리 수로 바뀐 날이었다.
고작 2타점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래도 모든 기록에는 의미가 있다. 커리어 첫 30홈런에 이어 100타점 역시 처음인 노시환에게는 더욱 그렇다. 명실상부히 올 시즌 최고 타자라는 걸 증명했다. 타이틀 획득 가능성도 커졌다. 올해 KBO리그 정규시즌에서 100타점을 넘긴 타자는 노시환뿐이다. 공동 2위 오스틴 딘(LG 트윈스)과 소크라테스 브리토(KIA 타이거즈)는 95타점으로 노시환과는 6점이나 차이 난다. 15일 기준 오스틴은 잔여 경기가 없고, 소크라테스는 2경기만 남아 역전이 어렵다.
홈런 타이틀은 더 확정적이다. 홈런 2위 최정(SSG 랜더스)은 노시환이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사이 맹추격하며 29호 포까지 터뜨렸다. 그러나 최정은 지난 13일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공동 3위 오스틴과 채은성(한화)은 23홈런에 불과해 역전이 불가능하다. '독수리 표' 홈런왕은 지난 2008년 김태균 이후 15년 만이다.
2023년이 노시환의 '23세 시즌'이기에 의미가 더 크다. KBO리그 역사상 23세 이하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던 이는 1991년 빙그레 이글스 장종훈(35홈런 114타점) 1996년 현대 유니콘스 박재홍(30홈런 108타점) 1997년(32홈런 114타점)부터 1998년(38홈런 102타점) 1999년(54홈런 123타점)까지 3년 연속 기록한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전부였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계보가 끊길 위기에 놓였던 한화로서도 값진 성과다. 타격 2관왕은 지난 2012년 타율(0.363)과 출루율(0.474) 1위를 기록한 김태균 이후 11년 만이다. 30홈런 100타점 기록도 한화 타자 중에는 장종훈(1991~1992년) 댄 로마이어(1999년) 제이 데이비스(1999년) 송지만(2002년) 윌린 로사리오(2016~2017년) 제러드 호잉(2018년) 이성열(2018년)만 기록한 바 있다.
홈런왕도, 2관왕도 김태균 이후 처음이다. 노시환은 김태균이 은퇴하기 직전인 2019년 데뷔해 일찌감치 그의 후계자로 불렸다.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올 시즌 그 자리를 완벽하게 물려받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지난달 30홈런을 친 후에도 "아직 멀었다. 김태균 선배님처럼 하려면 정말 꾸준해야 한다. 나도 꾸준함을 보여줘야 그런 명칭이 어울리지 않을까. 레전드 선배님의 뒤를 따라가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타이틀 두 개는 유력하지만, 숙제가 하나 더 있다. 장타율 타이틀이다. 시즌 막판 최정(0.548)이 역전해 노시환(0.543)을 앞서 있다. 최정은 더 이상 출전하지 않아 기록이 바뀔 리 없다. 남은 두 경기에서 노시환이 재역전하는 수밖에 없다. 장타율왕까지 3관왕을 차지한다면 1992년 장종훈 이후 31년 만의 기록을 쓰게 된다.
다만 노시환의 장타 페이스는 다소 떨어져 있다. 9월부터 10월 14일까지 그의 장타율은 0.476. 시즌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21안타를 치는 동안 홈런은 2개에 불과했고, 순장타율(ISO·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것)은 0.178로 시즌 전체(0.246)보다 상당히 낮았다.
시즌 3할 타율까지 이룰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노시환 자신의 개인 최고 타율(0.281, 2022년)은 이미 넘었다. 그가 3할 타율까지 이뤄낸다면 최정(0.297)과의 3루수 골든글러브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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