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이자 감독, ‘벤허’ 조상현의 책임감 [D:히든캐스트(144)]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성공적인 삶에서의 중요한 여러 가치 중 ‘책임감’이 가진 비중은 매우 크다. 책임감은 어떤 것에 있어서 자신의 행동과 선택을 이끄는 힘으로 작용하기도 하고, 나아가 함께 공연을 하는 팀을 이끌고 결국 관객에게까지 높은 질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힘으로까지 연결된다.
뮤지컬 배우 조상현은 뮤지컬 ‘벤허’에서 매우 훌륭한 리더이자 구성원이다. 앙상블 배우로서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한 고민을 통해 흡인력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무술 감독으로선 함께 하는 그의 표현을 빌려 배우들이 ‘무술을 잘 입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배우와 감독으로서 느끼는 그의 책임감에서 나온 팀워크는 ‘벤허’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된다.
-‘벤허’와는 초연부터 함께 했죠. 이 작품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오랜만에 벤허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너무 반가웠고, 감독, 배우로서 재연 때 아쉽게 느꼈던 부분들을 보완하자는 각오로 3연에 참여했습니다. 처음엔 원작이 워낙 유명하고 스케일도 커서 ‘이 작품이 과연 어떻게 무대 예술로 표현될까’라는 생각에 걱정이 좀 있었는데, 또 그만큼 기대도 컸던 것 같아요(웃음).
-앞선 시즌들과 비교했을 때, 이번 시즌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이번 시즌의 뮤지컬 ‘벤허’는 앞선 시즌에 비해 암전이 대폭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극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더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술 감독으로서 작품에 임하는 데 있어서 책임감이 클 것 같아요.
초연 때부터 무술 감독과 앙상블을 함께 해왔는데요, 초연에서는 30대였는데 지금은 40대가 됐어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웃음). 감독과 배우를 함께 한다는 점이 너무나도 감사하지만, 아무래도 양쪽을 병행하다 보니 체력적인 부담이 느껴지기도 해요. 그렇지만 배우분께서 멋지게 장면을 잘 만들어줄 때 희열을 느끼고, 그런 순간마다 힘이 납니다.
-배우와 감독, 두 역할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은요?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체력’이에요. 감독과 배우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이 조금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무술 장면은 부상의 위험을 항상 안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배우들도 항상 긴장하고 저 또한 긴장한 상태로 모니터를 하고 있습니다.
-무술 감독으로서 특별했던 일화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무술 감독으로 많은 배우를 만나면서 작업을 했는데, 배우들마다 무술을 입는 시간의 차이가 존재하더라고요. 제 입장에서는 연습 과정 내에 완벽하게 무술을 잘 입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고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한 배우님이 생각나네요. 느리지만 천천히, 조금씩 노력하시다가 결국 멋지게 해내시는 걸 보고 소대에서 감동을 받고 혼자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배우로서는 극중 어떤 역할들을 맡고 있는지 궁금해요.
해적을 비롯해 제 최애 캐릭터인 안티옥 감옥의 절름발이 간수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웃음). 벤허 가족에게 일말의 연민이 남아있는 메셀라가 안티옥 지하 감옥에서 벤허 가족을 내보내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벤허 가족을 막 대하는 절름발이 간수입니다. 눈치도 없고~(웃음). 동료 배우들이 유행어처럼 따라 할 정도로 독특한 제 최애 캐릭터입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데요, 그만큼 이 캐릭터를 만듦에 있어서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안티옥 감옥 절름발이 간수는 패잔병 로마 병사로 설정하였고, 장면에 어울릴 수 있는 대사 톤, 어투, 행동 등을 많이 고심했습니다. 여담이지만 가족, 지인들이 공연이 끝난 뒤에 (저를 못 알아보고) 그 분 누구냐고 하더라고요. 하하.
-앙상블 배우들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무엇보다도 인성과 인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인성과 땀의 인내를 통해 좋은 배우로 성장해 나가고자 하는 게 저의 마음입니다.
-배우들과의 호흡이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놀랍게도 이번 시즌 뮤지컬 ‘벤허’에 데뷔하는 배우가 10명이 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잘 하고 있습니다. 호흡도 잘 맞고, 열정도 좋고, 개개인의 인성들도 좋아서 무대 뒤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작품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는?
뮤지컬 ‘벤허’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는 ‘골고다’입니다. ‘골고다’는 감정 이입이 잘 되는 동시에 가슴에 묵직한 여운이 남는 넘버인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통해 어떤 것들을 얻었는지.
이번 작품을 통해 ‘아직도 부족함이 많은 미성숙한 사람이구나. 좀 더 성숙한 인성과 인격을 갖추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시즌, 또 한 번 ‘벤허’와 함께 하게 된다면 어떤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으세요?
초연부터 메셀라 역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웃음).
-‘삼총사’(2013)로 데뷔해 뮤지컬 배우로 벌써 10주년이 됐어요.
배우 활동을 처음 시작한 건 2006년도였어요. 그 당시엔 여러 장르의 공연을 해왔고, 2013년 처음 뮤지컬을 만나면서 노래가 주는 힘의 위대함을 느꼈어요. 그때 뮤지컬 장르에 반해 뮤지컬에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또 다른 도전을 하겠지만 뮤지컬은 계속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웃음).
-배우 활동을 한 것이 무려 17년이 된 건데요. 긴 기간 동안 슬럼프는 없었나요?
‘이 길이 맞을까? 나는 왜 못하지?’라며 제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생각과 질타로 스스로를 많이 괴롭혔던 시기가 있었어요. 나에 대한 사랑이라는 가장 큰 걸 놓치고 말이죠.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고, 그렇게 조금 더 성장한 것 같습니다.
-그간 많은 작품에 출연하셨는데요,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의 인생작’을 꼽아보자면?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를 꼽고 싶어요. 당시 프랭크 역으로 참여했는데 원 없이 연기했고, 원 없이 행복했습니다(웃음). 앞으로는 감초가 되는 조연을 목표로 조금 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서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상현 배우의 최종 목표도 들려주세요.
배우 조상현이 아닌 사람 조상현으로 눈을 감을 때까지 인격적으로 계속 성숙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그것이 좋은 배우 조상현이 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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