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AG가 남긴 논란③] 효자는 옛말…격투 종목의 끝 모를 부진 왜?
이은경 2023. 10. 16. 07:22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나온 대한민국의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은 레슬링의 양정모가 따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복싱 12체급을 석권했다. 유도는 이 대회에 걸린 8개 금메달 중 6개를 쓸어 담아 일본을 압도하는 성적을 거뒀다.
이후로도 2000년대 초반까지 레슬링, 그리고 유도와 복싱은 국제종합대회에서 꾸준히 메달을 거둬들였다. 이들 세 종류의 격투종목이 갖고 있던 자랑스러운 별명은 바로 ‘효자 종목’이었다.
그러나 최근 성적을 보면 격투종목을 더 이상 ‘효자’라 부르기는 어렵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복싱과 레슬링은 노골드, 유도는 1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이들의 하락세는 단순히 ‘헝그리 정신’이 실종됐기 때문일까.
가장 큰 이유는 스폰서의 부재다. 현대 스포츠에서 투자가 없는 종목에서 성적을 내길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대한복싱협회의 2022년 세입 총액은 약 26억원(26억63만8376원)이었다. 같은 해 대한양궁협회의 예산 총액은 70억원이 넘는다(총 70억8701만1383원).
여기에 협회 운영 난맥상과 내홍도 체계적인 선수 관리를 더 어렵게 했다. 대한복싱협회는 협회장 선거에서 나온 심각한 잡음 탓에 지난 2021년 말 대한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지정된 바 있다.
대한레슬링협회의 내부 문제는 더 심각했다. 레슬링은 2014년 인천 AG까지만 해도 금메달 3개를 포함해 총 메달 12개를 따내며 르네상스를 꿈꿨다. 그러나 이 해 협회장이 협회 자금을 횡령해 구속되더니 2016년에는 사무국 직원이 30억원대의 횡령을 한 게 적발돼 파문이 일었다. 이번 항저우 AG에서 한국 레슬링은 금메달은 물론이고 은메달조차 단 한 개도 거두지 못했다.
성적 하락, 스폰서 부재로 인한 예산 감소, 여기에 따라오는 유망주 부재는 이제 악순환 구조로 굳어졌다.
격투 종목이 현재 마주한 근본적인 숙제가 있다. ‘성공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젊은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효자 종목’ 노릇을 톡톡히 했던 과거에는 레슬링과 복싱, 유도 등은 모두 대기업의 든든한 후원을 얻었다. 금메달을 따면 국민적인 인기와 응원을 얻었기에 금메달이 곧 성공을 보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오히려 젊은 유망주들은 국가대표가 아니라 UFC 등 프로 격투기에서 성공하길 꿈꾼다.
이런 현실에서 과거 좋은 성적을 냈던 한국 격투 종목들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게 아니라 여전히 과거의 성공 방식에만 머물러 시대에 맞는 훈련 방식을 찾지 못한 것도 악재가 됐다.
한국의 격투 종목은 사실상 다른 나라의 경쟁자들보다 체급이 높은 상태에서 훈련을 하다가 극단적인 감량으로 경기 직전 계체를 통과하고, 경기 직전 다시 몸무게와 컨디션을 회복해 경기하는 노하우로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을 키웠다. 그러나 이처럼 극단적인 방식은 시대가 변하면서 부작용이 더 커진 게 사실이다. 또한 과거와 다를 바 없는 강압적인 훈련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에는 잡음이 새나오기도 한다.
항저우 AG에서 한국 격투 종목들은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는 현주소를 확인했다. 결국은 선수들이 스스로 불붙어 달려들 수 있도록 열정을 키워갈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답이다.
2014년 인천 AG 복싱 금메달리스트 출신 신종훈은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 방송 해설을 하면서 나도 자존심 상하고 부끄러웠다. 한국 복싱이 이 정도 수준인가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현재 복싱이 어렵다고 하지만, 실업팀에서 성적을 내는 선수들은 개인적으로 대우를 잘 받고 있다. 선수들이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 대표팀에는 선수들도, 지도자들도 정말 열정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처럼 생활 체육 복싱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향후 엘리트 복싱이 한국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선수들이 그런 위기감을 느끼면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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