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 “美서 北 비핵화 논의 작아지는 것 체감…비핵화 끝까지 염두”
조현동 주미대사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내 북한 비핵화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으며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기류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이날 워싱턴 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된 미국 사회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북핵 문제 특히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평가가 있다”며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과거보다 점점 작아진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대화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는 우리 정부 중요한 정책 목표 중 하나”라며 “비핵화 가능성을 끝까지 염두에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사는 미국 일각에서 한국의 자체 핵 무장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과 관련된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그런 논의들이 정치권이나 학계에서 조금씩 나오는 건 사실이다”며 “그만큼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서 안보적 도전 요인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입장은 지난 4월 워싱턴선언에서 나왔듯 미국의 핵 억제력을 최대한 강화해 한반도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게 목표이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책임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 대사는 “동북아 정세를 볼 때 미국의 핵 억제력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김 의원 질문에 “전문가들이나 학계에서는 그런 지적을 하는 분들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 한ㆍ미 정부 간 핵협의그룹(NCG) 1차 회의를 서울에서 했고 2차 회의를 금년 내에 미국에서 할 예정”이라며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최소화하도록 최대한 강력한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러ㆍ북 무기거래 관련 한ㆍ미간 긴밀히 협의”
조 대사는 지난 13일 미 백악관이 컨테이너 1000개 이상 규모의 북ㆍ러 간 무기거래 동향을 상세히 공개한 것과 관련해 미측으로부터 사전에 정보를 전달받고 협의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과의 어떠한 형태의 무기거래는 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러ㆍ북간 의심되는 무기거래에 대해선 한ㆍ미간 외교 당국은 물론 정보 당국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ㆍ러간 무기거래 정황과 관련해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이든 미국이든 북한이 협상장으로 나오도록, 태도를 바꾸도록 뭔가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전혀 없이 비난만 하는 성명만 내놓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화 노력 부족을 비판했다.
조 대사는 이스라엘ㆍ하마스간 전면전 발생 시 미국의 참전 가능성에 대한 태 의원 질의에는 “미 정부의 입장도 가급적 확전을 방지하는 쪽으로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 대사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동국가 순회 방문 뒤 이스라엘로 돌아가는 일정을 언급하며 “그런 고위급 외교활동의 목적은 가능한 한 확전을 방지하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아랍 주요국 참전 가능성 높지 않은 듯”
조 대사는 또 “이번 중동전에 미국은 이란의 참전 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미국이 첫 번째 항공모함(제럴드 포드 항모전단)에 이어 두 번째 항모(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모전단)를 중동 지역으로 파견한 것은 확전 목적이라기보다는 확전을 방지하기 위한 전쟁 억제의 목적이라고 본다”며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을 제외한 아랍 주요국의 전쟁 참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 태 의원은 “북한이 이번 기회를 틈타 유엔에서 아랍 국가들을 모아 공세를 벌일 수 있다.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대사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계기로 한국 내에서 9ㆍ19 군사합의 효력정지 또는 폐기 주장이 제기되는 데 대한 미국 내 분위기를 묻는 말에 “미 정부 인사들은 그런 입장을 표명하는 데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스럽다”며 “물론 학계 인사들과의 대화에선 그런 얘기들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김홍걸 “미국 기업만 배불려선 안돼”
김홍걸 의원은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등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실제 긍정적인 성과인지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미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 조치를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방식을 통해 사실상 무기 유예한 데 대해 “(반도체법에 따라) 미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10년 동안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게 돼 있다. 사실상 중국 내 공장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뜻인데 장비 좀 허용했다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우리 기업이 생산한 반도체 완제품의 중국 판매를 미국이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주권 침해”라며 “우리가 미국에 투자해주고 요청 다 들어주는데 미국 기업만 배불려주는 상황이 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미국 쪽에 강하게, 좀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조 대사는 “미 상무부가 이번에 삼성과 SK하이닉스에 VEU 승인을 해준 것은 단단한 한ㆍ미동맹을 반영한 일종의 특혜라고 볼 수 있다”며 “최소한 우리 기업 활동의 예측가능성, 투명성 면에서 분명한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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