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국감]법사위, 오늘 헌재 국감… 사형제·가석방 없는 종신형 논의될 듯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6일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진행되는 헌재에 대한 국감에서는 최근 ‘묻지마’식 강력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과 관련 사형제와 법무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달 대구교도소에 있는 유영철과 정형구 등 2명의 사형수를 서울구치소로 이감시켰다. 이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월 사형 집행 시설을 갖춘 서울구치소, 부산구치소, 대구교도소, 대전교도소에 사형 집행 시설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는데, 점검 결과 사실상 실제 사형 집행이 가능한 시설은 서울구치소 정도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구치소에는 현재 강호순, 정두영 등 ‘연쇄 살인범’을 비롯한 다수의 사형수들이 수감돼 있는데, 최근 유영철과 정형구가 한 장관의 지시에 따라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무부가 다시 사형을 집행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사형수 23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한 이후 한 번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인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된다. 현재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사형수는 59명으로 알려졌다.
한편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실제 집행이 이뤄지지는 않았더라도 엄연히 사형제가 존치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형을 신설할 경우 현재의 무기징역형보다 형벌 수위만 높아지는 결과가 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헌재는 현재 형법상 사형제를 규정한 조항에 대한 위헌 심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헌재는 1996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사형을 형벌의 일종으로 규정한 형법 제41조(형의 종류)와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한 형법 제250조(살인, 존속살해) 1항 살인죄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2010년에는 역시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던 당시(개정 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1항에 대해서도 합헌 결정이 나왔다. 이번에는 역대 3번째로 2019년 2월 청구된 사건을 4년 8개월째 심리 중이다.
1996년 첫 결정 때는 7(합헌)대 2(위헌)로 합헌 의견을 가진 재판관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2010년에는 5(합헌)대 4(위헌)로 위헌 의견을 가진 재판관 수가 늘어났다.
당시 위헌 의견을 낸 목영준 재판관은 “사형제도가 위하적 효과에 의해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들로부터 그 실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라며 사형제를 폐지하고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목 전 재판관은 “우리나라는 사형선고가 확정됐으나 집행되지 않은 사형수가 2008년 말 기준 59명인바(모두 이른바 흉악범이고, 1989년 이후 이른바 정치범으로서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은 없다), 1997년 12월 30일 사형을 집행한 이래 12년이 지나도록 선고된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등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라며 “이와 같이 우리나라 법률상 사형이라는 형벌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장기간 실행되지 않음으로써 그 형벌은 명목화·회화화(戱畵化)되어 결과적으로 형벌로서의 실효성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형법 및 사면법 규정에 의하면, 무기징역형을 받은 모든 범죄인이 가석방 또는 사면·감형에 의해 출소할 가능성이 부여되어 있다”라며 “그러나 사형제도를 폐지하면서도 사형제도를 유지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흉악범이 어떠한 경우에도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일반적 무기징역과는 달리, 가석방, 사면, 감형에 의해서도 형의 집행이 면제되거나 감경되지 않는 무기징역형, 즉 절대적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헌재 국감에서는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주도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과 관련, 다음달 10일 퇴임하는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후임자 임명에 관한 질의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당 위원들은 지난 3월 헌재가 더불어민주당이 개정을 주도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법률과 관련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기각한 것에 대한 비판도 쏟아낼 전망이다.
당시 헌재는 검수완박 법안 원안을 대표발의했던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안건조정위원에 보임되기 위해 '위장 탈당'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를 묵인하고 법안을 법사위에 상정하고, 가결선포한 박광온 당시 법사위원장의 행위가 국회법과 헌법을 위반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처럼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권한이 일부 침해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법안의 가결선포행위를 무효로 볼 정도의 중요한 흠결은 아니라며 기각 결정했다.
지난 7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89조 2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한 것도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의 잘타를 받았던 결정이지만, 현재 법사위 구성이 민주당 위원 9명, 김도읍 위원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위원 7명 외에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 중인 시대전환 소속 조정훈 위원으로 이뤄진 점에 비춰 특별히 논란이 되진 않을 전망이다.
남북관계발전법의 ‘대북전단 살포금지’ 조항에 대해 지난달 헌재가 위헌 결정한 것과 관련된 질의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남북관계발전법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보면서도, 제한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재판관 7(위헌)대 2(합헌)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의 심판 지연에 대한 지적도 나올 전망이다. 법사위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헌재로부터 제출받은 ‘심판사건 평균 소요일수’자료에 따르면, 헌재의 평균 사건처리 기간이 2017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판별로는 올해 8월 현재 위헌법률심판은 473.9일로 2017년(412.5일) 대비 61.4일 증가했고, 권한쟁의심판은 555일로 2017년(375.5일) 대비 179.5일 증가했다. 헌법소원심판의 경우 헌재법 제68조 1항의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의 경우 744.9일로 2017년(307.7일) 대비 437.2일 증가했고, 같은 법 제68조 2항의 규범통제형 헌법소원의 경우 776.7일로 2017년(475.1일) 대비 301.6일이 증가했다.
장기미제 사건의 경우에도 2018년 902건, 2023.8월 현재 1576건으로 17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심리기간 2년이 경과된 사건도 2018년 총 902건 중 126건(14%)에서 8월 현재 총 1576건 중 486건(30.8%)으로 대폭 증가했다.
한편 이날 오후 2시부터는 법사위의 군사법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군사법원법 개정의 원인이 된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과 현재 공수처가 수사 중인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에 대한 질의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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