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차분하고 지혜롭게" 의중은? 김기현 2기 체제로 수습한다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알려진 게 지난주 금요일인 13일. 그 이튿날인 14일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을 비롯한 임명직 당직자들이 줄사표를 쓰면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이냐’를 놓고 궁금증과 해석이 분분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5일 “당 사무는 당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면서도 “윤 대통령 메시지에서 가감할 게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차분하고=김기현 대표 체제 그대로’, ‘지혜롭게=반면교사, 특히 수도권 민심을 토대로’, ‘변화 추진=민생에 더 가까이’로 요약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기현 대표 2기 체제를 꾸려 민심을 받들고 한 데 뜻을 모아 보라는 것”이라며 “빈자리에 수도권 인사들을 전진 배치하고 정밀한 진단을 바탕으로 차분히 수습해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물러난 국민의힘의 사무총장(이철규, 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ㆍ정책위의장(박대출, 경남 진주갑)을 비롯한 여의도연구원장(박수영, 부산 남구갑)ㆍ사무부총장(박성민, 울산 중구) 등 임명직 당직자 중에 사무총장을 제외하면 다수의 당직자가 영남 일색이었다. 선출직인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와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까지 포함할 경우 ‘영남당’의 이미지가 짙었는데, 총선 승패의 가늠자인 수도권에서 17%포인트 차로 진 만큼 이를 일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임명직 핵심 당직자 퇴진은 용산과의 조율 하에 진행됐다고 한다. 김 대표가 주말 새 “수도권의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새 진용을 짜겠다”는 의사를 대통령실에 알린 뒤, 용산과 여당의 조율을 거쳐 임명직 일괄 사퇴로 정리됐다는 것이다. 이때 이른바 ‘윤핵관’ 중에서도 핵심 인사인 이철규 사무총장의 거취를 놓고 설왕설래했지만, 선거를 책임지는 사무총장 본인이 “내가 물러나야 조기에 수습할 수 있다”는 뜻이 강했다고 한다.
이런 만큼 현재 김 대표의 퇴진은 선택지에 없다고 한다. 국정의 한 축인 여당 대표가 갖는 무게감도 진퇴 논의를 제한하는 주요 요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선거 사무를 책임지는 사무총장이 물러난 상태에서 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를 이유로 당 대표의 거취까지 언급하는 건 아직 섣부르다”고 말했다.
대안 부재론도 언급된다. 김 대표가 물러나면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우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역대 정부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성공한 경우는 이명박 정부 때 유력한 차기 주자이자, 당내 지분이 상당했던 ‘박근혜 비대위’가 전무후무하다”며 “당 권력 진공상태에 따른 아노미 상황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당 리더십 이원화 아이디어도 나온다. 여당 대표로서의 통상적인 역할은 김 대표가 맡되, 총선 관련 사무 전반은 새 기구에서 담당하자는 것이다.
여당에선 용산 책임론도 공공연히 거론된다. 임명직 주요 당직자가 사퇴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에서도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일각에선 김대기 비서실장 용퇴론도 제기한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 운영의 책임자가 본인이라는 생각이 강한 윤 대통령이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인위적인 개편은 안 할 분위기”라고 전했다.
별개로 대통령실 순차 개편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필두로 내년 총선 출마 주요 후보군이 11월 7일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정감사 이후 물러나면서 자연스레 조직 및 인적 개편이 이뤄질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민생 행보를 가속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윤 대통령이 이른바 원칙을 강조하며 ‘전 정권 과오 바로잡기’ 행보를 주로 했다면, 이제는 국민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이슈를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부결에서 보듯 소수 여당으로서의 한계가 명확함에도 윤 대통령의 스타일에 따른 강성 이미지만 부각돼왔다”며 “의대 정원 확대를 비롯한 생활 근간 행보를 가속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권호ㆍ현일훈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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