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전쟁을 부르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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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이스라엘 집권당 야미나의 이디트 실만 원내대표가 갑자기 탈당한 명분은 '빵'이었다.
보건장관이 각 병원에 "유월절 문병객의 하메츠(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빵) 반입을 허용하라"고 권고한 걸 문제 삼았다.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월절엔 발효시키지 않은 빵을 먹는 유대교 관습에 어긋난다는 거였다.
이미 "하메츠를 허용하라"는 법원 판결로 정리된 사안을 굳이 꺼내든 그의 '빵 탈당'은 집권 연정을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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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이스라엘 집권당 야미나의 이디트 실만 원내대표가 갑자기 탈당한 명분은 ‘빵’이었다. 보건장관이 각 병원에 “유월절 문병객의 하메츠(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빵) 반입을 허용하라”고 권고한 걸 문제 삼았다.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월절엔 발효시키지 않은 빵을 먹는 유대교 관습에 어긋난다는 거였다. 이미 “하메츠를 허용하라”는 법원 판결로 정리된 사안을 굳이 꺼내든 그의 ‘빵 탈당’은 집권 연정을 무너뜨렸다. 의회 120석 중 61석을 간신히 점하고 있던 연립정부는 실만의 탈당에 과반이 깨졌다.
빵은 핑계일 뿐이었다. 두 달 뒤 조기 총선에서 실만은 베냐민 네타냐후의 리쿠드당 후보로 출마했고, 네타냐후가 재집권하자 환경장관이 됐다. 장관직 거래설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부패 혐의 피고인이던 네타냐후는 총리가 되면서 정치생명을 연장했는데, 극우 정당과 손을 잡아 그리한 탓에 아랍과 갈등을 키우는 정책이 잇따랐고,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강행하느라 극심한 국론 분열을 낳았다. 수백만명이 시위에 나서고, 국방장관이 사퇴하고, 정보기관조차 반발하는 와중에 하마스의 기습을 당했다. 감지하지도, 막아내지도 못했다.
지난주 실만 장관은 기습공격 부상자들을 위로하러 한 병원에 갔다가 의료진과 시민들에게 쫓겨났다. SNS에 올라온 영상에는 그가 나타나자 고성을 퍼붓는 이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겼다. “당신이 이 나라를 망쳤어. 당장 나가!” “여긴 우리가 책임져. 정치인은 필요 없어!” 이렇게 소리치는 의사들의 음성 사이로 어느 시민의 외침이 들렸다. “다시 이런 전쟁을 불러놓고, 부끄럽지도 않냐!”
이제 전면전이 임박했다. 이스라엘인은 시위를 멈추고 단결해 싸울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왜 이렇게 전쟁을 하게 됐는지, 끊임없이 되묻고 있음을 저 병원의 장면은 말해준다. 답도 이미 찾았다. 영상 속 누군가 외쳤듯이, 사익을 앞세운 정치인,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가 “전쟁을 부른다”는 걸 이스라엘 국민은 알고 있다. 어느 나라 국민이든 모를 수 없을 것이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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