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수백억대 불법 공매도 홍콩계 글로벌IB 2곳 첫 적발

김준희 2023. 10. 16.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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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원대 불법 공매도를 장기간 자행해온 홍콩계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콩계 글로벌 IB인 A사는 2021년 9월~2022년 5월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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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억 상당… “제도 알고도 자행”
역대급 과징금 전망, 조사 확대키로
공매도 제도 개선 목소리 커질 듯


수백억원대 불법 공매도를 장기간 자행해온 홍콩계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외국계 IB의 관행적인 대규모 불법 공매도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대형 IB의 불법 공매도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면서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공매도 제도 개선 요구는 더 커질 전망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콩계 글로벌 IB인 A사는 2021년 9월~2022년 5월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식을 빌린 곳에 다시 주식을 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빌리지 않고(무차입) 주식을 파는 것은 불법이다.

A사는 내부 부서 간 대차거래로 주식을 빌려줬는데 이 과정에서 소유주식을 중복 계산해 매도했다. 주식 100주를 보유한 C부서가 D부서에 50주를 빌려준 후에도 C·D부서에서 각각 100주, 50주를 잔고로 인식하고 총 150주를 매도하는 식이었다. 국내법상 공매도는 미리 빌린 주식만큼만 할 수 있다.

또 다른 홍콩 소재 B사는 2021년 8~12월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불법 행위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매도스와프(TRS) 주문을 접수하고 공매도 주문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B사는 외부 기관에서 차입 가능한 물량을 미리 확인한 뒤 그 한도 내에서 한국거래소에 공매도 주문을 넣었다. 이후 체결된 수량만큼만 사후에 차입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내부 시스템을 운영했다.

수백억원대 무차입 공매도가 장기간 지속된 만큼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예상된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확정한 최대 규모의 과징금은 올해 3월 ESK자산운용에 부과한 38억7400만원이었다. 금감원은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엄중한 제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의 의심과 달리 이번에 적발된 금융기관이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밝혔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그동안 적발된 곳은 대부분 엔드 클라이언트(최종 고객)나 헤지펀드였고 실수에 의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엔 다른 케이스”라며 “장기간 무차입 공매도를 해온 글로벌 IB가 우리나라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다른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불법 공매도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 일부 IB의 자본시장법 위반 정황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IB와 계열사의 관계, 수수료 수입 등으로 연결된 국내 수탁 증권사도 함께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8명으로 구성된 공매도조사팀을 꾸려 불법 공매도 및 관련 불공정거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공매도 조사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한층 커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1년 14명이던 공매도 위반자 수는 지난해 28명, 올해 9월까지 30명으로 늘어났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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