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중동, 미국, 그리고 북한

2023. 10. 16.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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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 다시 요동친다.

미국이 중동의 세력 균형을 재편하고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인태) 지역에 집중하려는 세계 전략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다시금 도전받는 양상이다.

목표는 오랜 적성국인 이란을 고립시키고 중동지역 세력 균형을 안정적으로 형성한 후 인태 지역에 집중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세계적 비난에도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일방적 철군을 감행하면서까지 중동지역 군사적 개입을 중단하고 자산과 역량을 인태 지역으로 집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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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중동이 다시 요동친다. 미국이 중동의 세력 균형을 재편하고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인태) 지역에 집중하려는 세계 전략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다시금 도전받는 양상이다. 지정학적 갈등의 단층선에서 발생하는 분쟁과 이로 인한 불안정성의 심화는 북한에 유리하게 작동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해 미국의 ‘상대적 쇠퇴’가 현상적으로 표출되자 개입 축소 전략을 공식화했다. 2010년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서에 미국이 세계적 지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 회복과 재정 적자 해소 등 국내 문제를 선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뒤에서 이끈다(lead from behind)”라는 유명한 말을 통해 미국이 세계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경찰 역할을 종료한다고 선포했다. 대신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채택해 중국에 집중하려 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중동을 정리해 갔다.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김으로써 중동국가의 역린을 건드렸다. 그러나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 등이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데 기여한다. 목표는 오랜 적성국인 이란을 고립시키고 중동지역 세력 균형을 안정적으로 형성한 후 인태 지역에 집중해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현재까지 크게 다르지 않다. 트럼프가 거칠게 파기한 이란 핵 합의를 복구하겠다는 대선 공약에도 협상은 여전히 더디다. 오히려 트럼프와 유사하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국교 정상화를 통해 이란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표출한다. 세계적 비난에도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일방적 철군을 감행하면서까지 중동지역 군사적 개입을 중단하고 자산과 역량을 인태 지역으로 집중하려 한다.

하마스가 이란의 사주를 직접 받았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미국이 중동에서 시도하는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관계 개선은 심각한 도전임이 확실하다.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세력이 재편되면 자신들의 존재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무차별 공격을 가한 이유 중 하나다.

향후 전개 과정에 달려 있으나 미국이 중동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인지적 동맹’ 관계로 공식 조약은 없지만 외교·군사 차원에서 공동체에 준한다. 지난 12일 이스라엘로 날아간 토니 블링컨 장관의 “나는 미 국무부 장관뿐 아니라 유대인이자 남편이자 아버지로 여러분 앞에 섰다”고 한 게 이를 대변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 여전히 연루될 수 있다.

북한은 이런 상황을 즐길 것이다. 2019년 12월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통해 ‘정면돌파전’을 선포하면서 장기전에 돌입한 북한은 핵 능력 고도화가 핵심 목표다. 이미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문제로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를 더 낮출 수 있다. 북한은 이 기간을 활용해 핵 개발에 충실히 임할 것이다. 더불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다수 발생해 국제 여론이 악화되면 미국도 비난받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반미 여론전을 통해 북·중·러 연대를 강화하고 핵 보유의 정당성을 전파할 것이다. 중동과 유럽에 연루된 미국의 역량 분산을 틈타 도발을 강화할 수도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유사하게 중동지역 분쟁은 한반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한국이 대외 전략의 행사 범위 및 기준을 한반도를 넘어선 세계로 확장해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이유가 계속 확인된다. 자유민주주의 선진국으로서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세계적 사건에 대한 책임과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결코 ‘남의 국가’나 ‘남의 일’이 아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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