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박힌 파편 안고 땅끝까지… “바울처럼 복음 전할 것”

박효진 2023. 10. 16.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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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욱 복음가득한교회 목사
조성욱 복음가득한교회 목사가 2019년 10월 과테말라의 마사떼낭고의 이레교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있다. 복음가득한교회 제공


‘펑’ 폭발음과 함께 파편이 날아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폭탄이 터지며 선임은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고 다른 전우들은 파편에 맞아 중상을 입고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1991년 당시 육군 일병이었던 조성욱(51) 복음가득한교회 목사가 기억하는 그날의 참상이다.

파편처럼 심장에 박힌 세계 복음화

최근 서울 강남 역삼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조 목사는 “당시 포를 쏘는 훈련은 가짜 탄에 화약만 넣어서 발사했다. 후임들은 목표지점에 떨어진 탄피를 주워 와야 했는데 제대를 며칠 앞둔 선임이 과거에 떨어진 불발탄을 발견해 흙을 털던 중 그만 탄이 터져버렸다”고 설명했다.

조 목사는 군병원으로 이송돼 소지품을 빼고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려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군복 상의 포켓에 넣고 다닌 성구암송 카드에 큰 파편이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관통했다면 심장에 박혔을 위치였다. 사고 5일 전 휴가 때 기독교 백화점에서 구매한 성구암송 카드를 들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청년 시절 교회는 다녔지만 하나님을 믿지 못했다. 만약 하나님이 있다면 ‘내게 왜 이러나’ 싶을 만큼 불행한 인생이라 여겼다. 사고 이후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9개월의 입원 기간 하나님을 깊이 만나기 위해 힘썼다. 병실의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엎드려 기도하는 중에 방언도 받았다. 조 목사는 조금씩 성경이 이해되고 믿어질수록 ‘하나님은 나를 왜 살려주셨으며 이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됐다.

하나님은 사도행전 1장 8절 말씀으로 다가오셨다. 조 목사는 “하나님께서 나를 세계 복음화에 사용하기 위해 살리셨고 이는 나뿐만 아니라 구원을 받은 모든 자에게 주신 명령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바울을 통해 루디아에게 전해진 복음이 빌립보 지역을 복음으로 바꿨던 것처럼, 각 나라와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복음으로 변화시킬 준비된 주님의 제자를 찾아 바울처럼 복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주님의 제자란 ‘복음에 선명하게 반응을 보여 자기 인생을 드리는 자’라는 의미입니다.”

조 목사는 군에서 나와 신학을 공부한 뒤 2004년 12월 복음가득한교회를 개척했다. 재정도 부족하고, 성도도 작은 개척교회였지만 세계 복음화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은 꺾이지 않았다. 2012년 뜻을 함께하는 개척 목회자들과 복음 전파를 위해 기도하던 중 성령께서 미국 마이애미로 떠나게 하셨다.

‘주님의 제자’를 만나기 위한 여정

지난해 필리핀 네그로스섬 두마게티 지역 실리만 대학교에서 청년들이 노방전도하는 모습. 복음가득한교회 제공

마이애미는 ‘목회자의 무덤’으로 불리는 타락의 도시였다. 아무런 연고나 계획도 없는 이곳에서 오직 성령의 인도하심만을 구해야 했다.

지역 대학교 학생들과 기업 CEO, 부자들도 만나봤지만 하나님이 예비하신 제자를 찾진 못했다. 조 목사와 일행은 시행착오 끝에 마이애미에 100만명이 넘는 쿠바인들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에코쿠바’라는 선교 단체를 찾아갔다.

조 목사는 “우리가 찾아온 목적을 전해 들은 ‘에코쿠바’ 사역자들이 자신들의 담임 목사를 연결해 줬다. 카르도나 목사는 마이애미 내 500개 교회 연합회의 상임위원 12명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카르도나 목사는 우리에게 설교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설교 메시지와 자료가 성경에서 말하는 복음이 맞는지 면밀히 검토한 뒤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그가 이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주님의 제자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조 목사는 2년간 다섯 번 방문해 마이애미를 복음화하기 위해 힘썼다. 그곳에서 1~2주간 집회를 인도했다. 훈련 프로그램은 따로 없었다. 현지 성도들과 함께 마이애미에 하나님의 부흥이 임하길 갈망하며 예배와 기도, 노방 전도에 나선다.

마이애미에 카르도나 목사가 제자로 세워진 것을 시작으로 9년 동안 쿠바 과테말라 우간다 나이지리아 네팔 인도 필리핀 등 100여 개국의 사역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수많은 제자가 세워졌다.

모든 성도의 꿈이 되는 ‘세계 복음화’

조 목사가 지난 4월 페루 리마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에서 알레한드로 국회부의장에게 기도해 주고 있다. 복음가득한교회 제공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소속인 조 목사는 세계 복음화 사역을 하며 다른 조직이나 단체를 만들지 않는다. 그는 “새로운 제자의 발견으로 이어지는 ‘국가전도운동’, 전 세계 각 나라의 리더들이 모이는 ‘꿈브레 대회’, 대륙별 제자들이 모여 각 나라와 지역을 돕고 하나님이 행하신 일들을 서로 나누고 배우며 교제하는 ‘두란노 대회’만 비정기적으로 해오고 있다”며 “교단도 배경도 다르지만 오직 복음과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고백만으로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세계 복음화를 위한 사역의 구심점은 경기도 광명에 위치한 복음가득한교회의 성도들이다. 제자들의 사역은 자비량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대부분 빈민국의 목회자들로 세워져 있어 교회가 물질과 기도로 협력한다.

조 목사는 “세계 복음화를 위해 다니는 것이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을 내가 하고 있다고 느끼고 더욱 간절히 동역한다.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도 부목사와 장로들이 하나가 돼 잘 협력해줘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조 목사의 왼쪽 발등에는 지금도 제거되지 못한 파편이 박혀있다. 그는 “하나님이 그때를 잊지 않도록 상처를 남겨주신 거 같다”며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는 말씀을 붙들고 모든 나라와 모든 민족에 복음을 들고 찾아갈 것이다. 그 여정을 위해 함께 기도로 동역해 달라”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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