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안수·헌의안 결의… 입법·사법의 핵인데도 제기능 못해

장창일 2023. 10.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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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교의 근간, 노회] (상) 총회의 출발은 ‘독(獨)노회’
회의장에 놓인 마이크 모습. 노회원들은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정기노회에서 총대 선출, 총회 헌의안 결의 등 안건을 토의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장로교단은 1년에 한 차례 모이는 ‘총회’ 외에도 ‘노회’를 소집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합동 총회를 비롯한 우리나라 장로교단도 해마다 봄과 가을 두 차례 노회 정기회를 연다. 대부분 장로교단의 노회들은 10월 초부터 가을 정기회를 개회한다. 장로교의 근간인 노회는 어떤 기능을 지닌 회의일까. 노회의 역사와 기능, 중요성과 한계, 개선점 등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총회 출발은 ‘독(獨)노회’

노회는 장로교에서 입법과 사법을 담당하는 핵심 조직으로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연회와 유사하다. 노회는 원칙적으로 같은 지역에 있는 교회들이 모여서 조직한다.

예장통합 총회는 헌법에 “일정 구역 안에 있는 시무목사 30인 이상과 (교회의) 당회 30처(조직교회) 이상, 세례교인(입교인) 3000명 이상 규모를 갖춰야 별도 노회를 조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장합동 총회는 “일정 지방 안에 있는 모든 목사와 교인 수에 비례해 파송된 장로로 조직되는데 21개 이상 당회가 있으면 조직할 수 있다”고 정해 노회 설립이 조금 수월한 편이다.

원칙적으로 비슷한 지역 안에 있는 교회들이 참여하는 게 노회지만 예장통합·합동 모두 분단 전 북한에 있던 노회 조직을 일부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무지역노회라고 부른다. 평양·평북·함해노회 등이 대표적이다.

노회는 총회를 창립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장로교단의 뿌리인 조선예수교장로회도 1912년 교단을 창립하기에 앞서 1907년 독(獨)노회를 조직했다.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선교사가 온 이후 미국남·북장로교, 호주장로교 등 4개 교단 선교사가 전국 장로교회를 담당했지만 1907년 평양신학교에서 1회 졸업생이 배출되면서 자생력을 갖기 시작했다. 갓 안수 받은 길선주 방기창 송인서 한석진 이기풍 양전백 서경조 목사를 비롯한 33명의 목사(선교사 포함)와 38명의 장로가 독노회 설립의 주축이었다.

이들은 독노회라는 이름으로 다섯 차례 정기회를 소집한 뒤 1912년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가 출범했다. 이 기간 독노회는 전국적으로 교세를 키웠다. 실제 독노회 초창기 우리나라 장로교인은 5만6000여명이었지만 총회 창립 때는 14만4000명을 웃도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노회가 하는 일은

예장통합과 합동 총회는 10~11월 사이에 각각 전국 69개·162개 노회가 가을 정기회를 연다. 해마다 두 차례 소집하는 노회의 기능은 서로 다르다. 4~5월 사이에 소집하는 봄 정기회에서는 9월에 열리는 교단 정기총회 총대 선출과 헌의안을 결정한다. 부총회장 후보도 봄노회에서 확정한다. 가을 정기회에서는 노회장을 비롯해서 노회에서 봉사할 임원을 선출한다. 두 차례 정기회에선 모두 목사 안수식도 진행한다.

목사는 노회의 정회원이다. 목회자 훈련부터 안수와 이후 행정 지원 등 관리 전반이 노회의 몫이다. 장로는 교회의 교세 비율에 따라 노회로 파송된다. 따라서 노회원 중 목사와 장로는 동수가 아니고 목사가 더 많다.

교회도 노회 승인이 있어야 설립할 수 있다. 교회 규모가 커지면서 현재는 다소 변형됐지만 지역교회 목사도 원래 노회가 파송해왔다. 현재 담임목사 위임식을 노회가 담당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길을 잃은 노회

노회의 이같은 본연의 기능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정치 조직화 되면서 제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예장통합 서울강남노회 소속 A목사는 1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노회가 장로교의 주축인 건 맞는데 지금의 노회는 지나치게 정치화 돼 본연의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면서 “봄 정기회에선 총회 총대와 부총회장 뽑는 데 집중하고 가을 정기회에서 노회 임원 선출로 과열되는데 결국 이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노회는 총회가 갈 길을 제시하고 목회자와 산하 교회를 돌봐야 한다. 노회의 기형적 운영을 개선해야 장로교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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