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웹툰에 푹 빠졌어요" 뉴욕 코믹콘서 영향력 키워가는 韓콘텐츠
"정말 푹 빠져있다. 일단 내 '최신 리스트'부터 보여주겠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뉴욕 코믹콘(ComicCon) 2023' 내 '코리아 코믹스 하우스'(The House of KOREA COMICS) 공동전시관에서 만난 루시 오터메리안 씨는 한국 웹툰과 만화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환호성부터 내질렀다. 귀여운 망토 차림의 오터메리안 씨가 내민 휴대폰 화면에는 '사실은 내가 진짜였다(I am the real one)', '폐하, 또 죽이진 말아주세요(Your majesty please don`t kill me again)' 등 한국 코믹스의 영문명이 무려 23개나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맨해튼 자비츠컨벤션센터에서 진행 중인 뉴욕 코믹콘은 만화, 판타지, SF영화, TV 시리즈 등 콘텐츠를 소재로 한 대형 컨벤션 행사다. 매해 수십만명이 찾는 행사답게 주말인 이날 코믹콘 현장은 발을 내딛기 힘들 정도로 관람객들로 가득했다. 하루 최저 80달러대의 티켓들이 일찌감치 매진되면서 인근 지하철역과 전시장 입구에는 남는 티켓을 구하고자 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마블 코믹스, 스타워즈 캐릭터는 물론, '하울의 움직이는 성', '원피스' 등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코스프레를 한 이들도 상당수였다.
뉴욕 코믹콘을 비롯한 북미 지역 행사에서는 1995년 완결된 드래곤볼이 매해 입구를 지킬 정도로 여전히 일본, 미국 콘텐츠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K-웹툰 콘텐츠 역시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올해 한국 기업들의 부스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주도로 공동전시관에 마련됐다. '하이틴 콘셉트'의 공동전시관 입구에는 10명 남짓의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대기 중이었다. 콘진원 관계자는 "전날에도 5000명 이상이 방문했다. 오늘은 더 많은 것 같다"면서 "예년보다 굿즈 제작을 많이 하고 현지 관람객들에게 K-콘텐츠를 더 알릴 수 있도록 차별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콘진원은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참가 기업을 지원해오고 있다.
공동전시관에서는 북미 시장 웹툰 업계 선두 기업인 네이버웹툰과 협업해 영어 서비스 인기 순위 1위인 '내 남편과 결혼해줘(Marry My Husband)' 지식재산권(IP)을 전면에 내세웠다. 다온크리에이티브의 '녹음의 관', 울트라미디어의 '모기전쟁', 디씨씨이엔티의 '시체기사 군터', 하이브의 '다크 문: 달의 제단' 등 5개 기업의 작품 전시와 현장 체험 이벤트도 마련됐다. 이 가운데 다크문은 하이브 소속 보이그룹인 '엔하이픈'을 웹툰 캐릭터로 확장시킨 작품이라는 점에서 현지 코믹스팬뿐 아니라 K팝 팬들의 주목도 받고 있다.
남자친구와 함께 현장을 찾은 빅토리아 퍼렛 씨는 체험공간 앞에 붙어 있는 한국 코믹스 포스터들을 가리키며 "'아기 다람쥐가 다 잘해요(Talented Baby Squirrel)'도 읽었고, '녹음의 관(Viridescent Tiara)'도 읽었다"고 반가움을 표했다. 웹툰, 타피툰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한국 코믹스들을 접하고 있다는 퍼렛 씨는 "로맨스를 좋아한다"면서 "'어릴 적 '커피프린스 1호점' 등과 같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했고, 그러다보니 저절로 한국 코믹스를 즐겨 보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 코믹스에 푹 빠져있다는 오터메리안 씨 역시 "타피툰 등 여러 웹사이트들을 통해 (한국 웹툰과 코믹스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관람객들은 공동전시관에서 소개된 작품들에 관심을 표하며 만화책 또는 굿즈로 구입할 수 있는지 질문도 쏟아내고 있었다. 한국과 달리 북미지역에서는 아직 온라인 기반의 웹툰보다는 만화책 위주의 콘텐츠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 '웹툰'(Webtoon) 등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들이 현지 출판사와 계약해 만화책 형태로 소개되는 경우가 많다고 콘진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뉴욕 코믹콘 전시장 곳곳에 위치한 미국 현지 출판사 부스에서 '여신강림(True Beauty)', '사내맞선(Business proposal)' 등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K-콘텐츠 포스터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콘진원 관계자는 "여전히 북미지역 코믹콘에서 일본, 미국 콘텐츠들의 힘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몇년 새 웹툰을 중심으로 한국 콘텐츠들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뉴욕 코믹콘에서는 오는 12월1일 론칭 예정인 K-웹툰플랫폼 '펜타코믹스(Pentacomix)'도 소개됐다. 웹툰 제작, 현지화 등을 담당하는 트루라이트코리아는 '옷소매 붉은 끝동', '묵향-다크레이디' 등 익히 잘 알려진 한국 웹툰 50여 작품을 스페인어로 번역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스페인 등 스페인어 사용권 국가들에 선보일 예정이다. 한정윤 트루라이트코리아 대표는 "한국 웹툰을 약 5억명이 모국어로 사용하는 스페인어로 전 세계에 공급함으로써 한국의 능력 있는 웹툰 작가, 제작사들이 해외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스페인어권뿐 아니라 아직 한국 웹툰이 적극 진출하지 않은 시장에서도 대중문화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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